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한 대구FC 조광래 대표이사.(대구FC 제공)
연합뉴스
결말은 너무나도 뼈아팠지만, 조광래 대표 이사가 대구에서 걸어온 11년의 발걸음은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
올해 프로축구 K리그2로 강등된 대구FC는 2일 오후 공식 채널을 통해 "조광래 대표 이사는 시즌 중 이번 2025시즌을 끝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2025시즌 종료와 함께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셨음을 알려드린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조광래 전 대표는 "아직도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이지만,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기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준 우리 선수단과 경기 후에도 눈물의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신 팬 여러분들의 그 진심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평범한 시민 구단' 조광래가 변화시킨 '11년 발걸음'
지난 2002년 10월,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높아진 축구 인기를 통해 첫 출발을 알렸던 대구FC는 K리그에서 그저 평범한 시민 구단 중 한 팀이었다. 간간이 이근호, 에닝요, 하대성, 오장은 등과 같은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성적은 늘 하위권에 속했다. 결국 승강제 도입 이후 1년 만인 2013시즌, 13위를 기록하며 2부로 강등됐다.
예산도 부족하고 관심도도 떨어지는 시민 구단인 대구. 곧바로 승격을 원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0팀 중 최종 7위에 그치면서 준플레이오프에 도달하지 못했고, 미래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암흑 속의 터널에 갇힌 상황 속 2014년 9월, 이들은 팀의 운명을 바꿀 한 인물을 선임했다. 바로 선수-감독으로서 엄청난 성과를 이룩한 조광래를 대표로 영입한 것.
1954년생인 조광래는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만 100경기에 출전하며 이름을 날렸고, 지도자 변신 후에도 대표팀 코치-대우 로얄즈(현 부산)-FC서울-경남FC를 거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했다. K리그 우승 1회, 슈퍼컵 우승 1회, FA컵 준우승 1회를 기록했고, 특히 경남 시절에는 조광래 유치원이라고 할 정도로 윤빛가람·이용래 등과 같은 자원들을 발굴하기도 했다.
이후 2010년에는 허정무 감독의 뒤를 이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아시안컵 3위와 같은 준수한 성적을 냈으나 브라질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레바논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이후 야인 생활을 이어간 그는 축구보다 야구 인기가 월등히 높았던 대구 대표 이사로 선임되며, 경영인으로서 첫 발걸음을 뗐다.
상황은 쉽지 않았다. 대구라는 구단은 시민들에게 확실히 인지도가 낮았고, K리그2에 머물러있는 비인기 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조 대표는 부임 후 팀 사령탑에 이영진 감독을 선임하며 팀 전술 체계를 구축했고, 승격을 노리는 팀으로 변모했다. 2015년에는 아쉽게 3위에 그쳤지만, 이듬해 안산 무궁화(현 안산 그리너스)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승격을 이뤄냈다.
천신만고 끝에 1부로 복귀했지만, 대구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손현준 감독 지휘 아래 전반기 2승 3무 11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최하위로 추락했고, 다이렉트 강등 1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대행으로 임명된 안드레 코치가 반전을 만들었고 최종 8위로 안정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도 1부에 남은 이들은 구단 역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바로 코리아컵 트로피다. 대구에 축구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함과 동시에 조 대표는 K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과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바로 축구전용경기장 건설이다. 대구에는 한일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총 6만 6422석을 수용할 수 있는 대구 스타디움이 있었다. 하지만, 육상 트랙으로 인한 시야 제한과 시내 중심부와 떨어진 최악의 접근성으로 애를 먹고 있었다.
결국 조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대구 시장이었던 권영진 국회의원에 전용 구장 필요성에 대한 부분을 어필했고, 제안을 수락하며 경기장 건립에 나섰다. 시내 중심부인 고성동에 자리한 시민운동장을 리모델링하면서, 시설·접근성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했고 전 좌석에 지붕을 설치하며 관람에도 불편함을 줄이기도 했다.
또 스타디움에 명명권을 기업에 유치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등 조 대표의 회심작은 확실하게 통했다. 동시에 2019시즌부터 새로운 구장에서 대구가 사상 첫 파이널 A 진출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호성적을 거뒀고, 자연스럽게 축구 인기가 상승하는 효과도 누렸다. 그 결과 2023년에는 역대 최다 매진(11회), 최다 관중 신기록(20만 8340명)과 같은 기록을 작성했다.
▲사과하는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프로축구 대구FC가 10년 만의 2부 강등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하고 팀을 재정비해 K리그1로 복귀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는 11월 30일 대구 iM뱅크파크에서 열린 FC안양과의 38라운드 홈 경기로 2025시즌이 종료된 뒤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려 "대구FC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 그리고 대구 시민 여러분. K리그1 최하위라는 참담한 성적표와 함께 K리그2 강등이라는 상처를 안겨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사진은 안양과의 경기 후 관중석 앞에 서서 팬들에게 사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후 조 대표는 세징야·에드가와 같은 걸출한 자원과의 재계약도 말끔하게 해결,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대구라는 비주류에 있던 팀을 현재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구단으로 탈바꿈시켰지만, 말로는 좋지 않았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고, 이번 시즌에는 시즌 내내 최하위에 자리하며 결국 K리그2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에는 팬들의 불만이 터지면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건강이 악화된 모습이 보이면서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구단 프런트가 조 대표를 '방패막이'로 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1월 30일 FC안양과의 최종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한 이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조 대표는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비록 말미의 모습은 좋지 않았지만, 조광래라는 인물이 대구 축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인기를 끌어올린 부분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그는 마지막으로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을 주신 대구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대구FC와 팬들은 나의 마지막 사랑이자 자부심이었습니다"라며 대구 팬들에 작별 인사를 고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