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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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의 부진으로 누구보다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감독들이다. 특히 100억 원 이상 예산을 투입한 영화들도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거나 크게 실패하는 사례가 쌓이며 유명 감독이 아닌 이상 기성 감독이라도 기회조차 얻지 못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개봉한 한국대중영화(독립예술영화 제외) 중 100만을 넘긴 영화가 14편이다. 이 중 국내 극장 관객으로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6편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15년 넘게 영화 연출을 해왔다던 한 감독은 "코로나19도 겪었지만 이 정도로 두렵진 않았다. 결국, 산업으로써 영화는 그 기능이 축소되거나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주변에선 쿠팡 배달을 하는 등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감독들이 늘고 있다"고 현실을 알렸다. 이 감독은 "각자도생의 시기가 온 것 같다. 열심히 버텨서 다시 현장에서 만나자는 말을 주변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한국독립영화는 상대적인 붐을 맞이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18만 관객을 동원한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을 비롯, 독립영화 흥행 지표로 삼는 1만 관객을 넘은 작품들이 33편에 달했다. 지난해 30편, 2023년 26편에 비해 양적으로도 늘었지만 국내 주요 시상식에서 대중영화를 제치고 감독상, 작품상, 배우상 등에 호명되며 그 어느 때보다 질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그간 독립영화는 어떻게든 만들어지고 상영됐지만 제도와 유통, 담론의 한계 속에서 제대로 주목받기 어려웠다"며 "여러 이유로 올해 독립영화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새롭고 다양한 것을 찾는 관객들과 만나는 계기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독립영화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문화 산업 위기가 해소됐다 말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백 이사장은 "독립영화 붐은 이미 시작되었다. 다만 그것은 소음이 아니라 축적의 형태로 온다"고 강조했다.
'절치부심'하는 제작자들... 정부 정책 마련 기대
투자 위축으로 함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는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새 정부의 정책 지원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올해 신설된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은 순제작비 20억 원 이상 80억 원 미만의 한국영화 9편에 총 100억 원을 지원했다. 다만, 설계와 집행 당시 잡음이 있어 그 집행률은 상당 부분 떨어졌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를 보완해 2026년엔 2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의 작품을 대상으로 총 200억 원이 투입된다. 신인 감독 30% 이상 쿼터 규정을 넣는 등 올해보단 많은 작품이 현실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아래 PGK) 이동하 대표는 "상반기엔 아무래도 사회적, 정치적 급변 상황이어서 거기에 영화인들도 힘을 보탰다면 하반기부턴 희망의 끈을 모색했던 시기 같다"며 "2026년 제작편수야 올해보단 늘겠지만 새로운 관객들과 만나는 시기로 전환하고 2027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하 대표는 "올해 만들어진 영화가 적다 보니 내년 극장가는 더욱 어려울 텐데 이런 때에 올해 논의해왔던 정부와의 거버넌스를 새해엔 매듭지어야 한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해 7월경엔 PGK를 비롯, 한국영화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8개 단체로 이뤄진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를 구성, 각종 포럼 활동과 정치권에 정책 제안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11월 10일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속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가 탄생했고 여기에 영화인들도 상당수 포함돼 활동 중이다.
이동하 대표는 "PGK의 제안은 어느 정도 반영이 됐지만, 지역영화예산 등의 문제는 복원이 안 됐다. 내년엔 그런 예산 원복이 첫 과제"라며 "가장 중요한 건 당장 영화계가 어렵다지만 관객들이 극장을 더 가깝게 느끼도록 특히 10대 관객을 비롯, 관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접점을 늘려 나갈 것"이라 밝혔다.
'암중모색'의 영화수입사... TOD 시대 열리나
<코렐라인> 43만 명, 그리고 <더 폴: 디렉터스 컷> 18만 명. 두 작품 모두 최초 개봉 때보다 재개봉으로 더 크게 흥행한 사례다. 이처럼 국내 극장가 침체기에 올해 수입영화사들은 재개봉 및 관객 요청에 따른 작품 수급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었다.
2009년에 개봉해 누적 관객 22만 명을 달성했던 <코렐라인>은 조용한 흥행 몰이를 했고, 마찬가지로 24년 전 개봉해 2만 남짓 관객을 모았던 <더 폴: 디렉터스 컷>도 지난해 크리스마스 개봉해 올해 초반까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와 함께 1969년 당시 구소련의 영화로 분류되는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감독의 <석류의 빛깔>은 56년 만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자마자 2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처럼 올해 영화 수입사의 전략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였다. 대중영화의 침체기에서도 영화를 찾아 보는 사람들은 줄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재개봉과 관객 입맞에 맞는 고전 영화를 두루 발굴한 결과다. 한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가 아닌 TOD(Theatrical On Demand, 주문형 극장)의 시대가 온 것 같다"고 정의했다. 즉, 관객이 원하는 영화, 시간, 날짜 등을 파악한 작품들을 면밀하게 소개하는 셈.
