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까지만 해도 인기가 많은 스타 배우들은 소위 '신비주의'를 고수하면서 연기 활동을 제외한 매체 출연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대중들은 좋아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영화의 무대 인사 스케줄을 체크하거나 인터뷰 및 시상식 등을 챙겨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시절 <연예가중계>와 <한밤의 TV연예>, <섹션TV 연예통신> 같은 지상파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엔 스타 배우들을 각종 매체에서 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 이병헌은 지난 2021년 tvN<SNL>에 출연해 작품 속 명장면들을 직접 재연했고, tvN<유퀴즈>를 비롯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유재석의 <핑계고>와 신동엽의 <짠한형> 같은 유튜브 채널에도 스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해 작품과는 다른 소탈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타 배우들이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기 활동 휴식기나 신작 발표 전 직접 자신의 이름을 건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는 30일 tvN에서 첫 방송되는 10부작 예능 프로그램 역시 스타 배우가 동료 배우들과 함께 직접 이발소를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쇼다. 박보검이 이상이, 곽동연과 함께 출연하는 <보검 매직컬>이다.
예능 통해 새로운 매력 보여주는 배우들
▲박보검은 작년 <박보검의 칸타빌레>라는 심야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KBS 화면 캡처
배우들의 예능 출연이 흔치 않던 시절, 스타 배우를 예능으로 끌어들이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역시 나영석 PD다. 나영석 PD는 tvN으로 자리를 옮긴 후 처음으로 선보인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유학파 출신 배우 이서진을 무려 '짐꾼'으로 캐스팅했다.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 이후 <삼시세끼>와 <윤식당>, <윤스테이>, <서진이네>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나영석PD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나영석PD는 2015년 <삼시세끼>의 배경을 어촌으로 옮겨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을 예능으로 끌어 들였다. <삼시세끼-어촌편>을 성공으로 이끈 차승원과 유해진은 2019년 <스페인 하숙>을 선보였고, 유해진은 2022년과 2023년 진선규, 박지환, 윤균상과 <텐트 밖은 유럽> 시리즈에 출연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연예계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로 불리면서도 고정 예능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조인성은 2021년 절친한 선배 차태현과 함께 강원도 화천군의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에 출연했다. 조인성의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며 많은 인기를 얻은 <어쩌다 사장>은 2022년 전라남도 나주,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리나로 장소를 옮겨 시즌3까지 방영됐다.
2023년에 방송된 <아주 사적인 동남아>는 장항준 감독과 고 이선균, <재벌집 막내아들>로 주가를 올린 김도현, 김남희의 캄보디아 여행기를 다룬 예능이었다. 자극적인 요소는 많지 않지만 평소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던 배우들의 소소한 매력이 신선한 재미를 주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 해 연말 이선균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아주 사적인 동남아>는 이선균이 출연한 마지막 예능이 되고 말았다.
<정년이>를 통해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태리는 오는 2월22일 첫 방송되는 tvN 예능 <방과 후 태리쌤>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고정 예능에 출연한다. <방과 후 태리쌤>은 김태리가 경상북도 문경의 작은 마을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연극 수업을 하는 내용의 리얼리티로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함께 출연했던 최현욱, 예능인 강남과 아이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시골 마을에 이발소를 차린 배우들
▲박보검은 <보검 매직컬>을 통해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던 동료 배우들과 시골마을의 미용사로 변신한다.<보검 매직컬> 홈페이지
<응답하라1988>과 <구르미 그린 달빛>, <남자친구>, <폭싹 속았수다>, <굿보이> 등에 출연한 박보검은 최근 10년 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배우 중 한 명이다. 작품마다 발전된 연기를 보여줄 뿐 아니라 강하늘과 함께 연예계의 대표적인 '미담 제조기'로 불릴 정도로 주위 평판도 매우 높다. 데뷔 초부터 각종 시상식을 진행했던 박보검은 1993년생의 젊은 배우답게 예능 출연도 비교적 잦은 편이다.
2016년 <응답하라1988>에 함께 출연했던 안재홍, 류준열, 고경표와 <꽃보다 청춘-아프리카편>에 출연했던 박보검은 군복무를 막 마친 2022년 초 티빙 오리지널 예능 <청춘MT>에 출연했다. <청춘MT>는 김성윤 감독이 연출했던 <구르미 그린 달빛>과 <이태원 클라쓰>, <안나라수마나라>의 출연진들이 떠난 연합MT를 다룬 예능이다. 박보검은 여기서 드라마 종영 후 6년 만에 김유정, 진영, 채수빈 등과 재회했다.
지난해 김태호PD가 제작한 <My name is 가브리엘>에 출연한 박보검은 <폭싹 속았수다>가 방송되던 지난해 3월 KBS의 음악 예능 <더 시즌즈>의 7번째 주자로 합류해 <박보검의 칸타빌레>를 진행했다. 그동안 <더 시즌즈>는 박재범과 악동 뮤지션, 이효리, 지코, 이영지 등 예능에 비교적 익숙한 연예인들이 진행을 맡았기 때문에 박보검의 합류는 꽤 파격적이었지만, 나름 안정된 진행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두 편의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보검은 올해 첫 활동으로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리얼리티 예능 <보검 매직컬>을 택했다. <보검 매직컬>은 미용 담당 박보검과 네일 담당 이상이, 간식 담당 곽동연이 미용실 하나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이발소를 차려 마을 사람들의 머리와 손톱을 손질해 주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힐링' 예능이다. 박보검을 비롯한 세 배우의 소소한 이야기와 시골 마을의 푸근함이 더해질 <보검 매직컬>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시골 이발사' 된 박보검,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