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눈물' 여성 영화인들의 밤, 청룡영화상보다 깊고 진했다

[현장] 제26회 여성영화인축제 열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2025 여성영화인축제 진행을 맡은 배우문소리
2025 여성영화인축제 진행을 맡은 배우문소리여성영화인모임

"매년 이렇게 사회를 보고 있지만 올해는 어떻게 안 울고 넘어가나 했는데 이렇게 또 눈물 짓습니다. 장소정 대표님 지금까지 버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배우 문소리)

매년 영화인들의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뜨거운 시상식이 있다. 화려한 규모나 역사를 자랑하며 방송되는 대형 시상식이 아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이다. 16일 저녁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제26회 여성영화인축제에선 사회를 본 문소리를 비롯, 영화인들이 서로의 진심을 나누고 격려하는 장이었다.

행사에 앞서 주최 측인 (사)여성영화인모임은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총 11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한 바 있다. 공로상을 비롯, 강수연상, 기술상, 작품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의 주인공과 시상자들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한 가운데 수상과 영화를 하는 힘에 대해 저마다의 소회를 전했다.

"서울영화센터, 영화인들 손으로"

 2025 여성영화인축제 여성영화인 시상식 현장. 수상자들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5 여성영화인축제 여성영화인 시상식 현장. 수상자들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여성영화인모임

공로상을 수상한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돈 아끼려 헬스장 3개월을 끊어 놓고도 세 번 가다 말고 영어 공부도 처음 열 페이지 정도만 하다 그만 두는 끈기 없는 사람이었는데 유일하게 이 여성영화인축제는 26년간 다니고 있다"며 "젊은 영화인들이 보다 공정한 환경에서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건강한 영화 생태계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명 대표는 제작자 1세대로 거의 유일하게 현업에서 활동 중이며, 명필름 또한 한국영화 르네상스기를 거치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유일한 국내 제작사다. <접속> <와이키키 브라더스> < 공동경비구역 JSA > <건축학개론> <시라노 연애조작단> <해피 엔드> 등 2000년대 대중 영화사에 획을 그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작해 왔다. 2015년부턴 신진 창작자 육성 기관인 명필름랩을 설립,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2025 여성영화인축제에서 강수연상을 받은 배우이자 감독 유지태.
2025 여성영화인축제에서 강수연상을 받은 배우이자 감독 유지태.여성영화인모임

이날 현장에선 축하의 말뿐이 아닌, 영화계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밝히는 이들도 있었다. 올해 수상자 중 유일하게 남성인 배우이자 감독 유지태는 강수연상을 받은 직후 감사 인사와 함께 "요즘 서울영화센터 때문에 여러 말들이 많은데 제 나름의 결론을 지었다"며 "우리 손으로 지켜야겠구나. 연대해서 법 개정도, 극장도 우리가 같이 해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28일 개관한 서울영화센터는 애초 영화인들이 함께 건립과정에 십시일반하며 시와 합의했던 설립 취지와 달리,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운영 주체 선정 과정과 운영 방향이 급변하며 영화계의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관련 기사: "서울시, 시네마테크 합의 원안 지켜야" 영화계·시민사회 분노 https://omn.kr/2g355)

기술상 시상 때도 남다른 말들이 오고 갔다. 사회를 맡은 배우 문소리는 "올해 청룡영화상도 다녀왔는데 가장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게 바로 스태프들 시상을 했다 치고, 건너뛴 것"이라며 "스타들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을 위한 방법이었겠지만, 좀 더 좋은 묘안은 없었을지 싶다. 여성영화인상은 스태프들을 건너 뛰지 않겠다"고 짚었다. 수상자로 호명된 <전지적 독자 시점>의 전혜진 촬영 감독은 자신의 여러 시도를 믿어주고 지지해준 김병우 감독과 동료들에 대한 무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영화 <봄밤>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예리 또한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성 영화인들께서 주시는 상이라 사실 청룡영화상에서 받은 것보다 더 기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한예리는 최근 연기 및 활동에 대한 고민이 있음을 털어놓으며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기를 갖고 있는데 좋은 답을 스스로 찾길 바라며, 선배들이 가신 것처럼 용감하게 뚜벅뚜벅 그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버틴다는 것

이날의 또다른 핵심은 어려움을 딛고 오랜 시간 고생하며 그 결실을 본 영화인들에 대한 격려와 축하였다. 영화 <사람과 고기>로 각본상을 받은 임나무 작가는 "영화의 시작은 시나리오인데 그 여정의 끝이 영화가 될지, 아니면 영원히 문서 파일로 남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제 이야기 또한 그렇게 파일로 남겨질 운명이지 않을까 싶었다"며 11년 전 해당 작품 시나리오를 완성한 사연을 밝혔다. 임 작가는 "영화사 도로시의 장수정 대표님을 만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었다"며 "(출연 배우인) 무전 취식 삼인방 예수정, 장용, 박근형 선생님들과 스태프, 양현종 감독께 특별히 감사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제작자상 수상자로 호명된 영화사 도로시 장소정 대표는 "자꾸만 눈물이 난다. 영화일 하며 정말 꼭 여성영화인상을 받고 싶었다"며 "임나무 작가님이 저와 함께 하며 영화가 시작됐다 했지만, 사실 수많은 거절 과정이 있었고 손을 놓을까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직후 배우 문소리 또한 "올해는 제가 안 우나 싶었다. 늘 남의 집, 작품 이야기에 저도 이렇게 눈물 짓는다"며 "장소정 대표님, 지금까지 버텨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주인공은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이었다. 윤 감독은 "불편하고 어렵고 힘든 이야기는 굳이 꺼내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에 맞서서 용감하게 이야기하라고 모든 창작자들께 보내는 지지를 제가 대신 받는다 생각한다"며 "김초희, 임선애, 이옥섭, 윤단비 감독님 이렇게 제가 가장 어려울 때 힘내라고 해주신 분들이 계시다. 그리고 엄마 신경숙씨, 제가 9년 전 여기서 상 받을 때도 계셨는데 그 딸이 40대 중후반을 향하는데도 아직 집도 없고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계속 영화 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배우 문소리 또한 떨리는 목소리로 "영화를 보고 나서 아, 감사하다 그 마음이 너무 컸다"며 "윤가은 감독님이 왜 이리 어려운 길을 가실까 걱정도 했는데, 앞으로도 그 뜨거운 마음 오래오래 지켜주셨으면 한다"고 지지했다.

시상식 후 이어진 뒤풀이에서도 훈훈한 장면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올해 부활한 미쟝센단편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인 이현승 감독은 손수 선물 꾸러미를 가지고 와 수상자들에게 나누며 "이런 영화, 영화인들이 올해 없었다면 한국영화계는 더욱 우울하고 심각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 관계자는 "작년엔 현금 60만원을 뒤풀이에 후원해주셨다. 정말 기쁘신 것 같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2025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자 명단
△공로상 : 심재명 명필름 대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강수연상 : 유지태 배우
△제작자상 : <사람과 고기> 영화사 도로시 장소정 대표
△각본상 : <사람과 고기> 임나무 작가
△감독상 :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다큐멘터리상 : <케이 넘버> 조세영 감독
△신인감독상 :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조희영 감독
△여우주연상 : <봄밤> 한예리 배우
△신인배우상 : <세계의 주인> 서수빈 배우
△기술상 : <전지적 독자 시점> 전혜진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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