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조현병 유튜버 이야기, 들어 보면 편견 사라질 걸요

[최해린의 물건너 유튜버들] 유튜브 'SchizoKitzo'

'조현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의식적으로라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환시를 보고 발작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사람을 떠올리고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디어에서 묘사된 대로 폐쇄병동에 갇혀 사는 환자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정신질환자의 삶이 그렇게 획일적일까?

미국의 유튜버 '스키조킷조(SchizoKitzo)'는 이러한 편견을 깨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당신 옆에서 살아가는 정신병 환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그녀가 어떻게 진솔하고 담백한 이야기로 인터넷을 사로잡았는지 알아보자.

 유튜브 'SchizoKitzo' 갈무리
유튜브 'SchizoKitzo' 갈무리@SchizoKitzo

불치의 '광증' 아니라 평범한 병일 뿐

'스키조킷조'라는 채널 이름은 조현병을 의미하는 영단어 'schizophrenia'와 이름 '킷(Kit)'의 조합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킷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졌던 정신질환 조현병을 앓고 있다. 이외에도 분열정동 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와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 증세를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킷은 해당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막연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이러한 병리적 증상을,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친절하게 풀이한다. 어릴 적 시험을 칠 때 '환청'이 도움을 주었던 이야기부터 처음 정신과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긴장감까지. 킷의 이야기는 병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해당 병이 자신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집중하기에, 비(非)당사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킷은 조현 증세를 앓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밀 검진과 이에 향응하는 약물 치료를 통해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환자들이 정신적 이상 증세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자신을 치료 불능의 상태로 여기기에 오히려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킷이 자신이 먹는 약과 치료 전후의 삶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는 2025년 5월의 영상은 단기간에 23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많은 당사자와 의료인의 공감을 샀다.

친근한 유머 감각 역시 킷의 채널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요소다. 조현병의 부가적 증세로 인해 감퇴한 기억력 '덕분에' 같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몇 번이고 돌려보아도 항상 새롭다고 밝히는 등, 킷은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의 삶이 그 순간 끝나거나 무한한 절망의 굴레로 빠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한다.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정신병이나 신경증이 여전히 많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도 자신을 탓하지 말라는 킷의 이야기는 정신병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

 유튜브 'SchizoKitzo' 갈무리
유튜브 'SchizoKitzo' 갈무리@SchizoKitzo

유튜브에 자신의 이야기 올리는 이유

꼭 킷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유튜브는 조금씩 '정신질환자'들의 천국이 되어 가고 있다.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거나 편견 어린 시선으로 묘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당사자가 직접 풀 수 있는 공유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10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일상 유튜버 '제이든 애니메이션(JaidenAnimations)'은 자신이 ADHD 진단을 받았음을 밝히며 진단 이후 자기 삶에서 이상하게 여겨졌던 부분이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ADHD·자폐증 등으로 대표되는 신경다양인(neurodivergent)들의 고충과 일상이 천천히 대중에게 친숙해진 것처럼, 보다 심층적인 정신병리 질환자들의 이야기도 유튜브를 통해 점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스키조킷조 채널의 킷 역시 이러한 방향성에 공감하며 정신의학의 대중화에 앞서고 있다. 킷의 대표적인 영상 중 하나로 미 정신의학회(APA)에서 꾸준히 개정 발간하는 '정신병 백과사전' < DSM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을 언박싱하며 관련 역사를 설명해 주는 콘텐츠가 있기도 하다.

물론, 유튜브만 시청한 일반인이 정신병 증세를 속단하거나 치료하려 시도하는 것은 위험을 수반하는 만큼, 주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킷은 자신의 치료 여정을 공유하는 것이 섣부른 개입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전문가를 찾아가는 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정신병을 감추고 혼자 끙끙 앓으며 골머리 썩이는 것보다는 명확한 진단을 받고 걸맞은 치료를 받는 것이 더 편한 삶으로 이어진다는 철학에 기반한 조언이다.

이처럼, 킷은 정신병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푸는 동시에 모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진솔해지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구축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풀고 싶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혹은 우리의 곁에서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환자들의 삶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킷의 채널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무의식중에 품고 있던 경계심이 한층 누그러질지도 모른다.
유튜브 조현병 스키조킷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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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