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봤다고 했더니.... 돌아온 질문

[리뷰] 영화 <아바타:불과 재>

 스틸컷
스틸컷아바타: 불과 재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볼만한가요?"

<아바타: 불과 재>(이후 <아바타3>를 보고 왔다고 말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다른 영화를 이야기할 때도 들을 수 있는 뻔한 물음이지만 <아바타> 시리즈는 뉘앙스가 다르다. 해석하자면 이런 의미일 것이다. '<아타바>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경이로운 체험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요.' 예, 아니오의 이분법으로 대답하기는 곤란하다. <아바타: 물의 길>(이후 <아바타2>)는 확실한 예스였지만 3편은 매우 아니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세분화해야 할 거 같다. 굳이 대답한다면 '약간 그렇다.' 정도.

강력추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이로운 체험'에 방점이 찍힌다. 2009년 개봉한 <아바타>는 컬러 무비의 시대를 연 <오즈의 마법사>, CGI가 적극 활용된 <쥬라기 공원> 이후 가장 충격적인 시각 경험이었다. 15년 만의 후속작 < 아바타2 >는 물의 질감과 해양 생물들을 현실처럼 표현해 다시 한번 판도라로 가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음을 증명해 20억 달러 이상의 엄청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3편이 '불과 재'라는 타이틀을 달았기에 물에 이어 불이 메인테마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불은 판도라의 또 다른 생태계라기보다 증오와 분노 같은 감정적 표현에 그쳤다.

1편의 숲과 하늘, 2편의 바다처럼 새로운 생태계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크다. 진화론적으로 판도라의 생물 하나하나를 엄격하게 체크한다는 카메론이기에 화산 지역의 식생이 어떻게 구현됐을지 호기심이 또다시 판도라 행성을 찾는 여행 목적이었을 거다. 도마뱀 한 마리, 풀 한 포기 그려내지 않은 건 아무리 황량한 화산 지대라도 이해가 어렵다. 망콴족 역시 화산 폭발로 삶의 터전을 잃고 약탈로 생계를 꾸리는 부족일 뿐 바다의 멧카이나처럼 손가락 사이에 갈퀴가 있거나 상체가 발달한 뚜렷한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2편과 서사의 유사성이다. 설리 가족은 쿼리치의 집요한 추적으로 다시 한번 보금자리를 떠나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 간의 분열이 생기지만 우여곡절 끝에 극복하고 나비족과 툴쿤이 힘을 모아 다시 지구인들의 침공을 막아낸다. 3년의 시간차를 두고 개봉한 후속편이지만 기획 단계에서 한 편이었던 영화를 둘로 쪼갠 탓에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속편의 고질적 문제는 <아바타> 시리즈도 자유롭지 않다.

 스틸컷
스틸컷아바타: 불과 재

속편의 제왕, 제임스 카메론

그러나 앞의 두 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 아타바 3 >이 볼만하냐는 질문에 여전히 '약간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속편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카메론만큼 위에서 언급된 문제들의 파훼법을 갖고 있는 감독도 지구에는 없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론을 만나려면 어쨌든 판도라로 향해야 한다. 사실 앞의 두 문제는 이미 < 에이리언 2 >,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로 카메론이 해결한 바가 있다. < 에이리언 2 >의 우주기지는 < 에이리언 1 >의 우주선과 환경 측면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 터미네이터 2 >는 < 터미네이터 1 >처럼 집요한 살인 기계의 추격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H.R 기거가 디자인한 < 에이리언 1 >의 메인 빌런인 제노모프의 희고 끈끈한 액체와 길쭉한 머리 등은 명백한 남성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는 캐릭터로 여성인 리플리가 선택된 것은 폭력적인 남성성에서 탈출하려는 여성성 사투의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2편에서는 퀸 에이리언이 등장하며 서사가 바뀐다. 배경은 비슷하지만 파워로더에 탑승한 리플리가 퀸 에이리언에게 외치는 명대사. "그 애한테서 당장 떨어져, 이 썅년아!(Get away from Her, YOU BITCH!!!)"는 뉴트를 지키려는 착한 엄마 리플리, 에이리언 알들을 지키려는 나쁜 엄마 퀸 에이리언의 대결로 환경의 유사성을 극복했다.

 스틸컷
스틸컷아바타: 불과 재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더 직접적인 캐릭터의 분화로 서사의 유사성을 극복한다. < 터미네이터 1 >에서 카일 리스(마이클 빈)와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을 쫓던 T-800(아놀드 슈워제네거). < 터미네이터 2 >에서 똑같은 배우가 똑같은 모델로 등장한다. 다만 미래에 저항군 지도자가 된 존 코너가 과거의 본인과 엄마인 사라 코너를 스카이넷이 보낸 T-1000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프로그래밍만 다르게 했을 뿐이다. 이처럼 최고의 속편으로 꼽히는 두 편의 공통점은 전작의 캐릭터성을 두 개로 쪼개거나, 상반된 상황을 만들어 운명을 선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아바타3 > 역시 이 공식을 적용한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등장인물은 스파이더다. 스파이더에게 쿼리치는 생물학적 아버지이지만 설리 가족 품에서 자란 그는 나비족과 인간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판도라 행성에서 마스크 없이 호흡하게 된 그는 나비족에게는 강력한 약점이지만 인간에게는 판도라 평정의 기회다. 쿼리치도 흥미롭다. 1편에서 사망 후 나비족의 몸에 정신이 이식된 쿼리치는 인간과 나비족의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에게 갖고 있는 애증의 감정도 < 아바타3 >의 드라마를 전편과 차별화한다.

 스틸컷
스틸컷아바타: 불과 재

판도라의 신, 제임스 카메론

쿠엔틴 타란티노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해 이런 농담을 했다. "어떤 할리우드 관계자가 죽어서 천국에 갔대요. '천국의 문'을 통해서 안을 힐끗 들여다보니 누군가 카메라를 든 채 크레인을 타고 머리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답니다. 그가 '제임스 카메론이 죽은 줄은 몰랐는데…'라고 말하니 성 베드로가 대답하길 '아니에요, 저분은 신입니다. 그냥 자기가 제임스 카메론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에요'라고 말했답니다."('제임스 카메론, 비타협적 상상의 힘', 씨네21북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타이타닉>으로 작품상, 감독상 포함 11관왕을 차지하며 잭처럼 세상의 왕이 됐음을 선언했던 카메론은 <아바타> 시리즈를 통해 만국의 왕을 뛰어넘어 판도라 행성의 신이 됐다. 그는 양피지 대신 필름을 통해 자신의 계시를 담은 성경을 써내려가는 것 같다. 제이크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것처럼 스파이더를 제 손으로 없애려 마음먹는다. 망콴족은 이유 없는 재난을 겪으며 에이와를 찾지만, 응답 없는 신에 실망해 신앙을 버린다. 처녀수태로 태어난 키리는 쿠두를 통해 에이아와 연결되어 본격적으로 기적을 행사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스타차일드 같은 모습으로 마침내 모습을 나타난 에이와. 판도라의 생태네트워크 관리자는 자식과도 같은 키리를 통해 행성의 생명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걸까. 다행히 아직은 나비족의 편이었던 에이와의 섭리가 4, 5편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유대인처럼 황야를 떠도는 설리 가족은 과연 돌아갈 고향을 만들 수 있을까. 아바타라는 모습을 빌어 꾸고 있는 카메론의 꿈을 아직은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영화 아바타3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