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4강 대진 확정, '전통의 강호' 한일전이냐, '다크호스' 베트남-중국이냐

이민성호가 호주를 꺾고 절체절명의 벼랑끝에서 극적인 대반전에 성공했다. 이로서 한국 vs. 일본, 베트남 vs. 중국의 4강 대진표가 완성됐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월 18일 오전 0시30분(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에서 백가온, 신민하의 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우승후보로 꼽힌 두 팀이지만 8강전을 앞두고 분위기는 양측 모두 좋지 않았다. 한국은 조별리그 C조에서 졸전을 거듭한 끝에 2위로 간신히 8강에 성공했다. 그나마도 자력이 아니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완패하고도 레바논이 이란을 잡아준 덕분에 어부지리로 탈락을 면했다. 조별리그 결과만 놓고보면 중국(D조, 1승 2무)과 베트남(A조, 3승)보다도 못한 성적이었다.

또한 그 결과로 8강에서는 D조 1위인 우승후보 호주를 만나게 됐다. 호주와는 지난해 6월 이민성호 출범 이후 국내에서 열린 친선전 2연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1무 1패에 그친 바 있어서 8강 전망도 밝지 않아보였다.

다만 호주도 조별리그에서 중국에게 충격패를 당하고, 태국과 이라크에게는 선제골을 내준 뒤 겨우 역전승을 거두는 등, 조 1위에도 불구하고 한 수 아래로 꼽힌 팀들을 상대로 내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8강에서 패배하여 탈락하는 팀은 치욕적인 결과가 될 수밖에 없는 단두대 매치였다.

결과적으로 이민성호는 호주전에서 이번 대회 들어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대반전을 이뤄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이래 사우디, 우즈벡, 호주, 중국 등 아시아권 강팀들을 상대로 번번이 무기력한 경기를 보이던 이민성호가 우승후보를 잡아낸 첫 이변이었다.

이민성 감독은 호주전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조별리그 내내 쓰던 4-4-2를 버리고, 조별리그에서 한 번도 기용하지 않았던 '19세 막내' 백가온을 원톱에 배치한 4-5-1 전술을 들고 나왔다. 백가온은 선제골로 이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한국은 비록 호주에 후반 동점골을 내주며 고전하기도 했지만 조별리그에서의 부진한 모습에 비하여 한결 개선된 공격전개와 열정적인 투지를 보여주며 경기를 주도했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는 후반 막판에는, 조별리그부터 드러난 호주의 세트피스 약점을 정확하게 공략하여 코너킥 상황에서 절묘한 헤딩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국축구가 U-23 아시안컵에서 4강에 진출한 것은 우승을 차지했던 2020년 대회의 김학범호에 이어 6년 만이다. 이민성호는 이로서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8강에 그쳤던 황선홍호의 부진을 씻어내고 1차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한국은 이번 대회 8강전 4경기 가운데 유일하게 연장전을 치르지 않고 정규 시간에 승리를 따내며 불필요한 체력소모를 최소화했다.

이제 한국의 준결승 상대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은 16일 요르단과 8강전에서 1-1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두 팀은 오는 20일 오후 8시 30분 결승 진출을 놓고 '숙명의 한일전'을 펼치게 됐다.

일본은 지난 2016년과 2024년 대회를 통하여 아시안컵 역사상 유일하게 2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최초의 2연패와 3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23세 이하 역대 전적은 9승 6무 4패로 한국이 우위다. 하지만 U-23 아시안컵만 놓고보면 2패로 한국이 열세다. 신태용호의 2016년 카타르 대회 결승전(2-3)과 2022년 황선홍호의 우즈벡 대회 8강전(0-2)에게 모두 패배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2년 후 LA 올림픽을 대비하여 21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했음에도 조별리그 B조를 3전 전승 10득점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1위로 통과했다. 8강전에서 요르단의 위협적인 역습에 의외로 고전하며 탈락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승부차기에서 기사회생했다. 객관적인 전력을 고려할 때 여전히 이번 대회 참가국 중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반면 이민성호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호주전 승리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일전은 사실상의 결승전으로도 꼽힌다. 최근 A대표팀을 비롯하여 모든 연령대에서 일본에 밀리고 있는 한국으로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다. 한국이 일본만 넘을수 있다면 결승전 상대가 베트남-중국의 승자인만큼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민성 감독은 1997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을 2-1로 격침시키는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고 송재익 캐스터)'라는 명장면을 연출해낸 '도쿄대첩'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조별리그까지 극도의 부진으로 대회 이후 경질설까지 거론되던 이민성 감독에게도 9월 아시안게임과 LA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결정짓는 중요한 중간평가가 될 전망이다.

한편 4강전의 또다른 대진표에서는 '이변의 두 팀'이 격돌한다. 한국인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1골 매직'의 중국이다.

이번 대회 돌풍의 주인공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요르단을 2-0, 키르기스스탄을 2-1,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마저 1-0으로 잡고 A조 3전 전승 1위로 8강행 티켓을 따냈다.이어 8강전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B조 2위 아랍에미리트(UAE)를 3-2로 제압하며 조별리그부터 파죽의 4연승 무패 행진을 내달렸다. 아시안컵 준결승 진출은 박항서 감독이 이끌었던 2018년 중국 대회 준우승 이후 8년 만이다.

김상식 감독은 2024년 베트남 A팀과 연령대별 대표팀 겸임 감독으로 부임했다. 1년 전만 해도 2023년 전북 현대에서 성적부진과 팬들과의 갈등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이후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냈던 김 감독은 베트남에서 지도자 인생의 전성기를 맞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 감독에 앞서 베트남에서 원조 한류 지도자 신드롬을 일으켰던 선배 박항서 감독의 행보와 흡사하다.

김 감독은 베트남 지휘봉을 잡고 2024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미쓰비시컵),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에서 연달아 정상에 올랐다. 여기에 U23 아시안컵에서도 4강 진출에 성공하며 박항서 감독의 업적을 뛰어넘는 '상식 매직'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베트남의 준결승 상대인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끈끈한 수비력을 앞세운 '늪축구'로 대회 역대 최고성적을 경신하고 있다. 중국축구가 U-23 아시안컵 토너먼트 진출과 4강행은 사상 최초다.

중국은 이번 대회 8강까지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만 넣었다. 중국에서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이라크와 태국(이상 2골)을 비롯하여, 다른 조의 탈락팀인 시리아(2골, B조) 레바논(5골, C조)보다도 골을 못 넣었다. 중국의 유일한 득점은 조별리그 2차전 호주전(1-0)에서 평샤오가 기록한 득점이 유일하다.

하지만 중국은 조별리그부터 8강 연장전까지 무려 390분 동안 아직까지 실점은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테무산 야신'으로 꼽히는 골키퍼 리하오의 신들린 선방이 4강행의 주역이었다.일본이 8강전에서 요르단에 한 골을 내주면서, 이제 중국만이 이번 대회 유일의 무실점 팀으로 남게 됐다. 중국은 8강전에서는 한국을 제치고 조 1위를 차지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 동안 슈팅 28개, 유효슈팅 8개를 허용하며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끝끝내 버텨내며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베트남과 중국은 21일 오전 0시 30분,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이번 대회 총 8골을 기록하며 경기당 2골을 기록한 베트남의 화력이 중국의 무실점 방패를 뜷어낼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전통의 강호(한일전)대 이변의 다크호스(베트남 VS. 중국)로 요약되는 4강전 판도에 결승진출에 성공할 두 팀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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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호 U23아시안컵 한일전 김상식감독 중국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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