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있었던 실화, '집값' 때문에 살인자가 된 여자

[영화 리뷰] 펑하오샹 감독 <드림 홈>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0년 작 <드림 홈>은 '미친 집값의 도시' 홍콩에서 아파트를 갖고자 하는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다. 집값이 폭등했던 2000년대 홍콩에서 실제로 있었던 끔찍한 사건을 토대로 해 현실감을 더한 이 작품은, 2000년대 홍콩 영화계의 재목으로 주목받았던 펑하오샹 감독의 영화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화제를 모았지만, 16년이 지난 오는 2월 4일 국내에서 최초 개봉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지금도 요동치고 앞으로도 제자리를 찾기가 요원할 것 같은 국내 '집값'의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내 집 마련이라는 이름의 집착

 영화 <드림 홈>의 한 장면.
영화 <드림 홈>의 한 장면.오싹엔터테인먼트

라이는 집을 사기 위해 투잡을 뛴다. 낮에는 은행 콜센터에서, 밤에는 가방 가게에서 일한다. 동료들의 여행 제안도 모조리 뿌리친다. 그녀가 꿈꾸는 집은 침사추이에 위치한 'No.1 빅토리아 베이'. 홍콩섬과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홍콩 최고의 아파트다. 이 집에 대한 집착은 어린 시절부터 켜켜이 쌓여 왔다.

1990년대 초, 홍콩인들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침공에 시달렸다. 정부는 폭력 조직과 얽힌 개발업자들과 손잡고 기존 주민들을 내쫓은 뒤 건물을 허물고 초대형 단지를 조성하려 했다. 라이의 가족은 끝까지 버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라이는 이른바 '영끌'로 No.1 빅토리아 베이 8B호의 계약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녀의 오래된 꿈, 가족의 삶까지 얽힌 '내 집 마련'에 다가서려는 순간, 집주인은 집값을 50%나 더 올려 달라고 요구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중병에 걸리고, 보험금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그때 라이는 충격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과연 그녀는 꿈의 집을 가질 수 있을까.

살인으로 시작해 연민으로

 영화 <드림 홈>의 한 장면.
영화 <드림 홈>의 한 장면.오싹엔터테인먼트

<드림 홈>은 시작부터 거침없다. 죽이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재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살인과 라이의 어린 시절을 교차 편집하는 방식이다. 자칫 혼란스럽고 지저분해질 수 있는 구조지만, 현재의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과거의 이야기는 차분하게 보여주며 명확히 분리한다.

현재를 따라가다 보면 라이의 살인 행각은 이유 없이 잔인하고 노골적이다. 살인의 '프로'가 아닌 만큼, 행위는 지저분하고 처절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살해 대상은 딱히 선량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그 시절, 그 도시의 사람들 이어서일까. 관객은 불편함 속에서도 미약한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비극, 강제 이주의 위기, 위기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삶. 그렇게 뿌리내린 '집'을 향한 집착은 연민을 자아낸다. 라이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초상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니 더 충격이다. 2020년대 들어 다소 꺾이긴 했지만, 당시 홍콩의 집값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2007년 하반기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즉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져 가던 시점이었다.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집값의 요동은 예정된 미래였다.

영화 속 라이만큼이나 당시 홍콩 사람들의 삶도 불안으로 가득차 있었을 테다. 그 불안이 특정 시대를 넘어 언제 어디서나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드림홈 홍콩집값 연쇄대량살인 재개발열풍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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