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역사에 큰 획 그은 2025년, '이것' 덕분이다

[2025 뮤지컬 연말 결산] 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부터 스타들의 복귀·예산 증액까지

2025년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 큰 획이 그어진 해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협업해 만든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공연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토니상을 수상하며 한동안 화제가 됐다.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을 포함해 6관왕을 휩쓸며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뮤지컬 반열에 올랐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등이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가운데 이제 한국 뮤지컬도 세계에 저력을 입증한 셈이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원작자인 박천휴 작가도 티켓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흥행했다. 한국에서는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10월부터 매진 행렬 속에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매해 산업 규모를 키워오고 있는 뮤지컬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2400억원에 달하는 티켓 판매액을 기록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서 가장 최근 조사한 올해 3분기 티켓 판매 현황에 있어서도 뮤지컬은 단연 압도적이다. 올해 3분기에도 공연 건수, 회차, 티켓 예매 수, 티켓 판매액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특정 공연으로의 관객 집중이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다. 작품은 그대로인데 캐스팅에 따라 흥행 여부가 완전히 엇갈린 공연도 있다. 몇몇 배우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반영된 셈이다. 이외 영화나 드라마에서 활약해온 배우들이 뮤지컬에 도전하거나 복귀한 사례도 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뮤지컬을 전반적으로 돌아본다.

토니상 6관왕, 대중성 확장의 기회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은 6월 토니상 수상 이후 10월부터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진행했다. 토니상 수상으로 큰 주목을 받은 가운데 <어쩌면 해피엔딩>의 화제성은 티켓 판매 실적으로 증명되었다. 서울 공연이 마무리되는 2026년 1월 25일까지 112회차가 일찍이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국 뮤지컬은 재관람 관객과 마니아 층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도 꼽힌다. <어쩌면 해피엔딩>에는 재관람 관객은 물론 일반 관객의 유입이 두드러졌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대중성을 확장하기 위한 공연계의 시도는 연말을 맞이하여 활발해지고 있다. 코미디언 이창호가 캐릭터를 패러디하며 '쥐롤라'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끈 뮤지컬 <킹키부츠>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공연된다. 지난해 10주년 기념 공연과 더불어 각종 SNS에서 퍼지던 '쥐롤라' 덕분에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했고, 그 덕분에 올해 다시 흥행을 노리며 최근 공연을 재개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비틀쥬스>도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좋은 작품으로, 지난 16일 개막해 연말연시 공연을 이어간다.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을 캐스팅하는 것도 공연의 확장성을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천만배우 황정민은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통해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올랐고, 공연은 '황정민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흥행했다. 댄서 아이키와 리헤이도 각각 <프리다>와 <시지프스>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연극으로 시야를 넓히면 한류 스타 이영애가 <헤다 가블러>를 통해 32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고, 전도연·유승호·최민호(샤이니) 등도 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났다.

스타 캐스팅의 명과 암, 새로운 가격 정책 시도되나

스타 캐스팅은 더 많은 관객의 유입을 노리는 데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스타 배우로의 관객 쏠림 현상도 낳는다. 이는 비단 영화나 드라마에서 활약하던 스타 배우들뿐만 아니라 뮤지컬계 스타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데스노트>는 이전 시즌까지 매진 기록을 어렵지 않게 달성했으나, 올해 성적은 이전까지의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 이전에는 홍광호, 김준수 등 뮤지컬 스타들을 캐스팅하며 관객을 끌어모았지만, 작품을 대표하는 두 배우가 빠진 현재 전석 매진은 요원하다. 작품은 그대로인데 출연진에 변화가 있다는 이유로 흥행에 차이가 나는 현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비싼 티켓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출연진에 따라 티켓 가격에 차이가 없으니 당연히 더 유명한 배우, 이미 검증된 배우의 공연 회차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에 따라 제작사도 기존 스타들을 등용하려 하니 라이징 스타의 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나아가 외부에서 묘책을 찾다 보니 기존 뮤지컬 배우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전부터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배우에 따라 가격을 차등하여 적용하는 시도다. 이미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해외 공연계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가격 정책이다. 라이징 스타나 신진 배우들이 출연하는 회차의 티켓 가격을 낮춰 판매하자는 제안으로, 아직 입지를 다지지 못한 배우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관객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 스페셜 공연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 스페셜 공연에스앤코

티켓 가격 차등 적용은 논의 단계에 머물러있을 뿐 실행으로 쉽게 옮겨지지 않았다. 물론 판매가 부진한 공연 회차에 한해 타임세일 형식으로 할인 티켓을 판매하긴 했으나, 처음부터 가격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최근 <라이프 오브 파이>가 이를 시도하며 새로운 가격 정책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주인공 '파이' 역에는 현재 박정민·박강현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다른 장르에서 주로 활약해온 스타 박정민과 뮤지컬 스타 박강현의 힘을 빌려 공연은 순항 중이다. 여기서 하나의 시도를 감행하는데, 앙상블 배우 박찬양이 파이를 연기하는 스페셜 공연을 2월 7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티켓 오픈부터 해당 회차를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티켓 정책을 내세웠다. 젊은 신진 배우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에게는 적은 부담으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다. 관심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저력 갖추기 위한 노력과 지원 계속되어야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은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확인해준 동시에 앞으로도 양질의 창작이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를 내포한다. <한복 입은 남자> 등 대극장 창작 뮤지컬도 개발되었고, 대학로 중소극장에서는 창작이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로부터 판권을 구입해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세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서 발표한 올해 3분기 티켓 판매 상위 10개 공연 목록에서 창작 뮤지컬은 <위대한 개츠비> 하나뿐이다. <위키드>와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내한 공연이었고, <멤피스> <팬텀> 등은 라이선스 공연이었다. 7~8월의 공연 실적이 9월 실적보다 우수했는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는 "<위키드> <알라딘> <맘마미아!> 등의 공연이 7월에 다수 개막한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공연 사진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공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한국 뮤지컬 자체의 저력을 갖추기 위해 지금보다 더 창작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박천휴 작가도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창작을 위한 지원 강화의 필요성을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이 대통령도 "문화예술은 개인의 활동을 넘어 우리의 공공자산"이라고 답했고,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확정한 내년 예산에서 뮤지컬 관련 예산이 대폭 증액되었다.

올해 31억 원 수준이었던 예산이 내년 244억 원으로 8배 가량 늘어났다. 창작 자체는 물론 해외 진출, 교류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예산이 대규모로 편성되었다는 점에서 뮤지컬계는 반기고 있다. 다만 한 공연계 관계자는 "창작은 단기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면서 "긴 시간 개발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지원을 계속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뮤지컬이 내년에도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낙관적인 희망과 냉철한 판단력을 동시에 갖추어야 할 때다. 기대와 한계, 앞으로의 과제가 분명했던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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