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즈데이> 스틸
㈜팝엔터테인먼트
죽음이 감당해 왔던 숙명은 그의 방문을 받은 이들에겐 두려움에 불과했다. 죽음이라고 좋아서 타자의 최후를 목격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오랫동안 고통 가득한 삶을 견디며 종말을 기다리던 튜즈데이는 다른 이들과 달리 초연한 태도를 견지한다. 막막하게 하루를 견디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자로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의 대응은 죽음이 언젠가부터 잊어버린 대화의 희열을 되살리게 만든다. 애초 누구에게도 환영받을 일 없고, 다들 자신을 피할 궁리만 하니 실제론 상상하기 힘든 공감 능력의 소유자인 죽음으로선 그가 전별하는 자들의 온갖 한과 슬픔을 쌓아만 온 것.
튜즈데이의 별난 태도는, 곧 인간이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의 통로로 기능한다. 피할 수 없건만 부질없는 헛수고만 거듭하다 보니 정작 죽음이 갖는 고유 기능과 역할에 관해선 까맣게 잊어버린 것. 죽음을 필연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건 단지 체념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 전체를 꾸리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답안 제출과 연결된다.
예정된 최후가 기다리고, 유한한 삶을 받아들일 때 최선을 다해 살아갈 의지를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영생불사가 기본 조건이 된다면 우리는 과연 축복이라 기뻐만 하게 될까? 일찍이 <걸리버 여행기>에서 세 번째 장, '라퓨타'를 떠나 영국으로 돌아가던 주인공 걸리버가 경유하던 나라 중 죽지 않는 자들이 존재하는 땅에서 겪은 체험처럼, 권태와 망각만 남은 영원한 삶은 그저 병마와 상실, 빈궁에 시달리는 현세의 지옥과 다를 바 없었다.
주어진 운명에 절망하며 원망해도 어차피 수가 없다면, 지금을 충실히 살 수밖에 없다. 이제 죽음은 삶을 충만하게 가꾸는 동력이자 거울로 변환된다. 그런데 엄마의 입장은 또 다르다. 오래 살 수 없는 딸의 운명을 알면서도 지켜보는 것 말고 방도가 없는 운명은 그녀를 왜곡된 삶으로 이끈다. 애써 멀쩡한 척, 굳센 티 내보지만, 실은 이미 현실을 인정한 딸과의 작별을 견딜 수 없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그래서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가산을 팔아가며 딸과 종일 보내길 두려워한 나머지 굳이 간호사를 고용한 것. 고통 받는 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의무를 다한다는 허위의식과 딸을 막상 대면하기가 겁나는 속내가 그녀의 삶을 공허하게 몰아갔다. 후반에 튜즈데이가 목격하는, 소녀의 추억이 깃들었던 2층이 휑하게 텅빈 풍경은 곧 엄마의 마음 속 상태를 시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뻔하지도, 신파에 그치지도 않는 교훈극
우여곡절 끝에 모녀는 오랫동안 단절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물론 거저가 아니다.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가능한 결과다. 그 순탄하지 않은 과정은 곧 인류가 최초로 죽음을 목격하던 때부터 아득히 이어지는 숙제로 통한다. 엄마의 좌충우돌 분투기는 바로 인류의 끝나지 않는 질문을 향한 현대판 길가메시의 그것인 셈.
이 영화가 선보인 가장 매력적인 존재는 역시 '죽음'이란 이름의 마코 앵무새일 테다. 우리가 앵무새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추억의 모험소설 <보물섬> 속 역대급 캐릭터 외다리 실버의 반려조 '플린트 선장'이 속한 종이다. 죽어가는 자들의 한과 원념을 뒤집어쓴 양 시커먼 외양과 함께 수각류 공룡의 후예인 게 납득가는 특유의 시선을 가진, 의외로 대형 조류에 속하는 외형은 죽음이란 존재를 향한 두려움과 잘 어울린다.
게다가 흉내 내는 말은 능숙하지만, 오랜 고독 탓에 스스로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죽음의 딜레마 역시 마음의 진솔한 소리 대신에 주변에 휩쓸리고 비교되며 '불행 박람회'에 참여하듯 자신의 처지만 내세우는 세태 풍자와 자연스레 이어진다. 가족 드라마와 판타지를 오가는 영화 속에서 무리하지 않되 대충 겉치레에 그치지만 않는 초현실적 이미지의 정점에는 이 매력 넘치는 죽음이 든든히 서 있다.
왜 하필 앵무새일까? 요즘 해외 토픽에 곧잘 등장하는 런던 도심에 외래종으로 정착해 '닭둘기' 취급당하는 이유일 테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부당하게 박해 받고 내쫓기며 경원시한다. 그런 존재를 익살스럽지만, 진중할 땐 더없이 직무에 충실하게 형상화하는 <튜즈데이>의 이색적인 매력은, 무심코 조금 특별한 가족물을 찾아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성찰을 더불어 선사해줄 뜻밖의 선물 상자로 자리를 얻기에 충분해 보인다.
▲<튜즈데이> 포스터㈜팝엔터테인먼트
<작품정보>
튜즈데이
TUESDAY
2023|영국, 미국|드라마/판타지
2026.01.14. 개봉|111분|12세 관람가
감독/각본 데이나 오. 푸시치
출연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 롤라 페티그루, 아린제 케네
배급 ㈜팝엔터테인먼트
수입/공동배급 싸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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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