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서진'다웠다... '원조 도련님'이자 '영원한 오빠' 남진 이야기

[리뷰] SBS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 비서진>

비서진 남진
비서진남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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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남진이 80세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열정과 품격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월 16일 방송된 SBS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 비서진>에서는 남진의 일일 매니저가 된 이서진과 김광규의 모습이 그려졌다.

남진은 '데뷔 6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에서 팔순의 나이에도 3시간 가까운 공연을 완벽하게 소화할만큼 여전한 기량과 체력을 과시했다. 무대 전후로는 오래된 팬클럽인 '남진세상' 회원들과 만나 살갑게 소통하고 지난 60년을 추억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1945년생인 남진은 스무살이 된 1965년 '서울 플레이보이'로 데뷔하여 이후 '님과 함께', '그대여 변치마오', '빈잔'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하며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릴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성기였던 1970년대에는 동시대를 풍미한 나훈아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최고의 인기가수이자 배우로도 활동했다. 남진은 어느덧 데뷔 60주년을 넘기며 팔순이 된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서진>은 이서진과 김광규가 일일 매니저 역할로 '스타의 하루'를 현장에서 함께 체험하는 콘셉트다. 그동안의 출연자들은 두 사람과 연예계에서 이미 어느 정도 안면이나 친분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남진은 원로 가수로서 이서진-김광규와는 활동하는 분야도 세대도 전혀 달라서 오랜만에 접점이 거의 없는 인물이었다.

결과적으로 남진 편은 이전의 스타들과는 다른 결의 매력을 보여준 회차가 됐다. 이전의 출연자들과 장난스럽게 투닥거리는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에 비하여, 남진 편은 오랜만에 이서진과 김광규가 진짜 '비서진'처럼 진지하게 각잡고 대선배의 수발을 드는 내용 위주로 전개됐다. 또한 마침 '데뷔 60주년 기념 콘서트'라는 특별한 일정을 동행하며 자연스럽게 남진의 가수인생 전반을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서진과 김광규는 남진의 콘서트에서 갑작스럽게 오프닝 MC 역할을 맡아 진땀을 빼는가 하면, 남진에게 정성스럽게 핸드크림을 함께 발라주고 안마를 하거나, 무대 안팎에서 의상 수발까지 수행하는 등, 시종일관 안 맞는 듯하면서도 잘맞는 특유의 케미를 발휘했다. 매니저 역할이 서툰 후배들의 어설픈 실수와 넉살까지 넉넉한 웃음으로 받아주는 남진의 포용력과 입담도 빛났다.

또한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았던 남진과 이서진은 세대를 뛰어넘어 의외로 궁합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두 사람은 시대와 분야를 뛰어넘어 연예계를 대표하는 '금수저' 캐릭터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남진은 <목포일보> 사장을 지냈던 김문옥의 늦둥이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요리사와 가정교사를 뒀고, 1950년에는 보기 드문 외국 방송이나 LP음반으로 음악을 접할 수 있었을만큼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럼에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예인의 길을 걸었고, 본인의 능력으로 자수성가하여 톱스타의 반열까지 올랐다.

비슷한 배경을 지닌 이서진은 이러한 남진의 인생서사와 음악적 취향 등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모습으로 남진의 호감을 샀다. "남진 선배님은 트로트 가수가 아니라 올드팝에 가깝다"고 평가하거나, 소소한 팝의 역사를 줄줄 꿰차며 남진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눌 수 있을만큼 높은 음악적 이해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두 사람은 팝송이라는 취미를 매개로 막힘없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린 후배들을 다루는 것보다 어른들을 꼼꼼하게 수발하는 역할에 훨씬 최적화된 이서진의 매력을 잘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남진이라는 대가수의 삶과 매력을 한 편의 에피소드에 함축적으로 담아냈다는 것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남진은 이날 자신의 연예계 커리어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들이었던 1989년 칼부림 피습사건, 베트남 참전, 나훈아와의 라이벌 구도 등에 대하여 모두 허심탄회한 추억으로 털어놓았다.

남진은 과거 자신을 피습하여 중상을 입혔던 가해자를 기꺼이 용서했을 뿐 아니라, 그가 법적으로 최대한 선처를 받을 수 있게 배려했던 사실을 웃으면서 밝히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남진의 대인배적인 모습에 감동한 가해자는 이후 개과천선하여 지금도 종종 남진에게 인사를 온다고.

남진은 라이벌 가수였던 나훈아의 피습 사건 당시에는 자신이 배후라는 소문에 휩싸이며 고초를 겪었던 일화도 밝혔다. 남진은 루머로 인하여 검찰 특수실에까지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몇 분 만에 풀려났다고 한다.

한창 가수로 인기를 끌고 있던 24세에 군에 입대하여 베트남에 파병을 자원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남진은 파병 시절 연예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병영 내에서 가혹행위와 구타를 당했고, 전쟁터에서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어릴 때 부모 잘만나서 철없고 겁없이 살았고, 가수가 되어서 인기까지 끌다가 군대를 갔다. 처음에는 현실이 실감이 안났다. 매일 전쟁터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값진 교훈을 얻었다. 그때의 기억을 생각하면 뭐든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 생에서 가장 보람된 순간을 하나 꼽으라면 베트남 파병 시절이다. 그때가 내 인생의 밑거름이 됐다."

남진은 이서진의 주선으로 영화 <국제시장>에서 베트남 파병 시절의 남진 역할을 소화한 후배 가수겸 배우 정윤호(유노윤호)와 전화 통화를 나누기도 했다. 정윤호는 "선배님의 업적을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면서 "아따 이놈의 인기는 전후방을 안 가리는 구만"이라고 영화속 명대사를 재현하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남진은 팬들과의 남다른 인연과 의리로도 유명하다. 남진의 팬클럽 '남진세상'은 국내에서 이른바 최초의 아이돌 팬클럽으로 꼽힌다. 남진은 10대였던 소녀팬들이 어느덧 60~70대의 노인이 될 때까지 가족처럼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남진은 팬들의 열렬한 응원 덕에 원래 받기 힘든 상황이었던 가수왕까지 수상했던 일화를 밝히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팬들도 남진의 각종 미담을 전했다. 팬들 중에는 암 투병을 하거나, 생계가 어려워진 때에 남진으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던 사례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팬들과 나는 특별한 인연이다. 받은 만큼 보답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많이 받았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남은 삶이라도 보답을 잘해야겠다는 마음"이라는 고백은 남진이 팬과 무대를 바라보는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이서진은 남진과의 하루를 되돌아보며 "선생님분들을 많이 모셔봐서 아는데 남진 선생님은 세련됐다. 생각이나 마인드나 하고 다시는 것도 모든 게 세련됐다"며 존경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유명한 직업 연예인으로서의 프로의식, 팬서비스, 사회적 책임감까지. 남진이 왜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가요계의 큰 어른으로 건재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많은 여운을 남긴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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