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새로운 선택, '블루 칼라'가 뜬다

[리뷰] KBS <다큐 인사이트> - 역전의 블루 칼라

이 시대의 화두는 AI이다.'artificial inteligence', 인공 지능이라는 '굉장히 파괴력있는 기술 혁신이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사회에 침투'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를 고민하게 하게 하는 근간은 바로 '일', '일자리' 아닐까.

인터넷에 떠도는 AI의 범용화와 함께 사라질 일자리 100 가지는 이제 더는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한다. 세대 갈등을 넘어, AI와 일자리를 겨루어야 하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일자리의 해법이 있을까?

MZ 세대, 몸으로 승부하다

 다큐인사이트- 역전의 블루 칼라
다큐인사이트- 역전의 블루 칼라KBS

궁즉통(窮則通)이라 했나?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각자도생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로 그 '길'은 '블루 칼라'! 11월 13일 방영된 KBS <다큐인사이트>는 몸 쓰는 일에 뛰어든 MZ 세대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 2023년 세계적인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 지 표지에 보석이 박힌 작업모가 등장한다. '블루 칼라 대박'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코노미스트 지는 분석한다. 세계적으로 저출생,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노동력이 줄어들고, 그와 함께 기술에 기반한 블루 칼라의 일이 새롭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1920년, 미국 캘리포니아 한 지역 신문에서 '블루 칼라'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전문직과 사무직은 화이트 칼라, 기능직은 블루 칼라로 구분한 것이다. 당시 공장 노동자들의 옷 색깔이 주로 파란 색이었던 데서 유래한다. 화이트 칼라는 학력이 높고 고임금과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블루 칼라는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로 구분했다. 특히 조선 시대 이래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교적 사고 방식에 젖은 우리 사회는 농사 지어 소 팔아 자식 대학 보내 사무실에 앉아 펜대 잡는 일 하는 걸 성공이라고 여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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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다른 선택지를 찾는다.

최근 몇 년 사이 타일, 목공, 인테리어 등 기술직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일반 회사를 다니던 이들 중, 위계질서 중심의 억압된 분위기에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기술직'에 눈을 돌리는가 하면, 다른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던 이들도 '기술'의 습득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꾸려가고자 한다.

운동선수 출신의 이창현씨. 이렇다 할 학벌이나 기술이 없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준 건 '청소'였다고 한다. 자영업과 회사 일에 지친 사람들을 규합하여 청소 전문 업체를 차려 이제 7년 차,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일을 경험해 봤는데 몸을 써서 일하는 것만큼 경쟁력이 있는 게 없겠다 싶어 창업했어요. 더럽고 불쾌한 현장, 하지만 그들이 못하는 일을 제가 대신 해줌으로써 소득이 생기고, 가치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쓰레기가 많고, 더러운 곳일 수록 우리를 필요로 하는구나 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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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여성 이우진씨는 도배공이다. 지방의 명문대를 다니다 좀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고 '도배'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여자가 하는 기술직으로 도배가 괜찮겠다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웬걸, 벽지만 바르면 될 줄 알았는데 도배에 앞서 거친 벽면을 기계로 다듬고, 치수에 맞게 벽지를 재단하는 등 도배는 여성이 하기엔 생각보다 벅찼다. 하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그녀는 인정받는 도배 기술자가 됐다.

처음엔 몸이 고돼서 집에 돌아오면 자기 바빴지만, 하다 보니 스스로 집을 만들어 가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단다. 심지어 도배 시공업체의 사장이 된 남자 친구도 생겼다. 의류 일을 하던 고은정씨는 중년의 나이에 필름 인테리어 일을 배우는 중이다. 이처럼 나이를 막론하고 여성들의 기술직에 대한 진출 또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직업 선호도의 변화

 다큐 인사이트 - 역전의 블루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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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의 직업 선호도가 변화하고 있다. '킹산직'이란 말을 들어 봤는가. 1억 원의 역대 연봉과 정년 보장처럼 왕과 같은 대접을 받는 생산직으로, '성공보다는 워라벨' 이라며 현대나 기아 자동차 같은 생산직 구직에 2040이 몰려 들고 있다.

야근 없는 연봉 3000 만원의 화이트 칼라보다 교대 혹은 지역 근무가 있는 연봉 7000 만원의 블루 칼라의 선호도가 높았다. 블루 칼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7%)보다 긍정적 인식(63%)이 9배나 많았다(출처 :블루칼라에 대한 MZ 취준생 인식 조사(1995-2007년생 취업 준비생 1603명 조사(진학사 캐치2025). 긍정적인 생각의 변화 이유를 들여다 보니 무엇보다 높은 연봉, 낮은 해고 위험 등이었다. 물론 빠른 취업과 AI와의 경쟁에서 자유로운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 기기에 관심이 많았던 정성일씨는 2024년 리올 기능 올림픽에서 로봇시스템 통합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던 그는 직업계 고를 선택했다. 졸업 후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에 입사했다. 전기차의 배터리 팩을 조립하고 포장하는 로봇을 만들어 수상했고, 로봇을 제어하는데 필요한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하고 있다. 블루 칼라에서 파생된 직군인 자동화 엔지니어인 그는 로봇에서 직장을 빼앗긴다는 불안감 대신, 로봇은 로봇이 할 일을, 사람은 사람이 할 일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내보인다. 이처럼 AI의 시대는 정성일씨처럼 새로운 직군의 직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요즘 MZ 세대가 생각하는 생산직은 그 앞선 세대가 생각하던 '노동'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직'이라는데 방점이 찍힌다.

37년차 미장공 이태연씨는 시멘트를 배합하는 일부터 벽에 시멘트를 바르는 일로 여겨지는 '미장'을 한다. 한번 나와서 움직이면 30만 원씩은 받는다는 이태연는 제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자신의 손끝 기술은 대체할 수 없는 일이라 자부한다.

물론 기술직의 시작은 쉽지 않다. 쉽게 택할 수는 있지만, 200여 만 원의 수입은 기다림이라는 미학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기술을 택한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일을 하노라면 기술이 늘고, 늘어난 기술은 자신의 수입으로 인정과 안정을 가져다 준다고. 사람의 가치가 AI에 비해 '헐값'으로 취급되어지는 시대, 젊은이들의 '블루 칼라' 선택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현실적이고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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