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100미터.>의 한 장면.
미디어캐슬
토가시는 100미터 달리기 부문 일본 초등학교 전국 1등인 선수다. 선천적으로 발이 빨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에 올랐다. 그는 '100미터를 빨리 달리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에게 달리기는 일종의 권력이자 지위였다. 선생님에게 사랑 받고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게 해주는 도구였다.
그런 그의 앞에 코미야가 나타난다. 누구보다 잘 달리고 싶어 하지만, 누구보다 느린 아이. 토가시가 코미야를 위해 개인 훈련을 해준 덕분에 코미야의 달리기가 조금씩 빨라진다. 그러나 어느 날 코미야가 갑작스럽게 전학을 간다.
고등학생이 된 토가시는 슬럼프를 겪는다. 이제 달리기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때, 육상부에서 가입 제안이 들어온다. 달리기를 통해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을 느낀 그는 다시 트랙 위로 돌아온다. 지역 대회를 거쳐 전국 대회 결승에 오른 토가시 앞에 운명처럼 코미야가 나타난다.
10초 남짓한 100미터 달리기로 인생을 비유하는 건 과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인생이 찰나처럼 지나간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나 100미터 달리기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통해 인생을 들여다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토가시에게 달리기는 굳이 붙잡으려 애쓰지 않아도 곁에 있는 존재였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쟁취하려 하기보다 '달려야 하니까 달린다'는 감각에 가까웠고, 그만큼 목적의식은 점차 흐려졌다. 반면 코미야에게 달리기는 간절하지만 쉽게 닿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은 달리기와 함께할 운명이 아닌 것 같았고, 방법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목적의식을 더욱 단단히 붙들었다.
오랫동안 1등을 지켜온 이는 내려오는 순간을 꿈꾸고, 만년 2등은 오직 1등만을 바라본다. 만년 3등은 도달할 수 없는 정상의 존재를 인정하고 오히려 현실을 받아들이는 길을 택한다.
〈 100미터. 〉는 '왜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가'라고 질문하는 영화다. 누군가는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혹은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답할 수도 있다. 라이벌을 이기기 위해, 1등을 하기 위해, 기록을 세우기 위해 달린다는 답도 나온다. 이름을 알리고 역사에 남기고 싶다는 욕망도 있다. '달릴 수 있으니 달린다'라는 답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건네는 또 하나의 답은 '재미있으니까 달린다'이다.
'우리는 왜 달리는가'라는 질문은 '우리는 왜 이 일을 하고, 왜 살아가는가'로 이어질 수 있다. 재미가 없다면, 재미를 찾지 못한다면, 재미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버티기 어려운 삶이다. 타인의 재미, 나의 재미, 이미 존재하는 재미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재미를 누리고 전하며 남기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결국 100미터 달리기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원초적이고, 동시에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애니메이션 영화 <100미터.> 포스터.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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