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KBS <다큐인사이트>에서 방송된 '인재전쟁' 2부작이 화제였다. 공대로 몰리는 중국과 의대로 몰리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화제였고 11월엔 방송으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못다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3일 중국 취재를 맡았던 정용재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정 PD와 나눈 일문일답.
▲<인제전쟁> 표지21세기북스
- KBS <다큐인사이트>에서 방송한 '인재전쟁' 2부작을 책으로 출간했잖아요. 소감이 어떠세요?
"일단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꿈이 서점에서 저의 책을 사는 거였어요. 물론 제가 직접 혼자 다 쓴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자 소개에 제가 포함된 책이 최초로 생애 최초로 나온 거예요. 꿈을 이룰 수 있게 돼서 감개무량합니다."
- '인재 전쟁'에 대한 기획은 어떻게 한 건가요?
"일단 이건 저희 국 차원의 기획이었는데 딥시크가 큰 시발점이었습니다. 딥시크 쇼크라고 하죠. NVIDIA 주가가 17%인가 빠졌던 그날 전 세계가 전 세계를 들썩였잖아요. 사실 차이나 테크라는 건 여러 경로로 들었었지만, 가서 본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는데 뉴욕 증시가 움직였다는 건 이게 진짜라는 얘기거든요. 그때 기획이 이루어졌고 저희 팀 내에서 2부작으로 결정 돼서 제가 중국 갔다 오겠다고 했죠."
- 중국에 가시기 전 PD님은 중국 과학 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사실 저는 문과이기도 하고 과학 쪽을 취재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전혀 모르고 있었죠. 그래서 저도 처음에 되게 충격받았어요. 아무리 인구가 많지만 전 세계 대학 순위 10위권 안에 중국이 8개를 차지하고 있고요. 질 면에서도 우리나라를 추월한 지 이미 오래됐어요."
- 중국에 대해 갖는 보편적 이미지가 '짝퉁'인데요. 지금은 아니라는 거죠?
"그걸 단적으로 얘기해 주는 게 '인재전쟁' 다큐 제일 뒤에 나왔던 드론 회사 사장님의 말이었어요. '메이딘 차이나의 시대는 갔다. 인벤티드 인 차이나의 시대다'라고 하셨어요. 즉 중국 제조에서 중국 창조의 시대로 이미 왔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선진국에서 신제품을 만들면 그걸 모방해서 값싼 버전으로 양산해 내는 게 중국의 특기라고 모두 인식하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죠. 중국이 세계에 없던 제품들을 내놓기도 하죠.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성장이 우연히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계획돼 있던 거라는 거예요."
- 딥시크는 어떻게 보세요?
"생성형 AI는 미국에서 먼저 개발한 게 맞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챗GPT를 소폭 앞서는 성능도 가지고 있거든요. 삼성이 소니를 2000년대 초반에 앞질렀는데 그렇다고 삼성이 소니 짝퉁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더 성공했다고 생각하죠.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물론 딥시크의 한계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중국 정치인에 대해서 물어보면 대답을 안 한다거나 혹은 딥시크를 만든 양원펑이 누구냐고 물어도 답을 안 해줍니다. 그런 것들은 한계로 지적하는 부분이지만 사실 그 기술 자체는 되게 무서운 거죠."
- 지금 중국의 과학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면 될까요?
"저도 전문가분들한테 많이 여쭤봤었던 질문이기도 해요. 근데 섹터마다 달라요. 예를 들어 반도체 같은 분야는 우리가 여전히 강세예요. 다만 중국이 엄청나게 쫓아오고 거의 그 갭을 2년 내로 좁힌 상황이라고 얘기를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또 어떤 분들은 아직은 그래도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독보적이라고 얘기하시는 분도 계세요."
- 중국에 직접 가셨는데 가장 충격받았던 장면이 있다면.
"중국 사시는 분들이 보시면 약간 피식하실 수도 있는데 저희가 2주 출장 갔어요. 밥도 먹고 뭐도 사야 되잖아요. 그때 우리나라는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결제하잖아요. 근데 중국에서는 위안화를 제가 본 적 없어요. 그리고 카드도 못 봤고요. 뭐로 결제하냐면 모바일로 QR 코드로 결제 다 합니다. 길거리에서도 다 QR 결제라고요."
- 그럼 환전할 필요가 없는 건가요?
"없어요. 제가 여러번 해외 취재를 가봤지만, 그때마다 늘 하는 게 환전이에요. 가서 돈 써야 되잖아요. 제가 환전 얼마해야 하냐고 물으니 환전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럼 결제를 어떻게 하냐고 하니 여긴 다 QR로 한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 우리나라에서 연구하려고 중국으로 가는 경우도 있나요?
"책에도 나오지만 넘어갈 수밖에 없어요. 더 좋은 연구 환경이 있고 연구비도 주고요. 중국에서는 과학기술인을 극진히 대접해요. 또 해외에서 필사적으로 모셔오려는 노력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과학기술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아닌가 생각해요. 제가 만나 카이스트 이상엽 부총장님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업적을 내고 계신 공학 기술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그런 제의를 한 번씩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중국으로) 안 가는 이유는 지금까지 일종의 애국심 하나 때문이라고요. 근데 지금 소위 말하는 MZ세대들 연구자들은 이미 미국으로도 많이 넘어가고 중국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죠. 그러니까 더 이상 애국심 하나로 이 인재들을 우리나라에 묶어둘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 우리나라는 이른바 의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공대는 안 가려고 하고요.
"일단 저희가 중국에서 배울 점들이 많아요. 장기적인 국가 계획과 그걸 계속 지켜 나가는 장기적인 플랜이 있을 거고 두 번째는 정부가 뭔가 결정하면 그다음에 산업계와 교육계가 동시에 한 몸처럼 움직이는 동원 정책에서도 배울 점들이 있을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인재들을 얼마나 우대해 주는가이고요. 또 하나는 사회적인 인식이죠. 지금은 마치 의대 못 가서 공대 간 것처럼 비치잖아요.
근데 '과학기술인들은 우리나라를 먹여 살려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앞서야겠죠.
수험생들이 공대보다 의대를 선택하는 이유는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크죠. 그러니까 의대 나오면 취업은 당연하고 개업도 할 수 있잖아요. 의대 나와서 취직이 안 되어 집에 박혀 있진 않잖아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공학 전공하면 그걸 받쳐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미국, 중국 등 다른나라로 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공학자들이 많이 양성될 수 있도록, 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해요.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미국과 다르게 시장 규모 자체가 작지 않냐는 거죠. 근데 우리나라 안에서만 머무는 시장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특히 우리가 중국과 미국이 갖지 못한 곳을 먼저 선점해야죠.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만 해도 인구가 엄청나거든요. 거기까지 우리 시장으로 넓혀 놓는 작업이 선행돼야죠. 시장이 생기면 당연히 공급이 이루어지게 돼 있고 공급이 늘어나면 거기에 걸맞은 인재들을 뽑게 돼 있고 많이 뽑으면 당연히 인재들이 몰리게 돼 있습니다. 물론 국가적인 인재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언제까지 국가가 주도적으로 부양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민간 차원에서 그런 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꾸준히 선행되어야 한다는 거죠."
-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제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딱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미래를 맡아줄 인재들이 불안해서 의대를 선택하는 일이 없게끔 하자는 거예요. 지금 급속도의 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이 분명 있어요. 그러니까 중국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상대를 알아야 이길 수 있잖아요. 지금도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 지금이라도 어서 준비하자는 것이 제가 던지고 싶은 가장 자명한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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