이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한국만의 특수한 경제적 상황이 있는데 단순히 OTT로 인한 영향이라기보단 소비패턴 자체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가성비로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시네필(영화팬) 시장은 오히려 확장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그만큼 예측은 힘들어졌다"며 "이게 외연 확장의 신호가 될지는 미지수다. 시네필들의 긍정적인 지적 허영을 위한 건데 이미 까날 플러스나, MK2 같은 유럽 유명 스튜디오들은 4K 버전의 재개봉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 말했다.
'경험 사치' 노리는 극장가... 역성장 탈피하라
▲'주토피아 2' 700만 달성28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이 영화 '주토피아 2' 예매를 하고 있다. 지난 2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인 전날 '주토피아 2'는 43만1천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누적 관객 수 703만명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올해 국내 개봉작 가운데 처음으로 6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700만 고지도 넘었다.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1-2022)을 제외하고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관객(1억 519만 92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 극장가는 말 그대로 역성장의 한복판에 들어섰다. 특히 올해 들어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국내 멀티플렉스 3사가 모두 긴축 경영을 선언하며 지점 수를 줄이는 상황. CGV는 올해 총 12곳의 극장 문을 닫고 2곳을 새로 열었으며, 롯데시네마는 4곳을 폐관한 후 1곳을 새로 열었다. 메가박스는 5곳의 문을 닫았고, 인천 학익을 비롯 총 7곳을 새로 열었으나, 특수관 중심 리뉴얼로 좌석 수 자체는 줄었다.
누적 관객 2억 명이 깨진 시점에 극장가는 아이맥스, 4DX, 사운드 특화관을 비롯한 특수관 비중을 늘리거나 리클라이너 교체로 시설 개선 쪽에 투자하는 중이다. 특히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 F1 더 무비 >처럼 박진감이나 오감 자극이 중요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특수관 유치 마케팅을 벌였다. 여기에 더해 아이돌 콘서트 및 공연 실황 중계 등의 팬덤 친화관 운용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였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특수관 매출이 눈에 띄게 늘진 않았지만, 영화적 경험이 중요한 작품을 보신 관객들 중 30% 정도가 특수관을 택했다"며 "입소문이 났거나 팬덤이 뚜렷한 콘텐츠는 기술 특별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는 흐름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바타: 불과 재>가 상영 중인 이상 이런 경향은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의견이었다.
또다른 극장 관계자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게 숙제"라며 "올해 트렌드 중 하나가 '경험 사치'더라. 특수관 등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작품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찾아오셔서 보고, SNS에 올리는 문화가 주류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문 닫는 멀티플렉스 체인점을 위탁받아 운영 중인 개인 사업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위탁상영관협회 임헌정 대표는 "많은 이들이 극장 침체 원인을 OTT로 돌리지만, 훨씬 심각한 문제는 한국영화 자체의 경쟁력 저하"라며 "지난해와 올해 위탁 상영관도 10곳 정도가 폐점했다. 유독 올해 한국영화의 위축을 강하게 느꼈는데 정부 차원에서도 K-콘텐츠 핵심 산업인 영화에 지속적인 지원을 해준다면 다시금 투자-제작-개봉의 선순환 구조가 회복될 것이라 믿는다"고 생각을 밝혔다.
'백 투 더 패스트'에 고심하는 영화 홍보 마케팅
영화 산업이 위축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계 중 하나가 바로 홍보 마케팅사다. 제작비 대비 많게는 15%까지 책정되곤 했던 홍보 마케팅 비용은 그 이하로 책정되거나 같은 비용이라도 더 많은 잔업이 생기는 등 복잡다단해지는 모양새다. 일례로 통상 개봉 후 한 달 내에 끝나곤 했던 출연진 무대인사는 길게는 두 달 이상 이어지거나, 유튜브 채널과 각종 SNS 영화 계정이 급증하며 홍보마케팅 담당자들이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한국영화 개봉 편수가 줄며 절대적인 협업 기회가 줄었다.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KFMA) 소속 한 관계자는 "2019년 이전에 비해 절반 이상 의뢰 작품이 줄었다. OTT나 방송 채널도 가리지 않고 일을 받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것 같진 않다. 올해도 어려웠지만 내년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다 직설적이었다. "20년 넘게 쌓아 올린 한국영화의 신뢰와 애정이 최근 몇 년 사이 무너졌다"며 "K-콘텐츠는 여전히 잠재력이 크지만, 최근 개봉한 극장 영화들 결과물이 너무 좋지 않았다. 관객들은 이 정도 재미에 1만 5000원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위기라고 너무 움츠러들어 시의성 지난 작품들을 계속 극장에 내놓은 결과, 관객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한국영화 관람 형태가 과거로 돌아갔다"며 "이럴 때야말로 나라에서 투자 펀드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직 가시화된 게 없어 보인다. 향후 몇 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뾰족한 묘수는 없는 상태에서의 비관 속 낙관 혹은 낙관 속 비관. 말대로 각 분야별 영화인들이 내놓은 공통 분석이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이 안갯속인 건 분명해 보인다. 보다 절실한 내부 고민과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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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