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허슬스틸컷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사라진 그가 다시 나타나기까지
양소룡의 홍콩 활동이 멈춘 건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겠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무술드라마<진진>이 중국 본토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자 중국에 방문한 그의 행보가 반대진영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간 냉전에 더해 둘로 쪼개져 있던 중화의 대립 가운데 본의 아니게 양소룡이 서고 만 것이다. 과거 삼합회와도 충돌했던 괄괄한 성품이 여지없이 이어진 끝에 그는 어떤 사과며 반성도 하지 않고 사실상 영화계에서 퇴출되는 신세가 됐다. 제가 가진 자본과 인맥으로 주변을 기웃거린 시절도 짧지 않았으나 더는 주류에 서지 못했다.
강제로 가져야 했던 10여 년 훌쩍 넘는 공백을 딛고 주성치 덕분에 재기할 수 있었다. 홍콩영화의 세례를 받아 다시 한 번 중흥의 한 축이 된 영화인 주성치가 지난 시대 사라진 양소룡을 제 작품 안으로 불러온 것이다. 그렇게 양소룡은 <쿵푸허슬>의 끝판왕 화운사신으로 자리한다.
<쿵푸허슬>에서 메리야스 차림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와 총알을 잡아내던 절대고수 두꺼비 야수가 바로 양소룡이다. 주성치는 양소룡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했고, 마침내는 그를 제 필모그래피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악역으로 만들었다. 가라테와 영춘권을 수십 년 간 수련해온 양소룡은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액션을 소화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고 했다. 그를 기억하는 영화팬 뿐 아니라, 새 시대 새로운 영화팬들에게 제 존재감을 알리는 데 단 몇 초면 충분했다.
이후 그만한 작품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지만 양소룡은 그렇게 제 연기인생, 또 삶의 방점을 찍는 데 성공했다. 영화계뿐 아니라 어디서도 이렇게 멋진 점을 찍어내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귀한 일이다.
그런 양소룡이 떠났다. 나는 그를 슬프지 않게 전한다.
▲소림사:무림8대고수스틸컷진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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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