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해 12월 재개됐던 영상자료원 원장 공모가 6일 마감된 가운데 영화계 일부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탄핵 이후 영상자료원장 공모를 주관했던 실무자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지난해 10월에 임기가 만료된 이사 등이 있는데, 이를 교체하지 않고 원장 공모를 먼저 진행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상박물관 건립이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관련 예산 편성이 영화계 주요 현안을 떠오르고 있는 만큼 영상자료원의 가치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전문가가 영상자료원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영화 대표적 원로인 정진우 감독은 "한국영상자료원은 전문가의 긴 안목으로 가야 한다"며 "특별한 과오가 없다면 지금까지 잘해온 사람에게 계속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영화기관으로 부상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에서 기획한 고 안성기 배우 추모전
한국영상자료원
이런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나 영상물등급위원회와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던 영상자료원이 주목받는 영화기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 안성기 배우 추모전, 유현목 감독 탄생 100주년 기획전 역시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배우였던 고 안성기 배우의 장례가 치러진 9일,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은 고인이 주연한 <만다라> <남부군> <성공시대> 10편의 작품을 모아 유튜브 채널을 통한 추모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유현목 감독 탄생 100주년 기획전 역시 영화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영화의 거목이었던 유현목 감독의 역작을 상영하고 영화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는데, 1960년대 작품이었던 <오발탄>은 매진을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2022년부터 선보인 한국영화운동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지금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영화의 기원과도 같은 1980~1990년대 영화운동의 사료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작업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상자료원이 본격적인 자료 수집에 나서면서 상당한 자료들이 확보됐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등의 시네마테크 활동과 구술채록을 통해 2000년대 이전 활동들을 복원하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도 역시 관련 자료를 기증받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는 중이다.
최근 영화계의 주요 현안인 지역영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지역영화인들의 목소리를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초심자를 위한 시나리오 입문 강좌를 개설해 김홍준 원장이 직접 진행하는 것도 특별하다.
영화연구자나 영화인들을 비롯해 일반 관객들의 관심도 높아졌다.무료 관람이라는 특성상 기존에는 노령층이 주로 찾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 20~30대 이용이 늘었다고 한다. 좋은 기획전이나 강의, 학술행사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 관심을 받는 것이다. 영상자료원 측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전문성 강화가 한 몫
▲서울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
영상자료원의 변화는 민주정부에서 전문가들이 원장으로 임명된 것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주진숙 중앙대 명예교수에 이어 서울대 알라셩 출신으로 한예종 교수를 지낸 김홍준 감독이 임명되면서 영상자료원의 위상과 존재감은 달라졌다는 것. 원장 외에 사무국장이나 이사들 역시 영화계 인사들로 구성되면서 전문성이 크게 강화됐다.
현 김홍준 원장은 지난 2022년 대선 직전 임명되면서 임기를 지킬 수 있었으나, 윤석열 정권에서는 교체 대상으로 꼽혔다는 것이 영화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한 원로영화인은 "2024년 한 영화인 장례식장에서 만난 윤석열 정부 문체부 인사가 현 원장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기에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4월 윤석열에 대한 탄핵선고가 나온 직후 영상자료원장 공모가 시작되면서 영화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유인촌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를 향해 경고를 보냈고, 결국 공모는 중단됐다(관련기사 :
내란 세력 '알박기' 영화기관 인사 시도에 영화계 경고, 결국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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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영화로 관심받는 한국영상자료원... 영화계, 원장 공모 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