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에쿠우스> 공연 사진
극단 실험극장
이 연극이 집요하게 심문하는 것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정상과 비정상, 이성과 광기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을 문제 의식 위에 올려놓고, 현대 사회의 규율 권력이 개인을 통제하기 위해 정상성이라는 허구의 관념을 만들어냈음을 지적했다. 푸코는 규율을 위한 두 개의 주요 장치를 제시했는데, 감옥과 정신병원이 바로 그것이다.
푸코의 논의를 연극으로 끌고 들어오면 판사 헤스터와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의 상징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판사와 정신과 의사는 정상성을 판별하는 권위를 지닌 인물로, 이른바 정상화 과업을 수행한다. 헤스터는 다이사트로 하여금 알런을 정상으로 되돌려줄 것을 요청하고, 다이사트도 이를 위해 치료를 이어간다.
하지만 치료를 거듭할수록 다이사트는 혼란에 빠진다. 너젯트를 타고 들판을 질주하며 정열을 경험한 알런과 달리 단 한 순간도 정열을 느껴본 적 없는 자신을 대조한다. 이제 다이사트는 정상, 이성, 문명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자신이 누군가를 교정해 가닿고자 했던 정상이란 과연 무엇인지, 정상의 세계에는 무엇이 남아있는지 고뇌한다.
"의사는 정열을 파괴할 수는 있어도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다이사트는 거듭해서 고뇌한다. 말들의 눈을 찌른 알런의 행위 이면에 숨은 진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그렇게 연극 <에쿠우스>는 정상성의 집요한 감옥에서 뒤틀려버린 이성과 광기를 심문한다. 여기에 더해 신, 욕망, 사랑, 문명이 무대 위에서 격정적으로 뒤엉키며 이 연극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명작으로 거론되는 이유를 증명한다.
한편 연극 <에쿠우스>는 2월 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마틴 다이사트 역에 장두이·최종환·한윤춘, 알런 스트랑 역에 김시유·정용주·이충곤·도은우가 각각 분한다.
▲연극 <에쿠우스> 공연 사진극단 실험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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