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였다' 이무생 "가정폭력, 계속 회자돼야 할 이야기"

[인터뷰]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 이무생 배우

 이무생 배우
이무생 배우에일리언컴퍼니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비슷한 트라우마를 가진 두 여자가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후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2015) 원작으로 완전 범죄를 꿈꾸는 두 여성의 연대와 구원 서사가 속도감 있게 펼친 작품이다 2016년 일본에서 한 차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10년 후 한국적 정서로 각색된 시리즈는 좀 더 진화된 가정폭력의 끊을 수 없는 고리 앞에서 연대하는 모습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지난 20일 용산의 한 카페에서 '진소백'을 연기한 이무생과 만나 작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미스터리한 인물의 진심

진소백은 첫 등장부터 정체를 알기 힘들다. 그가 맡아온 악역 탓에 초반에는 미스터리함이 배가 된다. 서로 다른 가정폭력에 노출된 은수(전소니)와 희수(이유미)를 돕는 비밀스러운 인물이면서도 폭력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아 기꺼이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는 유니콘 같은 존재다.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울타리가 되어주는 인물로 두 여성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다"라며 "시리즈가 품은 진정성에 세상이 화답한 것 같다. 세상의 또 다른 은수와 희수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운을 떼었다.

하지만 작품 속 인물을 연기하는 것과 시청자로서 8부작을 모두 본 소감은 분명 달랐을 거다. 중심 소재가 가정 폭력이라 불편한 장면이 자주 연출되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만큼 폭력 묘사의 수위가 높다.

실제로 폭력에 노출된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그는 "일단 상대방과 분리하고 생존자를 보호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쪽을 택하겠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한 "(가정 폭력은) 여전히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다. 저의 인생관을 재정립하는 시간이 되었다. 시리즈가 끝나고 1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배울 점이 많았다. 변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특히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우쳤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감독님이 공부도 많이 하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찍으려던 부분이 현장에서도 느껴졌다. 저 또한 가정폭력의 생존자를 향한 매너가 장착되어야 한다고 봤다. 진소백을 연기할 때 감정에 앞서 당한 것만큼 돌려주자는 생각은 경계하고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메시지를 확실하게 줘야 하기 때문에 폭력적인 장면은 필요했다. 제작진이 그린 큰 그림의 톤 앤 매너와 생존자를 향한 사려 깊은 태도 때문에 저도 같은 뜻으로 임할 수 있었다"며 자극적인 수위는 진정성을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은수와 희수의 결정을 돕고 끝까지 보호하는 인물이지만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는 "'당신이 죽였다'라는 제목 자체의 무게감이 크다.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저부터 조심하고 제대로 살아가야겠다고 되뇌였다. 시청자로서도 제목의 의미가 와닿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상처 입은 사람은 같은 아픔을 알아본다. 진소백은 내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아들을 잃고 멈춰 있는 시계처럼 삶도 끝났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붕 뜬 기분을 안고 살아갔다. 누구도 삶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을 만나고 균열이 생기며 변화하게 된다. 진소백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기회가 되었고 다시 태어났다"며 인물을 곱씹었다.

첫 장발 도전, 스스로를 던져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 스틸컷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 스틸컷넷플릭스

이무생은 캐릭터 구축 과정 중 외형이 주는 분위기를 크게 신경 썼다고 말을 이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중년의 단발머리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상된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초반에는 악역인 줄 알았지만 결국 선역이었던 이미지 반전의 쾌감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한번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목숨 걸고서라도 지킬 수 있는 진소백을 그리고 싶었다. 처음 장발을 해봤는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저를 던졌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감독님과 여러 상의 끝에 탄생한 외모다. 시간이 부족해 부분 가발을 착용 했다. 샴푸도 많이 들고 관리하기 힘들더라. 여성분들의 애로가 느껴졌다(웃음). 그렇게 중단발 스타일과 깃을 펼친 와이셔츠, 금목걸이를 착장했다. 살짝 내추럴한 모습이 잘 맞아떨어졌다."

그는 '오묘함'과 '모호함'이 시리즈와 진소백을 엮어주는 키워드라고 덧붙였다. 이어 "진소백은 외모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은수와 희수를 만나 새로운 삶을 살면서 심경이 변한다. 마지막에는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담배도 끊고 껌을 씹는다. 사회의 규칙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을 만난 건 작지만 큰 변화였다"라고 답했다.

어떤 역할이든 흡인력 있는 연기력과 탁월한 캐릭터 해석력을 보여준 이무생의 진가는 현장에서도 발휘되었다. 그는 진소백은 자유도가 큰 캐릭터였지만 세밀하게 세공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은수와 희수가 위험에 처했을 때 걱정하는 마음과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 되겠다는 경고로 즉석에서 꿀밤을 때려봤다. 또 다른 징표로 손이 떨리면서 분신 같았던 칼을 호신용으로 주는 장면도 제안했다. 품 안에 늘 넣고 다녔던 칼이 은유적으로 쓰일 것 같아서였다. 마작하는 장면에서도 의견을 냈다. 새 두 마리가 그려진 패가 은수와 희수 같아서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의사결정을 할 때 만지작거리면서 소리를 내면 좋겠다고 이야기 드렸다.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손을 떠는 것도 트라우마이기 때문에 일부러 설정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은수와 희수가 앉아있는 게 보기 좋아 카메라를 드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진소백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그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의 표상이 무엇인지 묻었다.

"<당신이 죽였다>는 나라를 넘어 누구나 공감하고 계속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소재다. 시리즈를 보고 들었던 감정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되새기게 만드는 작품이다. 진소백은 진소백일 뿐 좋은 어른인지는 모르겠다. 과거에는 거친 삶을 살았고 자신만의 규칙을 따르면 살아왔던 인물이라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은수와 희수가 그를 좋은 사람으로 대해주었기에 좋은 어른처럼 보이는 거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테두리로 묶일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을 논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긍정적인 방향일 때라야 한다. 결국 우리가 되었을 때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무생 당신이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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