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불과 재> 스틸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아마 누구나 다른 건 몰라도 이 시리즈의 경이로운 가상 세계 형상화에 관해선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사실 <아바타> 연작에서 줄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감독이 선보이는 눈부신 천지창조와 실제로 존재하듯 화면에서 펄떡이는 외계 행성의 자연이 주는 황홀경을 거드는 약간의 진행요원 노릇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1편에선 마치 아메리카 원주민이 자연과 어울려 살던 것처럼 장대한 정글과 나비 부족이 집 삼아 지내는 홈트리의 장대함을, 2편에선 태평양 군도를 누비는 폴리네시아인들의 우주 버전을 연상하게 만들던 대양을 체험한 관객이다. 기대치는 더욱 고양될 수밖에 없다.
숲과 물에 이어 3편이 예고한 건 판도라 전역을 연결하는 '우드 와이드 웹', 식물군집 네트워크 결정체 에이와의 힘을 벗어난 '불'의 묘사다. 3편부터 등장하는 이질적인 망콴 종족의 본거지 묘사에 누구나 기대감을 품을 테다. 하지만 뉴페이스 출현 개연성 근거 외엔 화산지대 인상은 옅다. 전작들과 비교하면 스케일을 확대해 키운 것 외에 1, 2편과 대응할 만한 경이로운 신세계를 확립하진 못한다. 그야말로 결정적 한계다.
전반부에 위험을 피하고자 주인공 가족이 탑승한 '바람 상인' 틸라림의 공중 범선이 경외감을 선사하지만, 이후엔 1편과 2편에서 선보인 이제는 익숙한 판도라 풍광이 반복되는 데 가깝다. 물론 규모는 어마어마하지만, 한 번 눈에 익은 배경이라 그런지 크게 각인되기엔 역부족이다. RDA의 대규모 군사도시 연출도 다른 SF 영화의 그것과 확연히 차별화되지는 않는다. 그 한계를 물량과 규모로 커버하려는 느낌이 강하다.
[세 번째 시선] 대체역사물로 본 <아바타: 불과 재>
가장 인상적인 건 이미 1편부터 과거 지구에서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자행한 침략과 식민주의 역사의 우주적 재현 시도 측면이다. 새롭게 등장한 망콴 부족과 그 수장 '바랑'은 그 지점에서 잊기 힘든 충격적 인상을 몇 차례 제공하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제국주의 침략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분할 지배 책략을 3편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테다. 대개 사악하고 강력한 서양 세력 vs. 선량하지만 힘없는 원주민 구도로 식민주의 역사를 기억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매우 복잡한 구도란 점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바랑의 존재는 누군가에겐 '포카혼타스'의 타락한 비전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말레나'의 판도라 판을 떠올릴 법하다. 특히 후자의 인상은 강렬하다.
군사, 기술에서 우위를 점해도 선주민에 비해 '쪽수'가 달리는 외부 침략자는 현지 정보 힉득과 지원세력 확보를 위해 해당 지역의 불만 세력을 포섭해 적극 활용하곤 했다. 자신들의 '명백한 운명(매니페스토 데스티니)'에 순종하는 '문명화'된 원주민 세력의 등장이다. 아즈텍 제국을 정복한 코르테스는 아즈텍의 악명 높은 인신공양 제물이던 '틀락스칼텍'을 활용했고, 이를 본 따 피사로는 잉카제국이 갓 정복한 속국의 혼란과 불만을 이용했다.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훗날의 미국까지 그런 전략은 놀라운 성과로 확인된다. 코르테스와 연인관계가 된 말레나는 바로 바랑의 지구판인 셈이다.
제이크 설리의 숙적이자, 그 역시 '아바타'가 된 쿼리치 대령은 과거 지구에서 정복자 콩키스타도르가 그랬던 것처럼 망콴족을 동맹으로 포섭한다. '현지화'한 정복자는 일정하게 원주민을 (자기 중심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려 한다. 물론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모두가 순응하는 것만 같던 에이와의 질서에 절망한 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건 저항을 위한 단일전선에 균열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지구인과 원주민 대립에 중립을 고수하는 상인 부족의 존재도 한몫 더한다. 점점 이 시리즈는 지구의 역사를 공부하지 않고는 소화하기 힘들어진다.
사반세기를 이어갈 장대한 영화 항해의 중간 경유지
▲<아바타: 불과 재> 스틸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감독의 원대한 비전을 품은 채 완주를 위해 반환점을 돌았다. 그저 영화 매체를 이용해 시각예술의 극한을 추구하려는 (마치 일론 머스크의 집착을 연상케 하는) 기술 신봉주의로 <아바타> 연작을 즐겨왔다면, 3번째 편은 초반 작업이 제공한 경외심에 무뎌지는 하향세의 출발이 될지도 모른다.
반면에 제임스 카메론이 과거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과 생태 위기에 관한 경각심을 접목한 작품 속 관점과 배경이 되는 인류의 과거 어두운 측면을 흥미롭게 관찰한 이들에겐 실제 역사 학습 및 토론 교재로 활용해도 모자랄 게 없는 축적을 거듭하는 확인으로 기능할 법하다. 거기에 과거 역사뿐 아닌, 현재 비윤리적 기업과 엘리트 층의 족벌 세습 등도 자연스레 연상케 하는 순간이 꽤 늘어 현실 풍자 매운맛도 쏠쏠하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 영화 역사에 기록될 대하 서사는 예정된 끝을 향한 원심력을 발휘할 테다. 과연 인류가 거듭한 과오를 가상의 미래 세계에선 바로잡을 수 있을까? 그 간절한 염원을 품은 이들이라면 우리 주변의 환경과 인권을 돌아보며 다시 속편을 기다리는 시간이 이어질 테다. 일단은 <아바타: 불과 재>를 보며 말이다.
<작품정보>
아바타: 불과 재
Avatar: Fire and Ash
2025|미국|밀리터리 SF, 액션, 스릴러, 전쟁, 판타지, 어드벤처
2025.12.17. 개봉|197분|12세 관람가
감독 제임스 카메론
주연 브리튼 달튼, 샘 워딩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우나 채플린
수입/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