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 사진관> 스틸컷
(주)콘텐츠존, (주)씨씨에스충북방송
과거 난징 대학살을 다룬 영화 <난징! 난징!>(2009), <존 라베: 난징 대학살>(2009), <진링의 13소녀>(2011)는 폭력의 스펙터클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서구인·선교사 시점, 혹은 여성을 구하는 남성 영웅 서사를 중심에 두었다. 반면 <난징사진관>은 작은 공간,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기록 행위로서의 사진에 집중한다.
영화 속 사진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다른 의미로 변한다. 처음 그곳은 외부의 학살을 잠시나마 막아주는 피난처에 불과했다. 동시에 일본군 사진병의 명령을 이행해야 하는 감옥이기도 했다. 이러한 폐쇄적이고 옥죄어오는 공간의 감각은 일본군에 함락된 난징 전체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서사가 진행될수록 이 공간은 단순한 은신처에서 저항의 출발점이자 기억의 저장소, 나아가 학살의 진실을 기록한 증거 보관소로 변화한다. 사진관은 평범한 난징 시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을 선택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다시 말해, 사진관은 난징 사람들의 정신적 지형의 축소판이자 그들의 내적 저항을 형상화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사진관에 모인 사람들은 우편배달부, 사진관 주인, 엑스트라 배우, 전직 경찰 등 하나같이 평범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방언을 구사하는데, 이는 작은 사진관을 '중국 전체를 압축한 공간'으로 보이게 하려는 연출 의도다. 우편배달부 아창은 북방 사투리가 섞인 외지인으로 설정되었고, 일본군 통역을 맡은 왕광하이는 상하이 사투리를, 사진관 주인 진씨는 난징 사투리를 사용한다. 전직 여배우 린위슈는 상주·창저우 방언을 구사한다. 이들의 배경에는 살아남기 위해 도망친 이, 일본군에게 가족을 잃은 이, 강한 자에게 의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 이처럼 1937년 중국 사회의 다양한 인간상이 투영되어 있다.
다양한 인물상이 모여 있는 가운데, 영화는 그 반대편에 선 인물인 일본군 사진병 이토의 변모 또한 중요한 축으로 삼는다. 그는 처음에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순진한 청년으로 등장하지만, 점차 군국주의적 신념에 잠식되며 광신도로 변모한다. 그의 변화는 마치 '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눈앞에서 목격하는 듯해 소름이 돋는다.
"사진들은 모두 정의를 향한 탄환과 같았다"
▲<난징 사진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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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난징사진관>의 영제 'Dead to Rights'는 범죄나 잘못을 저지른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 증거로 완전히 잡힌 상태를 뜻한다. 일본군의 전쟁 범죄가 '사진'이라는 형태의 부정할 수 없는 기록으로 남았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총과 사진기의 병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는 총성이 울리는 소리와 카메라 셔터음이 교차로 등장하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영어에서 'shoot'이 '총을 쏘다'와 '사진을 찍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킨다.
영화의 시각적·청각적 대비는 폭력의 순간과 그 폭력을 기록하는 순간을 맞물리게 함으로써, 사진이 지닌 힘, 나아가 역사의 진실을 남기는 행위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다. 쉔 아오 감독은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록의 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일본군의 만행이 기록된 한 장 한 장의 사진은 모두 정의를 향한 탄환과도 같았다."
▲<난징 사진관> 스틸컷(주)콘텐츠존, (주)씨씨에스충북방송
최근 일본의 극우 세력은 난징 대학살을 "희생자 숫자가 과장되었다", "학살 자체가 없었다"는 식으로 모호한 사건으로 축소하거나, 아예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일본군이 전쟁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필름을 불태우는 장면은 오늘날 일본 극우의 자료 조작과 삭제 행위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난징사진관>은 일본 극우 세력의 역사 뒤집기 시도에 대한 직접적 응답이자 난징 대학살의 진실을 중국 대중에게 다시 상기시키는 역사 교육적 영화로 기능한다. 난징 대학살을 국제적으로 재조명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한편, 영화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역사를 기록하는 것, 그리고 기억하는 것의 중요성을 대중적 담론으로 되살린다. 이러한 메시지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경험했던 우리에게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영화는 스크린 밖 현실의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역사는 잊힐 수 없다.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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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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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에서 발견한 일본군의 만행... 세상 밖에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