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의 4강전에서 한국 이민성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민성호가 한일전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 남자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자리한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 자리한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4강전서 일본에 0-1로 패배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3~4위전으로 떨어졌고, 일본은 2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자존심이 걸린 한판 대결이었다. 대회 내내 경기력에 대한 비판에 시달렸던 이민성호는 천신만고 끝에 준결승에 올라왔다. 조별리그서는 이란(무)·레바논(승)에 승점 4점을 가져왔으나 최종전서 우즈베키스탄에 2-0으로 완패하면서 분위기가 꺾였다. 레바논이 이란을 격파하면서 어부지리로 8강에 올라섰던 대표팀은 호주를 상대로 백가온·신민하 득점에 힘입어 승리했다.
그렇게 준결승서 맞이한 상대는 '숙적' 일본. A대표팀에서는 연패를 거듭하며 고개를 숙였으나 23세 이하 레벨에서 최근 전적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2022년 대회 8강전서 3-0 완패를 기록했으나 이어진 항저우 아시안 게임 결승(2-1, 승)·2024 아시안컵 조별리그(1-0, 승)에서 승리를 기록하면서 자존심을 세운 바가 있다.
6년 만에 정상 탈환과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일본을 만난 이 감독은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은 U21로 팀을 구성했으나 선수들의 프로 경험이 많은 강팀이다. 우리도 팀 전체가 장점을 살려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팀은 호주전과 똑같은 선발 명단과 전술을 내세웠다. 최전방에 백가온을 필두로 김용학·김동진·강성진·배현서·강민준·이현용·이건희·장석환·신민하·홍성민이 선발로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서 일본이 먼저 웃었다. 전반 35분 코너킥 상황서 나가노의 헤더를 홍성민이 쳐냈지만, 흘러나온 볼을 고이즈미가 오른발로 밀어 넣으면서 선제골을 기록했다.
일격을 허용한 대표팀은 강성진·장석환·정승배·김태원이 위협적인 슈팅을 기록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으나 끝내 결정적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일본의 승리로 귀결됐다.
'경기력 비판→한일전 패배' 이민성호, 아시안 게임까지 믿어야 할까
완벽한 패배였다. 일본을 상대로 유의미한 공격 장면을 만들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이 계속해서 연출됐다. 전반에만 유효 슈팅을 4개를 내줬으며 코너킥 상황서 안일한 수비가 나오면서 실점을 내줬다. 공격에서는 45분간 단 한 차례의 유효 슈팅에 그쳤으며, 후반에도 롱볼과 크로스 일변도 적인 공격만 이어지면서 답답함을 더했다.
결국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6년 만에 정상 탈환에 실패한 가운데 대표팀에 대한 시선은 너무나도 싸늘하다. 바로 이민성호가 출범 후 계속해서 보여준 답답한 경기력 때문. 지난해 6월 이 감독이 취임한 이후 U23 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아쉬웠다. 데뷔전이었던 호주와의 맞대결에서는 1무 1패를 기록한 상황 속 9월에 열린 아시안컵 예선전서는 반전을 보여줬다.
객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마카오·라오스·인도네시아를 차례로 격파하며 손쉽게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따내면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게 다였다.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원정 2연전에서는 무려 6골을 내주면서 무너졌고, 11월 판다컵서는 한 수 아래 전력이었던 중국에 충격적인 0-2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우즈베키스탄·베트남을 차례로 제압하며 극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따냈으나 경기력에서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이런 우려는 아시안컵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조별리그 3경기 중 무득점 경기는 2경기(이란·우즈베키스탄)나 됐고, 8강 호주전서는 전술 변화를 통해 극적인 승리를 따냈으나 호평을 받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90분 동안 유효 슈팅 단 2개에 그치는 치욕적인 모습이 나오면서 목표했던 정상 탈환에는 실패한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 속 대표팀 수장인 이민성 감독에 대한 의구심 섞인 시선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이후에도 이 감독을 향한 비판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과거 대표팀 동료이기도 했던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조별리그 최종전 종료 후 "최근 몇 년간 본 경기 중 최악이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토너먼트에서도 이런 반응을 뒤집지 못한 가운데 당장 9월에 예정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시안 게임은 성과를 넘어 특수한 의미를 지닌 대회다.
바로 병역 혜택이 걸린 대회이기 때문. 올림픽에서도 이 혜택은 걸려있으나 현실적으로 3위 내 입상하기까지는 쉽지 않기에, 비교적 메달권 진입이 쉬운 아시안 게임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장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지만, 아시안 게임에서는 현재 3회 연속(2014·2018·2023) 금메달 신화를 이룩하며 환호한 바가 있다.
이에 따라 손흥민·황희찬·김민재·백승호·설영우 등과 같은 현재 대표팀 주축 자원들이 병역 혜택을 받았고, 현재까지 해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현재 아시안 게임에서 불릴 만한 자원인 배준호(스토크 시티)·엄지성(스완지 시티·와일드 카드)·양민혁(코번트리)·윤도영(도르드레흐트) 등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자원들이 대거 자리하고 있다.
만약 이런 경기력이 아시안 게임에서도 이어지게 된다면 유럽에서 뛰는 유망한 자원들이 대거 국내로 복귀해 유럽 커리어를 중단할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뜻. 더 나아가 출전권이 2장으로 줄어든 LA 올림픽 본선 무대도 진출하지 못하는 참사가 다시금 나올 수도 있다. 그만큼 이번 일본전 패배가 주는 충격파를 무시할 수 없다.
한편, 대표팀은 오는 24일(한국시간) 3~4위전을 끝으로 대회를 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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