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0명', 그러니까 한국이 문제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1257]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

한국 국회의원 가운데 20대 국회의원은 몇 명일까?

답은 0명이다. 22대 현 국회에서 20살부터 29살까지인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30대 의원은 고작 14명, 그것도 대부분이 30대 후반이다. 40대 의원조차 전체의 10% 수준인 30명밖에 되지 않는다. 즉, 절대다수가 50대 이상이다. 22대 국회 평균연령은 56세를 넘겨 역대 최고령을 기록했다. 80대 이상 국회의원이 20대보다 많은 나라, 그게 한국의 현실이다.

지난해 뉴질랜드 의회에서 마오리족 권력 약화 시도에 반발하며 전통 의식인 '하카'를 해 세계적 화제가 된 의원 하나-라위티 마이피–클라크는 고작 21살이었다. 꾸준히 청년 정치가를 길러내는 프랑스에선 2024년 당시 34살이던 가브리엘 아탈이 총리직에 오르는 사건도 있었다.

역시 2024년 영국에선 2002년생인 샘 카링이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갈수록 젊어지는 영국 정치의 현실을 확인케 했다. 영국에선 카링 외에도 20대 의원이 10명이 넘는다. 영국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과 북유럽 일대에서 청년 정치가가 지역 의회나 정당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건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한국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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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스틸컷익스포스 필름

그러니까 한국이 문제다. 한국 정치가, 또 그 중심인 국회가 늙고 낡았다는 표현조차 이제는 너무나 늙고 낡아서 듣는 이를 피로하게만 한다. 유망한 청년은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고, 그나마 가끔 등장하는 이들은 나이만 청년일 뿐 늙은 정치가보다 더 구태의연하다. 유권자인 시민이 스스로 청년정치를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러나 어디 포기와 낙담이 답일 수 있을까. 탁월하거나 유망한 청년 정치가가 부재한 현실 가운데 그나마 발 들여놓은 청년 정치가들이 마주한 현실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의미 있는 이유이겠다.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는 일본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한국과 일본 사회를 잇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이일하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다. 정의당에서 활동해온 김창인과 문재인 정권 당시 여권 정책에 반발하며 강경한 거리 투쟁을 이어온 김현진을 주인공 삼아 청년 정치인의 제도권 입성시도를 따라붙어 다룬다.

흔한 시각에서 보자면 김창인과 김현진은 한국 정치의 좌와 우, 그것도 극히 왼쪽과 오른쪽에 선 이들처럼 보인다.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라 자임하는 김창인은 주류인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친다. 반면 스스로가 중도라고 말하는 김현진은 어느 모로 봐도 중도가 아닌 우, 그것도 극우에 가깝다. 이 다큐가 말하는 바가 이념, 또 어느 정치세력의 이야기에 한정되지 않는단 것이 그 설정으로부터 확인된다.

영화 속 김현진은 좋게 말해 보수의 선봉이다. '청년 화랑'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를 이끈다는 그는 국가 위기의 최선봉에서 장렬히 산화한 화랑도와 같이 스스로를 불태우겠다 달려든다. 그가 맞서는 건 범여권의 정책 전반이다. 최저임금 인상 및 지자체 청년수당 등이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시위에 나선 그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시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포함된 법안을 추진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개정하려 하는 시도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하는 데도 힘을 보탠다.

청년 사업가는 왜 극우의 전사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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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에 자리를 잡고서 황 전 대표처럼 단식과 노숙을 감행하는 김현진에게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흔들 법한 이들이 찾아와 격려를 전하는 모습도 담긴다. 황교안, 김문수 등 당대 유력 정치인들과의 만남 또한 비치는 가운데, 그는 이와 같은 행보가 행동력을 우선해 보겠다던 보수정당 공천을 위한 포석임을 감추지 않는다.

현실 속에선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일어선 청년 사업가다. 맨주먹으로 전단을 나눠주며 마케팅 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는 헬스장을 운영하며 자영업 컨설팅에도 열심인 그다. 그저 현업에서의 성취에 멈추지 않고 정치에 뛰어든 데는 모든 것이 정치와 관련이 있다는 깨달음이 영향을 미쳤다고. 특히 자영업자가 피부로 느끼는 세제부터 최저임금, 각종 복지정책에 대한 반감이 문재인 정권에 반발하고 보수진영에 투신하는 행보로 이어졌다.

김창인은 그와 대척점에 있다. 영화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서 치러진 비례대표 정책검증대회 과정을 뒤따른다. 당시 정의당 지도부가 여성과 청년을 우대해 당선 가능한 앞선 순번에 배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청년 비례대표 최우선순위로 결정되면 원내 입성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청년에게 배정된 비례순번이 1,2,11,12,21,22번인데, 이중 1,2번은 정의당 지지율을 고려할 때 실제 당선권인 때문이다. 홀수순번은 오로지 여성에게만 배정하고 짝수까지도 여성후보자에게 열어둔 탓으로 김창인이 당선되기 위해선 2번을 차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영화는 29살 청년 정치인인 김창인이 이 한 장의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과정을 뒤따른다.

