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지난해 12월 30일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 제주항공 2216편 추적보고서-1년의 기록, 끝나지 않은 비행' 편이 방송됐다. 참사 유가족의 목소리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블랙박스에 없는 4분 7초를 주변 CCTV 등으로 재구성해 참사 당시 비행기의 궤적에 대해 복원했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3일 해당 회차 연출한 우한울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우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이게 아직 진실 규명이 다 되지 않았어요. 취재 시작할 때만 해도 1년 뒤면 복합적인 여러 사고 요인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에 따른 항공 안전 대책도 세워질 거로 예상했는데 전혀 드러난 게 없어요. 조류 충돌이 있었던 것과 둔덕에 부딪혀서 폭발했다는 정도예요. 그 외에는 명확하게 드러난 게 없어서 숙제가 많이 남아 있는 느낌이에요."
- 왜 명확히 밝혀진 게 없을까요?
"결국 항공 사고 조사의 주체는 국토부의 항공 철도 사고 조사위원회인데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마련한 항공 사고 조사 매뉴얼에 따라 조사 하게 돼 있고 조사 처벌보다 원인 규명이 우선이거든요. 왜냐하면 비슷한 문제가 방치될 경우에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사한 참사를 막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그런데 1년간의 성적표를 봤을 때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게 저희 판단이에요. 사고 조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 한 거죠."
- 제주항공 참사 1년을 2부로 나누어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말씀드렸다시피 사고 조사위원회가 1년 이내에 새롭게 밝힌 거라곤 조류 충돌과 로컬라이즈 부분 이외에 조종사의 인적 요인이죠. 그러니까 엔진을 잘못 껐어요. 상태가 더 나쁜 오른쪽 엔진을 꺼야 하는데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기록된 왼쪽 엔진을 껐어요. 인간의 실수죠. 그거 외에 사고 조사위가 특별히 한 게 없어요. 총체적으로 1년 맞아서 되짚어볼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걸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했던 유가족들은 언론이나 국민들 관심 밖에 있어서 많이 힘들어하셨거든요. 그분들이 외쳤던 사고 조사의 편향성, 근거의 부족함, 그 다음에 전문성 떨어짐 같은 게 사실과 진실에 부합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저희 취재진도 1주기 맞아서 그걸 되짚어야 한다고 판단했죠."
- 취재한 입장에서 지난 1년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참 실망스럽고 걱정이 많이 되죠. 어떤 점에서 그러냐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천공항을 통해 각 국을 돌아다니잖아요. 규모도 크고 상당히 시설도 괜찮고 인천공항이 전 세계 규모로 볼 때 세계 2위 수준의 항공 물류 능력 보유하고 화물 실적 세계 3위예요. 그리고 5천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규모 터미널 2개를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인천공항은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적인 메가 허브 공항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항공 안전 시스템은 정말 낙후돼 있어요. 중진국은 고사하고 후진국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느낌이에요. 그래서 실망스럽다는 거고 불안하다는 거고요. 왜 그러냐 하면 지금 이런 참사를 우리가 겪지 않았다고 해서 이 참사 조사할 전문가들이 적재적소에 없는 게 아니거든요. 꼭 이런 참사를 겪어야 후행적으로 적재적소의 전문가들이 자리한다면 계속 유사한 참사가 발생돼야만 예방 된다는 거거든요. 결국 항공 안전은 피로 쓴다는 말이 있어요. 전문가들이 종종 하는 말인데 어느 정도는 진실이지만 계속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경종의 말이거든요."
-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2025년 초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군 헬기가 민간 항공기와 부딪혀서 67명 사망했죠. 그 참사에서도 한 달 내에 긴급 안전 권고를 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사고 조사위원회에 해당하는 NTSB는 대통령 직속입니다. 그래서 더 큰 권한과 예산 인력 구조가 있죠. 바로 우리 국토부에 해당하는 부처에 구체적으로 긴급 안전 권고 합니다. 그럼, 90일 이내에 결과를 보고해야 해요. 국민들이 그런 과정을 보면서 안심하는 거죠. 참사를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이거든요. 참사가 나기 전 참사의 징후만 보여도 바로바로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개별 주체들의 실수들이 겹쳐서 하나의 큰 참사를 이루기 때문에 그 구멍들을 평상시에 계속 점검하고 막아야 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총 4개의 구멍이 연결돼 있습니다. 스위스 치즈 이론이라고 하는 데 세이프티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라고 해서 항공 안전을 담보하고 유지하는 시스템의 뒷받침 이론이에요. 그러니까 어떠한 참사도 하나의 문제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모든 참사가 동일해요. 마치 각기 다른 치즈가 일렬로 섰을 때 우연히 구멍이 맞아서 그 사이로 길고 큰 구멍이 생긴 게 참사인 거예요.
