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댄서의 뮤지컬 도전... "몸 잘 쓰는 배우로 기억되고파"

[인터뷰] <시지프스>의 '포엣'을 연기하는 배우 리헤이

 뮤지컬 <시지프스>에서 '포엣' 역을 맡은 배우 리헤이
뮤지컬 <시지프스>에서 '포엣' 역을 맡은 배우 리헤이오차드뮤지컬컴퍼니

유명 댄서 리헤이가 뮤지컬에 도전한다. 댄스 크루 '코카N버터'의 리더이자, 댄스 배틀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에 출연한 유명 댄서가 신인이 된 심정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리헤이의 데뷔작은 뮤지컬 <시지프스>로, 돌을 굴려 언덕 정상에 도달하면 다시 돌이 떨어지는 탓에 평생 돌을 굴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엮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시지프스>는 전쟁과 전염병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우연히 한곳에 모여든 네 명의 배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배우들은 평생에 걸쳐 돌을 굴리는 시지프스의 삶과 배우의 삶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돌을 굴리고 무대에 오르는 걸 즐기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리헤이가 맡은 역할은 '포엣'으로, 시인의 감수성을 지닌 유일한 여성 캐릭터다.

어느덧 공연이 시작된 지 3주가 흘렀다. 리헤이는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뮤지컬배우로서의 새 출발을 알렸다. 6일 대학로 일대에서 리헤이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배우 리헤이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유명 안무가에서 뮤지컬 배우로, 리헤이의 도전

- 본격적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연습이 끝나고 본 공연에 돌입하면서도 끝났다는 느낌보다는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무대에 오르면서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가 점점 커지고 있고요. 공연을 할수록 대사의 의미를 더 진득하게 생각하게 돼요. 연습할 때도 대본을 정말 많이 봤는데, 근래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그동안 춤을 추며 그래왔던 것처럼 잘하든 못하든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관객 분들께 제 마음을 다 보여드리고 싶어요. 뮤지컬에 도전했다는 걸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거든요."

- 뮤지컬에 도전하길 잘했다고 느끼신 순간이 있을까요?
"뮤지컬을 하면서 제 춤에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감정선이 생기고, 동작 하나하나의 의미를 더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안무를 구성할 때 음악의 느낌을 많이 고려해왔는데, 뮤지컬을 통해 음악의 의미와 가사를 한번 더 생각하는 경험을 하게 되니 제 춤에도 좋은 영향이 있더라고요. 또 관객 분들의 평가를 찾아보며 '내 움직임에 발전이 있었구나' 느낄 때 감사해요. 제 움직임과 표현에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실 때 짜릿합니다."

- 뮤지컬을 준비하시면서 어려웠던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연출님께서 '가만히 서있어 볼까?' 하고 넌지시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생각해보니 나는 가만히 서있을 수 없는 사람이더라고요. 저는 빈 공간이 없는 춤 스타일을 추구해왔고, 그래서 춤을 출 때는 가만히 서있으면 안 됐거든요. 하지만 뮤지컬을 하기 위해서는 비워내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가만히 서있을 때도 깔끔하게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만히 서있는 법'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기도 하고, 챗GPT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한 곳을 바라보는 방법, 입을 다무는 방법, 코로 숨 쉬는 방법 등 단순한 것들도 검색해보면서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뮤지컬 <시지프스> 공연 사진
뮤지컬 <시지프스> 공연 사진오차드뮤지컬컴퍼니

- 어떤 각오로 어려움을 극복하셨나요?
"처음에는 뮤지컬을 한다는 게 솔직히 무서웠어요. 다른 영역에 있다가 들어온 사람이니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 진실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빠르게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연습에 들어가기 전부터 모든 넘버와 대사를 외우려고 했어요. 이 작품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거든요. 더구나 함께 출연하시는 배우 분들 중 이전에도 이 작품에 출연하신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저 때문에 연습 속도가 뒤쳐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 동료 배우들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께 말로 다 하지 못할 만큼 큰 도움을 받았어요. 조환지 배우님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몸으로 더 표현하면 된다고 격려해주셨어요. 마주칠 때마다 '누나는 무슨 배우?' 하면 제가 '몸을 잘 쓰는 배우'라고 답하게 하시면서 제가 배우라는 인식을 심어주셨어요. 강하경 배우님은 일상적인 도움을 많이 주셨고요.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귀를 열어서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대사를 하면서 마침표를 많이 생각했는데, 이 조언을 듣고 나니 대사를 쉼표처럼 여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임강성 배우님은 지나가시다가 제게 달콤한 말을 두고 가시는 '츤데레'셨고요. 함께 '포엣'을 연기하는 배우님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을 함께 해주셨어요. 제가 질문을 하면 즉석에서 바로 답을 주셨죠. 이외에도 베테랑 배우님들이 함께 해주셔서 제 스타일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습니다."

리헤이가 표현하는 포엣

- 춤이라는 공감대가 있는 김병진 안무감독님께는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감독님께서 뮤지컬에서 몸이 어떤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는지, 경직된 몸을 무대에서 어떻게 풀어줄 수 있는지 조언해주셨어요. 춤과 일상에 빗대어 상황을 표현해주셔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을 제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고, 음악 안에 있는 소스를 더 생각하도록 도와주셨어요. 저더러 음악의 섬세함을 더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편한 춤을 더 춰도 괜찮다고 격려해주셔서 이렇게 무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배우라는 역할에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신 분입니다."

- 포엣은 엄마, 레몽 등 다양한 인물을 함께 연기합니다. 다역을 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신 점이 있다면요?
"저는 아직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기에 극중에서 엄마 역할을 온전히 이해하고 연기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제가 되어본 엄마는 '강아지 엄마'뿐이거든요. 조금이라도 엄마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집에서 강아지와 함께 대사 연습을 했어요. 강아지는 귀찮았을 거예요(웃음).

남성 캐릭터 레몽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제 강점인 움직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해요. 레몽은 나쁜 남자, 에너지가 있으면서도 시크한 인물이에요. 하지만 레몽이 나쁘다는 느낌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접근했습니다. 레몽이라는 캐릭터가 이전에 댄스 배틀을 하던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배틀을 할 때 상대가 너무 잘하면 겁이 나지만, 상대를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겁 먹은 걸 티내지 않으려 애쓰고, 무대를 바꿔 움직였거든요. 이런 모습이 레몽과 닮았다고 느껴요. 제가 여성임에도 나쁜 남자 레몽을 멋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움직임을 통해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시지프스> 공연 사진
뮤지컬 <시지프스> 공연 사진오차드뮤지컬컴퍼니

- <시지프스>가 끝날 때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몸을 잘 쓰는 배우'라는 평가는 평생 듣고 싶어요. 이 작품이 끝났을 때는 '진실성 있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제가 뮤지컬에 진실성 있게 다가가고,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는 뮤지컬에 계속 도전해보고 싶어요. 애정을 가지고 시작한 만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작품이 끝나고 연기를 꾸준히 배우면서 진지하게 준비해보고 싶습니다."

리헤이는 스스로를 "만족하면서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춤을 출 때도, 뮤지컬 무대에 오를 때도 리헤이는 계속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런 태도가 오늘날 세계 무대를 넘나드는 댄서이자 뮤지컬 배우 리헤이를 만들지 않았을까.

뮤지컬 <시지프스>는 3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시지프스> 공연 사진
뮤지컬 <시지프스> 공연 사진오차드뮤지컬컴퍼니
공연 뮤지컬 시지프스 리헤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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