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죽어서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영화 <영원>은 사후세계에서 일어나는 로맨스를 통해 현생을 돌아보는 달콤 쌉싸름한 인생 여정을 다루고 있다.
'사랑'을 깊고 넓게 성찰하고 '행복'을 묻는 이야기다. 죽어서도 이어지는 관계의 밀땅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67년 전 첫사랑, 65년 산 현사랑
▲영화 <영원>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손주 성별 파티에서 목에 과자가 걸려 저세상으로 먼저 간 남편 래리(마일즈 텔러)는 영혼들의 안식처인 '영원'으로 가기 전 환승센터에 머물게 됐다.
환승센터는 영혼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다. 인공적인 호텔에서 일주일 동안 영원 행선지를 고를 수 있다. 객실은 생전 아끼던 옷들도 채워져있고,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외모로 세팅된다. 하지만 누구와 영원의 세상으로 갈지 정하지 못하면 답답한 지하로 옮겨야만 했다. 한번 선택한 영원은 절대 바꿀 수 없다. 규칙을 어길 경우 영원한 공허, 어둠으로 보내진다.
고민하던 래리는 사후세계 코디네이터 애나(더바인 조이 랜돌프)의 조언으로 해변 영원으로 떠나며 아내 조앤에게 쪽지를 남긴다. 이곳에 온다며 자신을 따라 해변 영원으로 오라는 신호였다. 마침 환승센터에 도착한 조앤(엘리자베스 올슨)을 극적으로 만나 발길을 돌리게 되자 들뜨지만 곧 동상이몽이었음을 깨닫고 좌절한다.
하필이면 완벽한 자기 관리로 67년 동안 조앤만 기다렸던 라이벌이 등장했기 때문. 평범한 바텐더인 줄만 알았던 남자 루크(칼럼 터너)는 사실 조앤의 첫사랑이자 그녀가 사별한 첫 남편이었다. 래리와 결혼하기 2년 전,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전남편이 사후세계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었던 것. 세 사람은 이상한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위기를 맞는다.
첫사랑이냐, 평생의 단짝이냐. 환상적인 사후세계를 앞둔 조앤은 혼란스러운 기로에서 둘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만 한다.
죽음을 통해 인생을 톺아보다
▲영화 <영원> 스틸컷
영원
영화는 50년대 만난 인물들의 리즈시절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아날로그적이고 인공적인 환승센터의 이미지는 철저히 의도된 공간이다. 50-60년 대 미국 시트콤에나 나올법한 미장센은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하며 로맨틱 무드를 형성한다. 중장년층에게는 노스탤지어를, 청년층에게는 레트로 콘셉트로 매혹적인 감성을 더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후세계를 아기자기한 세계관으로 꾸렸다. 생전 기억을 연극처럼 볼 수 있는 기록보관소, 의술 경력 없이도 가능한 메디컬 월드, 서핑 월드, 해변 월드, 산악 월드 등 다양한 영원의 세계관을 홍보하고 체험해 볼 영원 박람회도 인상적이다.
주제면에서는 사랑을 향한 다양한 감정을 집약해 놓으며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계기를 선사한다. 사랑은 수만 가지 순간이 합쳐진 양가적 감정의 결정체다. 사랑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사랑하니까 보내주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선택의 책임과 결과를 받아 들이는 성숙한 자세인 셈이다. 조앤은 첫눈에 반한 완벽남 루크와 평생을 동고동락한 래리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래서일까. 어느 때보다 '영원'이란 말의 무게감이 전해진다. 영원은 끝없음, 영겁의 시간이고 삶이 아름다운 건 끝이 정해진 까닭이다. 죽음을 통해 삶을 되짚으면서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받는다. 유한한 삶은 인간을 더욱 아름답고 가치있게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영화 <영원> 스틸컷워터홀컴퍼니㈜
끝으로 다양한 레퍼런스가 비교된다. 사후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 <영혼의 사랑>(1991), 한국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미국 시리즈 <굿 플레이스>가 떠오른다. 한 여성을 둔 라이벌 관계성 면에서는 사랑을 테니스에 비유한 <챌린저스>가 생각난다.
기혼자라면 과몰입할 만한 현실적인 상황과 대사가 공감될 것이다. 엘리자베스 올슨의 사랑스러운 매력과 마일즈 텔러의 유쾌한 안정감, 칼럼 터너의 지고지순한 순정이 시너지를 이룬다.
한편, A24에서 제작된 <영원>은 2월 4일 극장 개봉하며 이후 애플TV 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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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남편이냐 첫사랑이냐...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는 삼각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