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는 이번 시즌 박지수(오른쪽)가 출전한 5경기에서 평균 15.6점 차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여자농구연맹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스타' 박지수(청주KB스타즈)에게 2025-26시즌 전반기는 좀처럼 뜻대로 풀리지않았던 시간이었다.
박지수는 올시즌 튀르키예 갈라타라사이SK에서 1년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올시즌 친정팀 KB로 전격 복귀했다. 하지만 시즌 초부터 독감과 신우신염 등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팀이 치른 13경기중 고작 7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고, 경기당 출전시간도 17분 15초에 불과했다.
경기당 평균 13점 6.9리바운드 1.6어시스트, 1블록를 기록하며 출전시간 대비 놀라운 생산성을 보이기는 했지만, '역시 박지수'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은 아니었다.
박지수의 합류로 압도적인 우승후보로 꼽혔던 KB는 전반기 7승 6패(공동 2위)로 간신히 5할이 넘는 승률에 만족해야했다. 반면 만년 약체로 꼽히던 부천 하나은행이 10승 3패로 예상밖의 돌풍을 일으키며 깜짝 선두에 등극했다.
심판 판정 논란, 전반기 막판의 최대 변수
설상가상으로 전반기 막바지에 박지수는 심판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벌금 징계까지 받았다. 2025년 12월 28일 충북 청주 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은행과의 경기 4쿼터에서 박지수는 하나은행 진안과의 볼 경합 과정에서 나온 판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KB가 추격하던 상황에서 진안의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이 나왔는데, 박지수는 이 과정에서 심판이 진안의 파울을 불러주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동료 선수와 코치진까지 나서서 만류했지만 박지수는 좀처럼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고, 급기야 벤치까지 이탈했다. 당시 경기는 하나은행의 81-72 승리로 끝났다.
박지수가 경기중 이렇게까지 격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사실 해당 장면만 보면 딱히 심판의 오심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당시 박지수의 분노는 해당 장면만이 아니라 경기 내내 누적된 심판 콜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박지수는 현재 여자농구 최장신 선수다. 압도적인 높이뿐만 아니라 슈팅과 운동능력 등을 두루 갖춰 데뷔 때부터 완성형 선수로 평가받았다. '건강한 박지수가 뛰는 팀은 무조건 우승후보'라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다.
집중 견제의 표적, 장신 센터가 겪는 숙명
반면 박지수를 1대 1로 대등하게 막을만한 장신센터가 없는 상대팀들 입장에서는 몸싸움이나 신경전, 파울성 플레이 등을 통하여 박지수를 최대한 심리적으로 흔드는데 수비의 초점을 맞췄다.
문제의 하나은행 전에서는 직전 인바운드 상황에서 상대 선수가 일부러 박지수의 등에 공을 맞춰서 튕겨나온 볼을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박지수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일만한 장면이었다.
박지수는 모든 경기에서 상대팀 집중견제의 표적이 되었지만, 정작 심판들은 원할한 경기운영을 위하여 박지수를 향한 파울을 일일이 모두 불어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잦은 파울을 당해야했던 박지수는 자신이 판정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누적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박지수 이전에 국내에서 압도적인 장신 센터로 불리우던 서장훈, 하은주, 하승진 등도 비슷하게 겪어야했던 상황들이다.
하나은행전 직후 소속팀 사령탑인 김완수 KB 감독까지 심판 판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박지수를 옹호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심판 콜의 기준이 뭔가 싶다.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고 그마저 설명을 안 해주니 소통이 안 된다"면서 "질의를 하면 피드백도 없고 '항의하지 말라'며 테크니컬 파울을 준다. 판정 하나 가지고 그런 게 아니라 계속 쌓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수와 김완수 KB 감독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경기 후 나란히 재정위원회에 회부됐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 8일 박지수에게 반칙금 50만 원, 김완수 감독에게는 100만 원을 부과했다.
물론 WKBL의 범칙금 부과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현장의 불만에 응답하는 대안이나 소통이 없었다는 것은 아쉽다. 박지수에게 적용되는 파울콜의 일관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박지수같은 특급 선수가 집중견제를 당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선수보호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위험하거나 거친 파울에는 일관성있는 판정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후반기의 변수는 여전히 '박지수'
후반기 KB의 반등과 프로농구 판도는 여전히 박지수라는 변수에 달려있다. 박지수는 전반기에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코트에 나선 순간만큼은 여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후반기에도 판정에 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상대의 집중견제를 동시에 이겨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지수가 후반기에 점차 체력을 끌어올려서 2023-2024 시즌 정규리그 만장일치 MVP와 8관왕 시절의 위력을 다시 재현할수만 있다면, KB는 후반기 하나은행의 독주체제를 흔들 유력한 대항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지수가 건강 문제와 심판판정이라는 악재를 딛고 후반기에는 우리가 기억하는 압도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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