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더 이상 귀엽지 않아" 아일릿의 역설적 외침의 매력

[리뷰] 파격적인 변신+강력해진 주체성 담은 싱글 1집 < Not Cute Anymore >

 아일릿 (ILLIT)
아일릿 (ILLIT)빌리프랩

지난해 3월 데뷔 이래 아일릿(ILLIT, 윤아·민주·모카·원희·이로하)은 케이팝 걸그룹의 공통 요소 중 하나인 발랄하고 경쾌한 이미지를 음악에 녹여왔던 팀이다.

지금까지 무려 7억 스트리밍(스포티파이 기준)을 기록하며 이들의 강력한 데뷔를 이끌어낸 'Magnetic'을 시작으로 'Cherish(My Love)',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로 연결된 일련의 머릿곡들은 빠른 템포를 앞세운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엉뚱 발랄함을 극대화시켰다.

그런데 지난 11월 24일 공개한 첫 싱글 1집 < Not Cute Anymore >의 동명곡에선 그간의 공식을 과감히 무너뜨리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졌다. 이전 활동곡 대비 나른한 분위기와 느림의 미학을 녹여내면서 "우린 더 이상 귀엽지 않다"라는 역설적인 외침이 오히려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것이다.

"Cute is Dead" 파격적인 변신?
 아일릿 'NOt Cute Anymore' 뮤직비디오 주요 장면
아일릿 'NOt Cute Anymore' 뮤직비디오 주요 장면빌리프랩

총 2곡이 수록된 아일릿의 첫 번째 실물 싱글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Not Cute Anymore'은 뮤직비디오의 구성부터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생뚱맞게 무덤을 바라보는 멤버 원희의 모습과 더불어 "Cute Is Dead(귀여움은 죽었다)"라는 묘비명 문구의 등장은 공포영화의 분위기를 살짝 드러내기도 한다.

이내 화면에 포착된 멤버들 머리 위의 악세서리, 가방 속 키링과 손거울, 날개 달린 핸드폰 등은 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집안 벽을 박살내는 미러볼의 등장은 이들을 향한 고정관념을 스스로 부수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용감한 내 가방 / No keyring, no hand mirror / Oh, Rock will never die / 린다 린다 자장가"
"I got Suede on my vinyl / 나의 동화책 / 강아지보단 난 느슨한 해파리가 좋아 / Cuz I'm not cute anymore"

언제나 재치 넘지는 내용으로 꾸며졌던 노랫말은 이번 신곡에선 더욱 난해함을 강조한다. 맥락이 연결되지 않는 문장들의 나열이지만 의외로 그 속에는 강력한 유기성이 발휘된다. 과거 많은 록밴드들이 부르짖던 "록은 죽지 않는다(Rock will never die)"부터 "스웨이드(영국 록그룹)를 내 LP 목록에 추가시켰다(I got Suede on my vinyl)" 등의 문구들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 생활 습관을 아일릿스럽게 반영한 것 마냥 비춰진다.

더욱 단순해진 사운드+강력해진 주체성
 아일릿 (ILLIT)
아일릿 (ILLIT)빌리프랩

"한정판 콩국수/말차보다 고소해"라는 문장 마냥 'Not Cute Anymore'의 사운드는 이전 대비 더욱 단순해졌다. 이전까지 아일릿의 작업물은 작사, 작곡 크레딧에 최소 10여 명 이상의 명단이 기재될 만큼 수많은 인력의 집합체로 완성되었지만 이번 신곡에 참여한 인물은 단 3명(Jasper Harris, Sasha Alex Sloan, 유라)에 불과하다.

레게 비트를 밑바탕에 두고 이뤄지는 곡 전개 또한 단순 명료함을 강조한다. 반복적인 멜로디가 자주 등장할 만큼 쉬운 구성을 강조하지만 그 속에서 그동안 아일릿이 착실하게 쌓아온 내공은 기대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 "주체적인 자아"를 강조하기 위한 정반대 이미지 활용의 측면에선 제법 효과적인 선택으로 평가할 만하다.

뒤이어 감상할 수 있는 두 번째 트랙 'Not Me' 역시 마찬가지다. 무려 29명 음악인들의 이름이 각각 작사, 작곡 크레딧으로 등장하는 이 곡에선 기존 아일릿의 작품과는 다르게 랩+힙합 비트가 강조된다. 이 과정에서 "They call me 000"처럼 다양한 애칭으로 자신들을 호명하는 방식에 대해 "That's not my name"라며 단호하게 거부한다. 누군가가 짜 놓은 틀에 갇혀 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은 "이래야 아일릿!"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흥미진진한 색다른 도전
 아일릿 싱글 1집 "Not Cute Anymore' 표지
아일릿 싱글 1집 "Not Cute Anymore' 표지빌리프랩

공개 3주 차를 맞이해 착실하게 인기몰이를 진행중인 아일릿의 색다른 도전은 2025년 케이팝 업계의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부각되었다. 단 2곡만 수록된 작업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주제 등은 빼곡히 채워 넣으면서 착실한 '우상향 성장'의 좋은 예를 스스로 증명해낸다.

전작들이 형성해 놓은 아일릿의 이미지 혹은 일정한 방향성에 대해 스스로 변주를 단행하지만 이 팀이 지닌 정체성 또한 그 속에 일정량 심어 놓었다. 상상의 여지를 남겨둔 제작 방향성은 아일릿의 또 다른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저 상큼 발랄함이 전부가 아닌, 남들 시선 아랑곳 없이 그저 내 취향대로 움직이겠다는 독립적이면서 주체적인 아일릿이 이번 싱글 1집 < Not Cute Anymore >를 통해 완성되었다. 늘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자신들을 주목하게 만든 아일릿은 이렇게 우리를 또 한번 놀라게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아일릿 ILL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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