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열린 펄프(Pulp)의 공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록 페스티벌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영국 브릿팝의 거장 펄프의 기념비적인 첫 내한 공연을 성사시켰고, 9월에 열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음악 팬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지역색을 살린 축제조직위원회의 정성스러운 기획, 그리고 관객의 편의를 고려한 운영이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공연 역시 이에 부응했다. 90년대를 상징하는 록의 기린아 스매싱 펌킨스는 물론 일본의 메탈 아이돌 베비메탈, 브릿팝의 거장 스웨이드, 록의 옷을 입은 일렉트로니카 스타 포터 로빈슨 등이 모두 기억에 남을 공연을 펼쳤다. 진흙에 옷이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 밑으로 내려간 이승윤의 공연은 모든 관객을 하나로 묶었다.
2018년 출범 이후 음악 마니아들에게 철원을 '음악과 평화의 고장'으로 인식하게 만든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은 올해에도 빛을 발했다. 폭우 속 감동의 공연을 펼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를 비롯해 김현철, 람브리니 걸스, 하이테크 등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세계를 맘껏 뽐냈다. 노년층부터 Z세대, 어린이까지 함께 모일 수 있었던 분수대 앞 디제잉 무대 '분비자'에서도 쉬지 않고 사람들이 춤췄다. 이외에도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아시안 팝 페스티벌, 제이팝 뮤지션 중심의 페스티벌 원더리벳 페스티벌 등에도 많은 관객들이 모였다.
8년 만의 정규 앨범 <위버멘쉬>를 발표한 지드래곤, 성공적인 솔로 활동에 이어 완전체로 복귀한 블랙핑크 등 초대형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공연에도 많은 관객이 모였다. 이외에도 인디신에서는 철거를 앞둔 인왕 아파트에서 공연을 펼친 밴드 솔루션스의 기발한 기획이 여러 차례 회자되었다.
다채로운 공연 풍년, 그리고 그림자
▲2025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열린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한 때 힙합 내한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풍문이 돌았던 것도 이젠 옛말이다. 4만 8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트래비스 스캇을 비롯해 칸예 웨스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등 현 시대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힙합 슈퍼스타들이 올 한해 모두 한국을 찾았다. 그뿐 아니라 오늘날 힙합의 새로운 물결을 보여주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에도 많은 사람이 모였다.
올해 앨범으로 한국적인 레이지 장르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 식케이와 그의 레이블 KC의 콘서트 'KOLLECTIVE, Seoul'는 장충체육관을 매진시켰다. 투홀리스(2hollis)와 에피등 힙합의 새로운 미래를 제안하는 신예의 공연에도 많은 Z세대 음악 팬이 모였다. 몇 년 전만 해도 힙합 팬들에게 낯선 문화였던 '모쉬핏'이 어느 때보다 보편화된 해이기도 했다.
기념비적인 공연들이 많았지만 이면의 그늘도 있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티켓 가격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과도하게 올랐다. 공연 티켓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여긴 암표상들 때문에 공연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부터 케이팝 슈퍼스타의 컴백 공연까지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티켓 가격의 몇 배 웃돈을 주고 암표를 사는 이들도 있었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에서는 암표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실제 효력은 미미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가 초과 재판매 전면 금지', '과징금 상향 및 상습범 가중 처벌', '신고포상금 체계 구축' 등 3개 근절 대책을 마련했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 도중 암표상에 대한 과징금 상향을 언급했으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대형 아티스트의 공연에는 기록적인 인파가 몰리는 반면,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중형급 아티스트나 인디 신의 단독 공연은 객석을 채우지 못하는 양극화적 현상도 여전하다. 초대형 거장의 공연이 수만 관객을 흥분하게 하면서, 떠오르는 신예와 중견 아티스트, 소규모 라이브 클럽의 공연에도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2026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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