어림 없는 국회 입성... 청년정치의 높은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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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모두가 알고 있다. 김현진과 김창인 모두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그것도 참담하게. 둘 모두 당내경선에서부터 실패를 맛본다. 김현진은 몸 바친 투쟁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얻어내지 못한다. 그는 철저히 외면 받는다. 당내 면접자리에서 그가 받은 질문부터가 성의없는 것이었다며 그는 허탈해한다. 주목할 배경 없는 그에게 정당은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보수정당 내에서 청년정치의 가능성은 그렇게 닫혀 있다. 주류 정당 바깥에서 또 다른 정치세력을 찾아보지만 마땅치 않다. 정당 깃발만 보고 찍어주는 유권자가 다수인 세상이 아닌가. 수많은 정치낭인이 주류 정당 주위를 기웃거리는 것도 그 때문일 테다. 가진 것 없는 청년 투쟁가는 거리에서의 한 시절을 남긴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김창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유의미한 득표를 기록하는 데 실패한다. 그가 걸어온 지난 행보, 또 정의당 내에서의 활동이 당원들에게 그리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뿐이다. 쓴 술을 삼키는 그 곁에서 그를 지지하는 소수 참모들이 더하는 말이 적잖이 아프다. 그처럼 좋은 사람이 정치를 하길 바랬다는 이들은 결국 현실 정치판 안에서 좌절만을 맛본다. 영화는 오로지 김창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당시 정의당의 상황을 거의 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밖의 이야기는 또 그대로 청년 정치의 또 다른, 더욱 큰 실패이기도 하다.

당시 김창인에 앞선 이들은 류호정, 장혜영, 문정은, 정민희 등이다. 이들이 상위순번을 차지한다. 이중 류호정, 장혜영은 고작 1%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당내 유력 후보에 앞서 당선권인 1, 2번에 배정된다. 실제 선출순위로는 19, 21위로 당선이 불가능했던 이들이 경력과 실력 모두 출중한 상위 후보들을 제치고 전진배치된 건 오로지 당이 청년을 우대하기로 결정한 때문이다.

요컨대 영화가 실패로 그리고 있는 청년 정치의 실패는 김창인 개인의 실패일 뿐 정의당 안에선 승리한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실제 원내에 입성하는 데 성공한다. 당시까지는 그래도 갖고 있었던 정의당의 유무형 자산의 지원으로 두 청년 정치인이 특혜를 입은 결과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우리는 알고 있는 바다.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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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탁월한 청년 정치가를 갖지 못하는 이유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는 패배의 기록이다. 당내 공천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청년의 나날을 숨 가쁘게 뒤따른 영화가 마침내 이들이 실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영화가 다룬 실패는 반절짜리일 뿐이다.

김현진의 실패는 그가 청년 정치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청년 정치가 어째서 패배하는지를 김현진의 이야기로는 얼마 살펴볼 수 없다. 당시 자유한국당이 청년정치를 어찌 대하는지를 영화는 깊이 다가서 살피지 않는다. 김창인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다. 당내 청년 정치인에게 비례 1,2번 배정이란 특혜를 주었던 정의당의 결정보다는 김창인의 패배에만 주목한 것이 그렇다. 때문에 영화는 김창인의 패배일 뿐 청년정치의 패배가 되지 못한다. 진짜 청년정치의 실패는 김창인 대신 선택받은 이들이 원내에 진입한 뒤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엔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정치에 뛰어들기 위해, 제도권 정치 안에 들어서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두 청년의 모습으로부터 한국 정치가 갖는 구조적 한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우수한 정치인은 우수한 유권자의 관심을 자양분으로 자란다. 그러나 한국 정치판은 어떠한가. 유권자들은 과연 우수한 정치가를 원하는가. 그만큼 자질 있는 정치가를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꾸준한 관심도, 역량 있는 이를 가려낼 능력도 갖지 못하여서 우리는 점점 더 자극적인 특징과 초라한 내실을 가진 이들만 만나고 있는 게 아닌가.

영화를 보면 볼수록 이 나라엔 탁월한 청년 정치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만한 인물을 길러내지 못하는 박약한 유권자 시민의 역량 또한 확인하게 된다. 말하자면 이 시대 한국에서 청년 정치가 패퇴하는 건, 20대 국회에 청년의 대표자가 채 한 줌도 되지 않는 상황이 오고 만 것은 오롯이 우리 자신이 초래한 결과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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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