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은 회사에 도구처럼 이용되고서는 결국 퇴직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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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DNA가 마음을 지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게 최우선인 상태가 되고, 이는 타인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갖기 보다는 모든 것을 자기 자신과 관련 지어 해석하는 '자기 중심성'으로 이어진다.
낙수는 결국 공장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리고 그 무렵 아내 하진(명세빈)이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해 일을 시작한다. 그러자 낙수는 '버럭' 화를 내며 "당신까지 왜 그러냐"고 말한다(6회). 아내가 일하는 것을 가장으로서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로 여긴 탓이다. 이는 낙수가 타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일조차, 자기 자신과 관련지어 해석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음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이런 자기중심성은 '책임감' 혹은 '남을 위한 일'로 포장되기도 한다. 이후 낙수는 결국 은퇴를 하고 퇴직금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지만, 사기를 맞는다(8회). 그럼에도 낙수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가족들에게 알려 해결책을 찾는 걸 주저한다. 마침내 사기 맞은 일을 가족들에게 들키고 말았을 때 가족을 위해 한 일이었다고 애써 위안 삼아보려 한다.
이에 아들 수겸(차강윤)은 낙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게 정말 저랑 엄마 생각해서 하신 투자예요? 보여주고 싶으셨죠? '나 회사에서 밀려나도 이 정도 산다.' 저 재수시킬 때도 그러셨어요. 말로는 다 날 위한 거다 하셨지만 결국 서울대 간 아들의 아버지가 되고 싶으셨던 거죠. 아닌가요? 가족이 정말 뭘 원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아버지는 알려고도 하지 않으세요. 서울대도 이 상가도 우리가 원한 거 아니에요. 아버지." (10회)
이 말은 아마 낙수에게 '현타'를 가져왔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나도 '나의 욕망'을 채우는 것을 아이를 위한 것이라, 가족을 위한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했다.
의존과 돌봄에 대한 터부
이런 자기중심적인 상태는 의존하고 돌봄 받는 것에 대한 터부를 낳는다. 낙수는 공황장애가 회사에서부터 시작됐지만, 이런 신호들을 애써 무시한다. 심지어 은퇴 후 사기를 맞고 대리운전을 하다가 공황장애가 와 사고가 났을 때조차 "정신과에 가보라"는 의사의 말에 발끈하며 병원을 뛰쳐나온다.
아내 하진(명세빈)이 이런 낙수를 간신히 병원에 데리고 가지만, 그곳에서 조차 낙수는 증상 체크리스트에 모두 '아니오'를 표시한다. 그리고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대충 하고 나가겠다"고 채근한다(10회). 이는 낙수가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돌봄받는 것을 얼마나 터부시하며 지내왔는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낙수의 이런 모습은 독립해 성공하는 것만을 중요시하고 돌봄과 의존의 가치를 폄하해 온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낙수는 사기당한 매장에서 홀로 지내는 극한상황을 경험한 후에야 이야기를 나누자는 정신과 의사에게 마음을 연다. 상담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형에 대한 경쟁심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여전히 집을 지키고 싶었던 낙수는 집을 팔자는 하진에게 "집을 팔면 무너져 내릴 것 같다"며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11회). 하지만 이에 하진은 "진짜 지키고 싶었던 건 자존심"이라며 일침을 날리고, 이날 술에 취해 달리던 낙수는 마침내 다음 대사와 함께 '김 부장'을 떠나보낸다.
"나는 내가 지켜주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하진이가, 수겸이가 그렇게 내 등 뒤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었던 거야. 그냥 이 알량한 자존심만 꽉 움켜쥐고 있었던 거야." (11회)
이렇게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난 낙수는 수겸의 마음에 귀 기울여주고, 하진의 일을 존중해주면서 진심으로 가족들과 연결된다. 가족에게 솔직하게 '힘들다'고 말하며 의존할 줄도 알게 된다. 또한, 자신이 다니던 ACT 법인차 세차를 하면서 자존심을 지키거나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일이 아닌, 진짜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하는 법을 배워간다(12회).
▲낙수는 극한 상황에 처하고서야 마침내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다.JTBC
나는 대기업에서 단정한 수트를 입고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던 김 부장 보다 작업복을 입고 수염을 자연스레 기른 낙수가 더 '어른다워'보였다. 사실, '김 부장'은 '꼰대' 그 자체였다. 김 부장의 꼰대성은 경쟁과 성취에 집착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돌봄과 의존을 터부시하는 태도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면서 낙수는 가족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서로을 존중하는 진정한 '어른'이 된다.
우리 사회도 그렇지 않을까? 획일적인 경쟁과 성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보다 다양한 삶을 존중하며, 타인에게 마음을 열 때, 서로 돌보고 의존하며 살 수 있는 '어른처럼' 품어주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드라마 <김 부장> 이 남긴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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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