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따뚜이>는 2007년에 개봉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말하게 되는 이유는 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가 흥행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면서도 끝내 주방을 떠나지 않았던 우승자 최강록 셰프의 삶은 오래된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떠올리게 한다.
최강록 셰프는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밴드 활동을 할 만큼 음악에 열정이 있었고, 음대 진학을 목표로 했으나 실패를 겪었다. 이후 스페인어학과에 진학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해 자퇴를 하고 만다. 드럼을 배우고 싶었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선택한 일식집 아르바이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했다.
정식으로 요리를 배울 형편은 되지 않아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을 보며 독학을 시작했고, 이후 창업과 실패, 유학과 또 다른 실패를 반복했다. 꿈을 접고 무역회사에 다니던 시절, 술에 취한 채 우연히 지원한 <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에서 그는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다시 창업과 폐업을 겪었고, 그렇게 여러 번 무너진 끝에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최강록 셰프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회 한다는 얘기를 하게 되면, 여태까지 살아왔던 삶이 너무 비참해지지 않나요."
과거의 실패를 잊거나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는 실패를 부정하지 않는 사람만이 다음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영화 '라따뚜이' 주인공 링귀니와 최강록 셰프
▲영화 라따뚜이의 스틸컷월트디즈니픽쳐스/디즈니애니메이션스튜디오
자연스럽게 영화 <라따뚜이>가 떠올랐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링귀니는 재능도, 배경도, 심지어는 자신감마저도 부족한 인물이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해 아예 주방에 들어서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했다면 링귀니의 미래뿐 아니라, 요리에 대한 천재적 감각을 지닌 쥐 레미의 삶 역시 가능성 없는 채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링귀니는 포기하지 않았고, 레미와의 협력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성취로 이어진다.
<라따뚜이>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요리 천재 쥐'라는 특수한 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실패할까 주저하는 인물들이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 실패를 끝이 아닌 재료로 삼았다는 점 때문이다. 링귀니의 요리는 언제나 실패의 연속이고, 레미와의 협력 끝에 완성된 한 접시는 수많은 시행착오 위에 놓인다. 이 단순한 진리를 영화는 끝까지 밀고 나간다.
최강록 셰프의 이야기와 <라따뚜이>가 연결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우승도 없었을 것이고, 좌절을 부정했다면 성취 역시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실패를 지나온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는 링귀니가 레미와 함께 수없이 싸우고 실패하고, 실망하면서도 주방을 떠나지 않았던 것과 닮아 있다.
요즘 우리는 실패를 너무 빨리 정리하려 한다. 실패는 곧 낙오이며 방향 전환은 곧 포기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라따뚜이> 속 링귀니와 최강록 셰프의 이야기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패는 다음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삶의 한 가지 재료라는 점이다. 그 재료를 어떻게 다룰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최소한 주방을 떠나지 않는 한 요리는 계속된다는 사실을 이들은 증명했다.
그래서 <라따뚜이>는 실패 이후의 삶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묻는 영화다. 그리고 <흑백요리사> 시즌2가 남긴 명장면 역시 우승의 순간이 아니라 끝내 다시 요리를 선택한 한 사람의 삶 자체였다. 실패를 겪고 있는 사람,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는 사람, 혹은 다시 시작할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꼭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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