조류는 늘 왔습니다. 근데 십 수년간 매년 오는 새가 어떻게 먹이 활동을 하고 대량 군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거예요.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고요. 그리고 관제사는 그 이해가 없다 보니 근처에 (새가) 오더라도 올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했고 실제 왔으면 어떻게 조치해야 되는지 준비도 안 돼 있었던 거예요. 다만 관제사가 충돌 직전에 눈으로 보고 새가 많으니까 조류 충돌 주의하라고 안내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안내는 30여초전이고 코션 버드액티버티(Caution Bird Activity, 조류 활동 주의)라고 했거든요. 조종사는 늘 있는 새 몇 마리 있다고 이해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영상에도 봤지만, 그 수십만 마리의 엄청난 무리가 공항에 왔죠. 코션 버드액티버티라고 한 것에 대해 조종사들은 동의를 못하더라고요."
- 참사 당시 가창오리 떼가 구름처럼 이동하며 다닌 거 같네요.
"그러니까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겁니다. 우리 몸이 아프면 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하죠. 근데 지금 지난 1년간의 상황은 몸이 너무 아팠어요. 그런데 어디가 왜 아픈지 알아보지 않고 약부터 처방한 거예요. 저는 지금도 이해를 못 해요."
- 블랙박스에 4분 7초가 없었죠. 그래서 취재진은 주변 CCTV 등 참사 당시 영상을 찾아다니셨잖아요. 참사 당시 CCTV 영상을 찾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주변에 민가, 그 다음에 방범 CCTV 그리고 무안군에서 관리하는 구내 CCTV를 저희가 취합했어요. 참사 때문에 알아본다고 하니까 매몰차게 거절하시는 분들은 없었고 다 도와주셨어요."
- 취재진이 찾은 사고 당시 영상을 사조위는 못 구해서 기자님에게 영상을 달라고 했는데요.
"항공 참사가 우리만 겪는 게 아니잖아요. 많은 전문가가 정리 해둔 매뉴얼이 있습니다. 사실 그거대로만 해도 상황이 아주 나아졌을 거라고 보는데 안 된 거죠. 충분한 인력과 예산 전문성이 없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고요. 주변 CCTV를 저희가 찾으러 다니는데 언론 몇 군데 기자가 왔다 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근데 사조위에서 왔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CCTV 저장 기간이 한 달 남짓이기 때문에 저희가 한 달간은 다른 것 다 제쳐두고 CCTV만 찾으러 다녔거든요. 그런 식의 조사를 사조위도 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왜 안 했는지 의문이죠."
- 블랙박스에 없는 4분 7초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사실 4분 7초가 결과적으로 중요해진 거죠. 왜냐면 항공 사고 조사에서는 사실에 근거한 제대로 된 조사가 있어야지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거잖아요. 제대로 된 결과가 나와야 미래에 있을지 모를 참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에 근거한 독립적 조사가 되게 중요합니다. 사실상 모든 데이터가 필요해요. 우리가 비행기를 다시 날려볼 수는 없잖아요. 근데 실제 참사 당시 같은 모델 비행기를 똑같은 조건에서 날려볼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와 기록이 취합 돼야 돼요. 그래야 판단을 할 수가 있는 거예요. 때문에 저희가 FFS를 했죠. 그게 뭐냐면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는 건데 하늘에 우리가 실제 비행기 띄워 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숙련된 조종사들을 시뮬레이터에 태웠어요. 그 시뮬레이터는 참사 당시 비행기와 거의 똑같은 기종입니다. 유사하게 재연함으로써 당시 상황을 추정하는 거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항공 안전 시스템에 사실 여러 개 구멍이 있잖아요. 비행기 관련된 사람들의 역할 하나하나가 중요하거든요. 이게 복합적으로 항공 안전 항공 시스템이라는 걸 만들고 우리가 그걸 믿고 우리 몸을 맡기는 거예요. 다른 나라 항공기도 타잖아요. 그러니까 아이카오라는 국제 민간 항공 협회라는 게 있는 것이고 국제적으로 국경을 초월하는 협력도 하는 것이죠. 지구상에 떠 있는 항공기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순간 우리 인류의 안전을 위협받기 때문에 공동대응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서 '한국이 최고다'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큰 참사 났다는 건 그 징후가 수없이 많은 데 다 놓쳤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경각심 갖고 항공 안전 시스템을 다시 밑바닥부터 재건해 나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보여요. 일부 부분만 땜질해서 이 상황 넘긴다는 점에 대한 실망감이 제일 크죠. 구멍을 미리 막을 수는 없을지언정 확인된 작은 구멍이라도 메워 나가려는 노력을 국토부와 공항 주체들, 항공 산업의 주체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보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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