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켈리> 스틸컷넷플릭스
영화의 마지막, 제이는 자신의 젊은 시절 영상을 보며 눈물짓고, "다시 할 수 있을까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영화 내내 반복되는 모티프다. 배우는 언제나 다시 찍을 수 있지만, 인생은 리테이크가 없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제이에게 극적인 변화나 깨달음을 주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여전히 자기중심적이다. 하지만 론과 나누는 마지막 시선에는 이전과 다른 무언가가 담겨 있다. 서로에 대한 인정, 그리고 함께 걸어온 시간에 대한 애정.
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책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 〈거울〉(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 출판 마음산책, 2022년)이다. "나는 은빛이고 정확하다. 나는 선입견이 없다"로 시작하는 이 시는, 거울이 화자가 되어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자를 묘사한다. 거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여자는 매일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며 늙어가는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다. 시는 이렇게 끝난다. "그녀는 내 속에 어린 소녀를 익사시켰고, 한 늙은 여인이 내 속에서 매일 그녀를 향해 솟아오른다. 끔찍한 물고기처럼."
플라스는 평생 자아와 씨름했던 시인이다. 그녀는 시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았고,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역할-아내, 어머니, 시인-사이에서 진짜 자신을 찾으려 애썼다. 그 과정은 치열했고, 때로 파괴적이었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왜 책임인지, 왜 두려운지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사람.
플라스의 시집을 읽다 보면, 자아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흔들리는 무언가라는 걸 깨닫게 된다.
제이가 토스카나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 영상을 볼 때, 그가 마주한 건 바로 이 거울의 잔인한 진실이다. 화면 속 젊고 빛나던 자신과 지금 늙어가는 자신 사이의 간극. 그 사이에서 제이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누구인지, 누가 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제이는 평생 다른 사람의 얼굴을 빌려 입으며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렸다. 거울은 진실을 말하지만, 제이는 그 진실을 직시할 용기가 없었다. 론 역시 제이의 삶을 돌보며 자신의 삶을 유예했다. 두 사람 모두 타인의 얼굴, 타인의 기대 속에서 살아왔다. 거울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누구의 얼굴로 살고 있는가?
영화 <제이 켈리>는 완벽하지 않다. 느리고, 때로 산만하며,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바움백의 절제된 연출은 장점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절제가 지나쳐 감정의 고조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책임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다른 사람이 되거나, 아무도 아닌 척하는 편이 더 쉽다고 느낀다. 제이는 평생 그렇게 살았고, 론은 제이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을 지워왔다. 영화는 그들에게 구원을 주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살아갈 이유를 건넨다. 불완전하더라도, 늦었더라도,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는 일.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직시하는 일. 그것이 바로 시작이라고.
삶은 리테이크가 없다. 나는 지금, 어떤 거울 앞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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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