여왕이 돌아왔다. 3일 발표된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flex 4라운드 MVP/MIP 투표에서 기자단 투표 92표 중 42표를 획득해 4라운드 MVP에 선정된 박지수(KB 스타즈)이야기다. 박지수는 4라운드 5경기에서 평균 25분 13초를 소화하며 17득점 12.2리바운드 2.8어시스트 3.2블록슛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박지수는 커리어 통산 19번째 라운드 MVP에 선정되며 이 부문 역대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사실 박지수의 이번 시즌 시작은 썩 좋지 못했다. 시즌 초반 예상치 못했던 '신우신염(신장에 염증이 생기는 상태)'에 걸려 6경기에 결장했던 박지수는 복귀 후에도 경기 감각을 회복하지 못해 고전했다. 하지만 박지수는 4라운드부터 골밑 지배력을 회복하면서 득점 3위(16.13점)와 리바운드 2위(9.53개), 블록슛 1위(1.67개), 2점슛 4위(96개) 등 각종 개인 기록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편 WKBL의 심판부와 경기부의 투표로 선발한 MIP(기량 발전상) 수상자는 부천 하나은행의 2년 차 포워드 정현으로 결정됐다. 정현은 총 투표 수 36표 중 17표를 얻으면서 BNK 썸의 변소정(16표)를 한 표 차이로 제치고 데뷔 첫 MIP에 선정됐다. 정현은 4라운드 5경기에서 평균 29분 31초를 소화하며 8.2득점 2.6리바운드 1.0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5%(7/20)로 데뷔 두 시즌 만에 하나은행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정현은 4라운드 5경기에서 8.2득점2.6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5%를 기록하며 4라운드 MIP에 선정됐다.
한국여자농구연맹
하나은행 유망주들의 느렸던 성장
하나은행은 2012년 창단 후 최하위 5번에 봄 농구를 한 번 밖에 진출한 적이 없는 WKBL의 대표적인 만년 하위팀이었다. 사실 직전 시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신인을 선발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리빌딩'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트레이드 실패와 불운했던 구슬 추첨, 유망주들의 더딘 성장 등이 겹치면서 좋은 신인 선수들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나은행은 '국보센터' 박지수가 등장했던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015-2016 시즌 '첼시 리 사태'에 대한 징계로 드래프트 순번이 최하위로 밀리면서 박지수를 지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2017-2018 시즌엔 스위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선수 최민주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지만 최민주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5시즌 동안 단 22경기에 출전한 채 2023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하나은행은 박지현(토코마나와 퀸즈)이라는 또 한 명의 대어가 나왔던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4순위 지명권을 뽑았다. 공교롭게도 우리은행 우리WON에 지명된 박지현은 물론이고 2순위 이소희(BNK), 3순위 신이슬(신한은행 에스버드)까지 모두 WKBL, 또는 소속팀을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4순위로 선발한 수원대 출신의 김두나랑은 단 두 시즌 만에 프로 생활을 접었다.
하나은행은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선발한 정예림과 2021-2022 시즌 신인드래프트 2순위 박소희가 팀의 주전 선수로 성장하며 드래프트 잔혹사를 씻는 듯했다. 하지만 WNBA 출신 키아나 스미스의 참가로 화제가 됐던 2022-2023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2022년과 2023년 1라운드 지명권을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보내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2021-2022 시즌 5승 25패, 2022-2023 시즌 6승 24패로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친 하나은행은 2023년 9월 BNK의 듀얼가드 김시온을 데려오면서 2023-2024 시즌 2순위 신인 지명권을 BNK에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BNK는 하나은행으로부터 받아온 지명권으로 효성여고의 포워드 김정은을 지명했고 하나은행은 2023-2024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상범 감독 부임 후 주전으로 맹활약
▲정현(오른쪽)은 이상범 감독이 부임한 이번 시즌 팀 내에서 4번째로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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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한은행과 BNK가 1, 2순위 지명권으로 각각 재일교포 홍유순과 187cm의 큰 신장을 자랑하는 동주여고 센터 김도연을 지명한 가운데 하나은행은 3순위로 숭의여고의 에이스 정현을 지명했다. 정현은 고교 시절부터 꾸준히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됐고 2024년 중고농구 춘계 연맹전에서 득점상을 받았던 유망주로 포워드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하나은행에 꼭 필요한 자원이었다.
정현은 루키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0분 32초를 소화했지만 2.4득점 1.4리바운드 0.2어시스트로 크게 돋보이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물론 신인 선수가 데뷔 첫 시즌에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1순위 홍유순은 물론이고 정현보다 늦게 지명된 송윤하(KB), 이민지(우리은행)이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해준 것과 비교하면 정현의 루키 시즌은 만족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나고 하나은행에 이상범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정현의 입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상범 감독은 팀의 상징과도 같은 리그 최고령 선수 김정은을 과감하게 벤치로 내리고 에너지 레벨이 높은 정현을 선발로 투입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하나은행이 치른 20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28분 22초를 소화한 정현은 7.3득점 3.7리바운드 1.2어시스트 0.7스틸 0.5블록슛으로 공수에서 크게 성장했다.
정현이 루키 시즌과 비교해 가장 좋아진 부분은 역시 외곽슛이다. 지난 시즌 27개의 3점슛을 시도해 단 3개 밖에 성공(성공률 11.1%)시키지 못했던 정현은 이번 시즌 74개의 3점슛을 던져 29개를 림에 적중 시켰다(성공률 39.2%). 3점 성공 개수는 리그 10위지만 3점 성공률은 우리은행의 이명관(40%)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다. 정현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인 슈터 중 한 명이라는 뜻이다.
하나은행이 4라운드에서 3승 2패로 다소 주춤(?)하는 사이 2위 KB는 4라운드 4승 1패를 비롯해 최근 5연승을 달리며 하나은행과의 승차를 어느덧 1.5경기로 좁혔다. 남은 후반기 일정 동안 선두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프로 데뷔 두 시즌 만에 '유망지 딱지'를 떼고 프로 데뷔 첫 MIP까지 선정된 정현은 앞으로도 하나은행의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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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MIP' 정현, 명장 만나 '초고속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