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의 진정한 후계자, 양소룡의 영원한 퇴장

[김성호의 씨네만세 1256] 진짜 액션배우 양소룡을 기억하며

이소룡의 뒤를 이어 활약한 뛰어난 액션스타

이소룡-들 스틸컷
이소룡-들스틸컷에이디지컴퍼니

성룡과 같은 시대에, 그리고 이연걸보다는 몇 걸음 앞서서, 또 하나 주목할 배우가 있었다. 그게 바로 양소룡이다. 19일 중화권 매체 보도에 따르면, 양소룡이 지난 14일 중국 선전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홍콩영화에 정통한 이들이라면 알 수 있는, 그러나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면 지나쳐버렸을 지난 시대의 스타다. 그는 카리스마보다는 무예실력으로 이소룡의 후계 자리를 넘보았던 걸출한 재능이었다. 1970년대 등장해 1980년대 초반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한 그의 필모그래피를 이제는 기억하는 이 얼마 없다.

그가 연기한 작품들에서 보여준 호쾌한 움직임은 다른 배우에게선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들로 보는 이를 절로 짜릿하게 했다. 양소룡이 두각을 나타낸 배경이 여기에 있다. 거침없는 성품 탓에 반골 소리도 듣긴 했다지만 영화계를 주름잡던 삼합회와도 맞서 싸웠다는 등의 일화가 도리어 양소룡의 인지도를 팬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중화권 유명 드라마 <진진>의 주연으로 양소룡이 낙점된 건 그가 이소룡의 후계에 가장 가까웠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진진이 누구인가. 이소룡이 <정무문>에서 연기한 인물, 무인 곽원갑의 꼴통 제자로 스승의 죽음에 피의 복수를 하는 인물이 아니던가. 실제 곽원갑의 제자였다는 진누군가 하는 이를 모티프 삼아 빚어낸 진진의 캐릭터는 그대로 당대 액션영화의 전설로 받아들여졌던 터다. 그를 양소룡이 다시 깨우니, 아직 꺼지지 않았던 액션영화의 불길이 다시 타오르기에 이른 것이다.

쿵푸허슬 스틸컷
쿵푸허슬스틸컷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사라진 그가 다시 나타나기까지

양소룡의 홍콩 활동이 멈춘 건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겠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무술드라마<진진>이 중국 본토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자 중국에 방문한 그의 행보가 반대진영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간 냉전에 더해 둘로 쪼개져 있던 중화의 대립 가운데 본의 아니게 양소룡이 서고 만 것이다. 과거 삼합회와도 충돌했던 괄괄한 성품이 여지없이 이어진 끝에 그는 어떤 사과며 반성도 하지 않고 사실상 영화계에서 퇴출되는 신세가 됐다. 제가 가진 자본과 인맥으로 주변을 기웃거린 시절도 짧지 않았으나 더는 주류에 서지 못했다.

강제로 가져야 했던 10여 년 훌쩍 넘는 공백을 딛고 주성치 덕분에 재기할 수 있었다. 홍콩영화의 세례를 받아 다시 한 번 중흥의 한 축이 된 영화인 주성치가 지난 시대 사라진 양소룡을 제 작품 안으로 불러온 것이다. 그렇게 양소룡은 <쿵푸허슬>의 끝판왕 화운사신으로 자리한다.

<쿵푸허슬>에서 메리야스 차림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와 총알을 잡아내던 절대고수 두꺼비 야수가 바로 양소룡이다. 주성치는 양소룡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했고, 마침내는 그를 제 필모그래피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악역으로 만들었다. 가라테와 영춘권을 수십 년 간 수련해온 양소룡은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액션을 소화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고 했다. 그를 기억하는 영화팬 뿐 아니라, 새 시대 새로운 영화팬들에게 제 존재감을 알리는 데 단 몇 초면 충분했다.

이후 그만한 작품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지만 양소룡은 그렇게 제 연기인생, 또 삶의 방점을 찍는 데 성공했다. 영화계뿐 아니라 어디서도 이렇게 멋진 점을 찍어내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귀한 일이다.

그런 양소룡이 떠났다. 나는 그를 슬프지 않게 전한다.

소림사:무림8대고수 스틸컷
소림사:무림8대고수스틸컷진수해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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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