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들어 V리그 여자부의 순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선두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굳건한 '2강'을 형성하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최근 3연패를 당하며 주춤하는 사이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4연승,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2연승을 거두면서 중·상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다. 실제로 12일까지 2위 현대건설(39점)과 5위 GS칼텍스 KIXX(30점)와의 승점 차이는 단 9점에 불과하다.
중·상위권 팀들이 이렇게 촘촘하게 붙어 있는 것과 달리 하위 두 팀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6승 2패를 기록했던 6위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이후 13경기에서 9연패를 포함해 1승 12패라는 실망스런 성적에 머물렀다. 페퍼저축은행이 기록한 '충격의 9연패'에 가려졌을 뿐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역시 최근 12경기에서 2승 10패에 그치며 좀처럼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중·상위권의 4팀과 하위 두 팀의 승점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페퍼저축은행과 정관장은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최하위 결정전'을 치른다. 양 팀의 승점 차이가 3점에 불과한 만큼 이 경기 결과에 따라 후반기 탈꼴찌 경쟁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양 팀이 각각 조 웨더링튼과 엘리사 자네테라는 좋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만큼 이 경기는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활약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
나란히 하위권으로 떨어진 페퍼와 정관장
▲박은서는 이번 시즌 박정아를 제치고 페퍼저축은행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창단 후 지난 시즌까지 4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페퍼저축은행은 실질적인 1순위 외국인 선수 조이와 일본 국가대표 출신 미들블로커 시마무라 하루요를 앞세워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6승 2패를 기록하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시즌 초반의 무서운 기세가 이어진다면 최하위 탈출은 물론이고 창단 첫 봄 배구 진출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2라운드 중반 이후 페퍼저축은행의 상황은 급변했다.
페퍼저축은행은 2025년 11월 21일 정관장전부터 12월 26일 도로공사전까지 9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2위였던 순위가 6위까지 추락했다. 페퍼저축은행은 12월 30일 GS칼텍스전 승리로 간신히 연패의 사슬을 끊었지만 새해 들어 기업은행과 GS칼텍스, 흥국생명에게 패하며 아직 2026년 첫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에게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최근 13경기에서 따낸 승점이 고작 5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흥국생명과 명승부를 펼치며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에 멋진 조연 역할을 했던 정관장은 시즌이 끝나고 반야 부키리치(일 비종떼 피렌체)와 메가왓티 퍼티위가 동시에 팀을 떠나는 대형 악재가 있었다. 여기에 FA자격을 얻었지만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한 베테랑 아웃사이드히터 표승주(KBS N 스포츠 해설위원)마저 은퇴를 선언하면서 정관장의 전력은 크게 약해지고 말았다.
정관장은 새 외국인 선수로 이탈리아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자네테를 영입했고 메가의 자리에는 무릎 수술 후 재활 중인 위파위 시통을 지명했다. 시즌 중반 이후를 기대한 승부수였지만 당장 아시아쿼터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은 쉽지 않았고 정관장은 2라운드까지 12경기에서 4승 8패에 그치며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에 정관장은 2025년 12월 8일 아시아쿼터를 몽골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인쿠시로 교체했다.
교체 후 3경기에서 22득점에 그치며 V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인쿠시는 새해 들어 3경기에서 47득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김연경이 인정한 '성장형 선수'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인쿠시의 활약과 달리 정관장은 인쿠시 합류 후 6경기에서 1승 5패에 그쳤다. 인쿠시의 합류 이후 정관장은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인쿠시의 활약이 정관장의 승리로 연결되진 못했다는 뜻이다.
아웃사이드히터 활약에 결정될 승부
▲인쿠시는 최근 3경기에서 각각 13득점, 16득점, 18득점을 올리며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페퍼저축은행과 정관장은 12일까지 각각 승점 21점과 18점으로 6위와 7위에 머물러 있다. 반면에 양 팀의 맞대결에서는 3라운드까지 정관장이 3전 전승으로 앞서 있고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정관장을 상대로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지 못했다. 정관장으로서는 페퍼저축은행과의 4번째 대결에서도 승리를 통해 탈꼴찌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고 페퍼저축은행은 정관장전 연패를 끊고 새해 첫 승을 따내야 한다.
양 팀은 각각 조이와 자네테라는 믿음직한 외국인 선수를 거느리고 있다. 조이는 무릎 부상으로 시즌 개막 후 3경기에 결장하면서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보다 3~4경기 적게 소화했지만 45.72%의 성공률(2위)로 484득점(4위)을 기록하고 있다. 정관장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베테랑 아포짓 스파이커 자네테도 20경기에서 37.69%의 성공률(7위)로 391득점(6위)을 올리면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양 팀의 외국인 선수들이 4번째 맞대결에서도 제 몫을 해준다면 결국 승부는 아웃사이드히터의 활약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은 4라운드 3경기에서 박은서와 박정아가 선발 아웃사이드히터로 출전하고 있는데 박은서가 최근 3경기에서 45득점을 기록한 반면에 박정아는 같은 기간 17득점에 머물렀다. 박정아가 리시브의 아쉬움을 공격에서 풀지 못하면 코트에서 활용도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관장은 인쿠시가 4라운드 3경기에서 연일 개인 최고 득점기록을 경신하면서 자네테에 이은 정관장의 2옵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수비가 불안한 인쿠시 대신 서브 리시브를 책임져야 할 박혜민의 최근 3경기 리시브 효율이 각각 18.75%, 8.82%, 35.09%로 기복이 매우 심했다. 13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박혜민의 서브 리시브가 흔들린다면 인쿠시의 공격도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페퍼저축은행은 3위 흥국생명과 승점 15점, 정관장은 승점 18점 차이로 벌어져 있다. 산술적으로 역전이 불가능한 차이는 아니지만 최근 경기력을 고려하면 양 팀 모두 봄 배구를 노리기엔 쉽지 않다. 하지만 5연속 최하위를 면해야 하는 페퍼저축은행에게도, 지난 시즌 준우승 정관장에게도 꼴찌를 하지 말아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두 팀의 4번째 맞대결이 그 어떤 경기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거라 전망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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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정관장의 '탈꼴찌 전쟁', 왼쪽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