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본선 진출자에게는 상금 100만 원과 트로피, 메달이 함께 수여됐고, 이 메달을 지금까지도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다.최호림
다만 첫인상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엄격해보였다. 방송 대기실에서 꼿꼿이 앉아 계신 모습은 마치 여학교 사감선생님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그 인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랜 팬임을 자처하며 조심스럽게 사인을 요청하자 선생님의 표정은 서글서글하게 풀렸고, 스튜디오에서 방송 녹음이 시작되자 그 따뜻함은 더욱 분명해졌다.
MC 김승현씨의 진행 아래 신년 특집 방송 녹음이 이어졌다. 필자의 서툰 멘트를 지켜보던 선생님은 큰 리액션과 웃음으로 호응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웃음은 평가가 아니라 위축되지 말라는 배려였고, 용기를 잃지 말라는 무언의 응원이었다. 덕분에 나는 난생처음 출연한 공중파 라디오 방송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겨울이었지만 긴장 탓에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녹음을 마치고 라디오국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가던 길, 송 선생님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셨다.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선생님은 몸을 살짝 숙이더니, 내 귀에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귓속말을 건네주셨다.
"오늘 잘했어요. 용기 잃지 말고, 끝까지 자신감을 가지고 해보세요."
순간 놀라서 선생님을 바라보자, 선생님은 자상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도 멀어져 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다.
어쩌면 그날의 한마디 덕분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교통방송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마이크 앞에 설 수 있었다. 송 선생님은 짧은 인연이었지만, 열정만으로 도전하던 한 방송 초보자의 꿈에 방향과 용기를 더해 준 존재였다.
2026년 새해를 맞은 오늘 아침, 좋은 소식들만 가득하길 기대했지만 가슴 아프게도 송 선생님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그간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한 죄송함이 마음 한켠에 깊게 남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어린 시절을 목소리로 채워준 성우 송도순 그리고 한 방송 초보자의 꿈을 조용히 응원해준 따뜻한 어른, 송도순 선생님을 기억하며 늦었지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분명 그녀의 목소리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했고, 누군가의 인생을 움직인 목소리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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