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득점 11리바운드' 하나은행 진안, '친정' 울렸다

[여자프로농구] 1일 BNK전 20득점11리바운드 맹활약, 하나은행 공동 1위 등극

하나은행이 안방에서 4쿼터 대폭발로 지난 시즌 우승팀 BNK를 제압했다.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하나은행은 1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BNK썸과의 홈경기에서 60-49로 승리했다. 3쿼터까지 BNK에게 43-44로 뒤져 있던 하나은행은 4쿼터를 17-5로 압도하며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BNK를 6번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전패의 수모를 당했던 하나은행은 이번 시즌 첫 맞대결에서 BNK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시즌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이이지마 사키가 3점슛 2방을 포함해 14득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을 기록했고 박소희와 김정은이 7득점,정예림이 6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프로 데뷔 후 9시즌 동안 활약했던 '친정' BNK를 만난 진안은 20득점 11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골밑을 장악하며 하나은행의 공동 1위 등극을 견인했다.

박지수 등장 이후 사라진 정통센터

 진안은 작년 4월 FA자격을 얻어 9년 동안 활약했던 BNK를 떠나 하나은행으로 이적했다.
진안은 작년 4월 FA자격을 얻어 9년 동안 활약했던 BNK를 떠나 하나은행으로 이적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 박찬숙, 성정아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한국 여자농구는 꾸준히 좋은 센터들을 배출했다. 1990년 삼성생명에 입단해 두 번의 농구대잔치 MVP에 선정됐던 정은순은 WKBL 출범 후에도 첫 4시즌 동안 3번이나 MVP를 독식했다. 정은순은 국제 무대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185cm의 신장을 가진 센터였지만 뛰어난 기본기와 농구 센스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정은순보다 3년 늦은 1993년 SKC에 입단한 정선민(하나은행 수석코치)은 사실 센터라는 포지션에만 묶어 둘 수 없는 다재다능한 선수였다. 실제로 국제무대에서는 정은순, 신한은행 에스버드 시절에는 하은주(KBS N 스포츠 해설위원)가 센터를 맡으면서 정선민은 코트를 넓게 활용하며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프로 출범 직전 농구대잔치 시절 정선민은 정은순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센터이기도 했다.

187cm의 좋은 신장을 앞세워 현역 시절 4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했던 이종애(BNK 수석코치)는 '블룍슛 여왕'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공격보다는 수비에 특화된 센터였다. 물론 12.9득점 7.5리바운드의 통산 성적도 준수했지만 커리어 내내 무려 11번이나 블록슛 1위를 차지했고 통산 블록슛(2.1개)이 통산 턴오버(1.7개)보다 많을 정도로 수비와 블록슛에서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의 능력을 자랑했다.

한국 여자농구의 센터 계보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선수는 WKBL 역대 최장신 선수였던 '거탑' 하은주다. 한국 학원 스포츠 병폐의 희생양이 되면서 원활한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지만 2007년 신한은행에 입단하자마자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다. 하은주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평균 출전 시간이 15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3번이나 챔프전 MVP에 선정되며 '레알신한'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져 오던 한국 여자농구의 센터는 박지수(KB스타즈)의 등장과 함께 '원톱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압도적인 신장(193cm)으로 골밑을 장악한 박지수를 제어할 센터들이 나오지 않았고 KB를 상대하는 구단들은 정통센터가 없는 '스몰라인업'을 활용해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센터실종시대'가 되고 있는 WKBL에서 유일하게 박지수에 대항하고 있는 센터가 바로 진안이다.

BNK전 20득점 11리바운드로 골밑 장악

 지난 시즌 BNK에게 6전 전패를 당했던 하나은행은 진안의 활약을 앞세워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시즌 BNK에게 6전 전패를 당했던 하나은행은 진안의 활약을 앞세워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

대만에서 태어나 유망주로 성장하다가 한국으로 농구유학을 온 진안은 2013년 수원여고에 입학해 그해 6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수원여고 2학년 때 팀을 추계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MVP와 득점왕을 독식한 진안은 2015-2016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KDB생명 위너스에 지명을 받았다(당시 전체 1순위는 삼성생명 블루밍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온양여고의 장신가드 윤예빈이었다).

프로 입단 후 4년 차 시즌까지 벤치 멤버로 활약하던 진안은 BNK가 창단한 2019-2020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 제도가 사라진 2020-2021 시즌에는 16.7득점 9.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박지수 다음 가는 리그 두 번째 센터로 떠올랐다. 그리고 2022-2023 시즌과 2023-2024 시즌에는 연속으로 '더블더블 시즌(평균 10득점10리바운드 이상)'을 만들며 무르익은 기량을 과시했다.

하나은행은 2023-2024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진안과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3억 6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진안과 양인영,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골밑을 구축했다. 하지만 박지수의 유럽리그 진출로 인해 리그 최고의 센터로 군림할 거라는 평가와 달리 진안은 지난 시즌 발목 부상으로 23경기에 출전해 10.3득점 8.1리바운드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기며 하나은행의 최하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진안은 이번 시즌에도 어깨 부상에서 회복중인 양인영이 출전 시간을 조절하면서 코트에서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진안은 이번 시즌 이이지마 사키,박소희와 함께 하나은행을 이끌면서 12.4득점 7리바운드 2점슛 성공률 57.7%(1위)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진안은 1일 BNK전에서도 32분 30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자유투 없이 10개의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20득점 11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하나은행의 3연승을 이끌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비 시즌 동안 눈에 보이는 확실한 보강이 없었음에도 1라운드를 4승 1패로 KB와 공동 1위로 마무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를 두고 새로 부임한 '이상민 감독 효과'라고 하는 농구팬들도 있고 아시아쿼터 이이지마 사키의 활약 덕분이라고 하는 농구팬들도 있다. 물론 모두 맞는 이야기지만 하나은행의 초반 상승세에는 골밑에서 위력을 발휘해주고 있는 진안의 부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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