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선덕여왕>으로 MBC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한 고현정은 2010년 <대물>로 S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SBS 화면 캡처
드라마 <대물>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스포츠 신문을 통해 연재됐던 박인권 작가의 4부작 만화 <대물>중 2부 <제비의 칼>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다. 원작 만화는 검사였던 친형을 잃은 주인공 하류가 인권 변호사 서혜림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세상에 복수한다는 스토리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권상우가 연기한 하도야는 원작 속 두 형제의 캐릭터를 합쳐 놓은 듯한 실질적인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에 가깝다.
남성 캐릭터 하도야가 아닌 여성 캐릭터 서혜림을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진행 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고현정이라는 배우가 가진 연기력과 존재감 덕분이었다. 고현정은 방송국 아나운서에서 여당 국회의원과 부대변인, 무소속 도지사, 신당 초대 당대표, 원양어선 피랍사건 대통령 특사, 대통령 후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평범한 곰탕집 안주인이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고 다이나믹하게 보여줬다.
사실 <대물>에 앞서 KBS에서는 <추노>를 만든 곽정환PD, 천성일 작가 콤비와 정지훈, 이나영, 다니엘 헤니 등이 출연하는 < 도망자 PLAN.B >가 일주일 먼저 방송을 시작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여기에 <대물>보다 3주 늦게 시작한 김혜수, 황신혜 주연의 MBC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대물>은 최고 시청률 28.3%를 기록하며 경쟁작들을 멀찍이 따돌렸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사실 중년 이상의 남성이 주요 시청층인 정치 드라마는 시청률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물>은 정치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서혜림의 성장 과정을 인간적으로 잘 묘사했고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러브라인도 놓치지 않으면서 다양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서혜림에게 반지를 내밀며 "이게 세상에서 제일 작은 수갑이야"라는 하도야의 고백은 기존 정치 드라마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대사다.
<대물>은 <뉴하트>를 썼던 황은경 작가의 각본과 <째즈>, <피아노> 등을 만든 오종록PD의 연출로 시작했지만 각본은 5회부터 드라마의 초안을 작성했던 유동윤 작가로, 연출은 7회부터 김철규·조현탁PD로 교체됐다. 드라마에서 PD나 작가가 교체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방영 도중에 PD와 작가가 모두 바뀌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럼에도 <대물>은 흔들리지 않고 종영까지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다.
'세차 후 폭우' 밈 만든 분노전문 배우
▲<대물>에서 보여준 차인표의 분노 연기는 '세차 후 폭우'라는 밈으로 드라마 종영 후에도 꾸준히 쓰이고 있다.SBS 화면 캡처
2003년 <천국의 계단>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후 <슬픈 연가>와 <못된 사랑>, <신데렐라 맨>의 시청률이 나란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던 권상우는 <대물>의 하도야를 통해 부활에 성공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서혜림과 인연을 가지고 그녀를 남몰래 짝사랑했던 하도야는 서혜림이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큰 공을 세운 후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친 서혜림과 결혼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들은 각색 과정에서 특정 인물의 비중이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데 원작 만화에서 비중이 작았던 강태산은 차인표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비중이 커진 대표적인 캐릭터다. 집권 여당의 3선 국회의원이자 서혜림을 정계에 입문 시킨 강태산은 서혜림이 신당에서 대표로 취임한 후 정치적 연적이 됐다. 강태산은 차인표 특유의 분노 연기를 만나면서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모했다.
지난 11월25일 향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 이순재 배우는 <대물>에서 서혜림의 전임 대통령 백성민 역을 맡아 진중한 연기를 보여줬다. 강태산의 정치적 스승이자 하도야의 아버지를 청와대 조리장으로 부르며 하도야와도 인연이 있는 백성민 대통령은 하도야에게 아버지의 곰탕 맛을 재현해 보라는 미션을 줬다(하도야는 그 과정에서 익힌 아버지의 곰탕 비법으로 훗날 곰탕 맛집 사장님이 됐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장영남은 <대물>에서 수십 명의 국회의원과 도지사, 지자체장을 당선 시킨 베테랑 정치 컨설턴트이자 서혜림의 참모 왕중기를 연기했다. 왕중기는 "공약은 실천용이 아니라 당선용"이라고 할 만큼 계산적이고 냉철한 인물이지만 서혜림이 정치를 시작하고 국회의원, 도지사, 신당 대표, 대선 후보를 거쳐 대통령이 될 때까지 서혜림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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