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엘리펀트 송> 공연 사진
나인스토리
사랑받지 못한 소년,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
그린버그는 마이클의 주치의가 아니므로 마이클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다. 의료 기록을 통해 마이클에 관해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마이클은 그린버그가 기록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린버그는 오직 마이클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상대에 대해 알게 되고, 관객 역시 무대 위 대사를 통해서만 마이클이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다.
마이클의 마음은 무언가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속내를 다 밝히지도 않고, 어떤 경우에는 코끼리 인형 안소니를 빌려 대화에 참여한다. 매끄럽지 않은 대화를 통해 마이클의 삶이 이야기되는데, 마이클은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소년이다. 부모의 잘못된 하룻밤 사랑으로 태어났고, 태어난 이후에도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
마이클이라는 인물을 구성하는 건 결핍과 외로움이다. 철학자 헤겔은 "자의식의 기초는 타인의 시선에 달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타인의 시선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개인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기 존재를 인식한다. 사랑은 차치하고 관심조차 받아본 적 없는 마이클은 남들처럼 자기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마이클이 느끼는 감정과 그의 발화는 평범한 삶을 살아온 대다수 관객의 입장에서 다 이해될 수 없다. 그 탓에 세 인물 간의 대화 만큼이나 연극의 드라마 자체도 매끄럽지 않다. 그렇다고 <엘리펀트 송>이 가진 드라마의 완결성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을 통해 연극은 완결된 서사를 구축한다.
<엘리펀트 송>은 결말을 알고 보면 이전의 대사들이 다르게 들리는 연극이다. 처음 볼 때는 수상한 대화의 오묘한 매력에 빨려 든다면, 결말을 알고 다시 볼 때는 마이클의 대사와 행동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엘리펀트 송>에 재관람 관객이 많은 이유다.
한편 연극에서 코끼리는 상징적인 소재다. 마이클은 엄마 뱃속에 있던 10달 동안만 엄마와 친했다고 회고한다. 코끼리는 22개월 동안 새끼를 품는 동물이다. 그런 코끼리를 마이클은 부러워한다. 사랑받지 못한 소년의 심정이 코끼리를 통해 표현된다. 이외에도 코끼리 또는 안소니는 연극 곳곳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 연극의 제목인 '엘리펀트 송(코끼리 노래)', 그리고 연극의 반전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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