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신작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는 14대 대통령 김영삼의 업적을 돌아보는 장편 다큐멘터리다.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김대중과 함께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고, 끝내 대통령이 되어 문민정부 5년을 이끌었던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인물이었던 그다. 그럼에도 오늘에 이르러 그를 추앙하는 정치가, 또 추억하는 국민들이 한 줌이 되지 않으니, 영화의 제목인 '잊혀진'이란 평가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85분짜리 장편 다큐는 김영삼 대통령의 공적을 하나씩 살핀다. 30여 년의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그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도 가장 급진적인 개혁책을 여럿 실행한 추진력 있는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역사바로세우기 ▲지방자치제 부활 ▲정보화 추진 ▲세계화 추진 등이 가진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대통령 취임 직후 이뤄진 하나회 척결은 김영삼 대통령의 업적을 논할 때 빠지는 법이 없다. 신군부 노태우, 박정희 정권의 후예인 김종필과의 동행을 선택한 삼당합당으로 집권한 김영삼이 아닌가. 그로부터 온갖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김영삼 대통령이 권력을 거머쥔 뒤 곧장 하나회를 척결하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구속하리라 예견한 이는 없다시피 했다. 그 파격적 행보가 실권을 쥐고 있던 하나회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와해되는 결정타가 됐다.
군 내 비밀결사이자 이익집단이 존재해선 안 된다는 원칙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하나회 척결은 무력한 구호였던 원칙이 현실에 뿌리내린 증거였다. 군부독재의 진정한 종식, 김영삼 대통령이 기억돼야할 마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의 한국사회 기틀을 마련하다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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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또한 대단한 개혁이다. 대통령 긴급명령에 따라 실무자 10여 명 외에는 참모들조차 알지 못했다는 이 정책은 한국 경제가 오늘의 번영에 이르는 데 확고한 기반이 됐다. 공직자 재산 공개 전면화 등 일련의 부정부패 시정 조치와 함께 이뤄진 금융실명제는 부패로 얼룩졌던 당시 정치문화와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천문학적 비자금이 발이 묶이고 지하경제가 일소되는 효과 또한 상당했다. 전두환과 노태우 등 군부 인사들의 불법을 확인하는 데도 금융실명제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금융실명제 뿐 아니라 부동산실명제 등 전면적으로 투명해진 경제구조는 이후 한국 경제가 세계화의 흐름 속에 편입되는 데도 긍정적으로 기능한다.
영화는 이밖에도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국기를 바로세우는 작업, 김대중 정권에 앞서 정보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한 일 등을 설명해나간다. 문민정부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여러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영삼 대통령의 비범한 결단력과 한국사회가 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등을 풀어낸다.
영화가 이야기하듯 김영삼 대통령이 오늘의 한국에서 받는 평가가 가혹하고 아쉽다는데 동의한다. 온갖 여론조사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국민 선호도는 언제나 뒤에서 세는 편이 훨씬 빠를 만큼 미약하다. 소위 IMF 사태라 불린 금융위기가 그 임기 내에 있었던 점, 김영삼 정권의 기치를 잇는 정치세력의 실패가 한 몫 했을 테다.
영화 속에 등장해 김영삼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들의 면면 또한 마찬가지. 아들인 김현철을 비롯해 김무성·정병국 전 의원 정도가 거듭 인터뷰에 응하는 것을 보자면 김영삼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 유효한 개혁에 몸 바치고 있다 자부할 수 있는 인물이 그 기치 아래 없었구나 싶은 마음을 지우기가 어렵다.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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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의 아쉬움도 여럿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직접적 인연이 없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수차례 카메라 앞에 세운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 40대 기수론을 제기하며 정치계에 파란을 일으킨 김영삼 대통령의 과거를 언급하며 이준석에게 발언권을 주는 대목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공과를 공정히 소개하지 않는 모습 또한 아쉽다. 아들인 김현철이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된 사안에 대해서는 김무성을 등장시켜 '내가 내용을 아는 데 잘못이 없음에도 구속된 억울한 사건'이라는 식으로 면죄부를 준다. 심지어는 현 대통령 입장에서 자식의 구속을 기꺼이 감내한 대인배란 식으로 포장하기까지 한다.
이 모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김영삼이 현실 가운데 반드시 돌아볼 만한 정치인이란 건 분명하다. 특히 구조를 개혁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오늘의 한국에선 더욱 그렇다.
개혁이 긴요한 시대, 김영삼을 떠올리다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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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늘을 백척간두에 섰다고 보는 이가 많다. 지난 시대 번영의 핵심 동력이었던 인구구조는 무너진 지 오래이고, 그에 의지해 설계된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제도 또한 턱없이 부실하다. 토마 피케티 등 세계적 석학이 경고해온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의 문제가 한국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또한 위험이다.
사회 전반의 자본이 부동산에 필요 이상 집중돼 있다는 것, 제조업에서 기술산업으로 체질개선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단 것, 누적된 가계부채와 금융부실 등의 문제, 다가올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돌봄 부담, 악화되기만 하는 국제정세와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대북관계 또한 위기의 제 요소로 작용한다.
더는 주먹구구식 조치가 효과를 발하지 못할 때가 다가온다.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순간, 그를 이끌 수 있는 정치가의 역량이 절실하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은 제게 맞는 정치적 리더를 갖는다던데, 한국의 오늘은 어떠한가.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가 의미를 갖는 지점은 오늘의 한국 또한 개혁이 긴요하기 때문이겠다.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포스터다자인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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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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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의 업적 논하는 영화... 이준석 출연은 옥에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