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이 뭐길래 우리는 35년 동안 이러고 사는 걸까?"

[콘서트 리뷰] 2025 THE 신승훈 SHOW 'SINCERELY 35'... 그의 팬들이 35년을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

#1.

'오늘 저녁 6시에서 8시 사이에 티켓 배송 예정입니다.'

몇 주 전 이 문자 한 통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새벽마다 예매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취켓팅(취소표 티켓팅)'에 성공한 그 티켓, 신승훈 콘서트 티켓이 내 손에 곧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애매했다. 외출했다 집에 빨리 들어와도 8시일 것 같은데 그 사이 기사님이 다녀갈까 봐 조바심이 났다. 다른 택배라면 문 앞에 두고 가겠지 하겠지만 이건 달랐다. 나는 공손하게 기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기사님, 죄송한데 귀가하면 8시가 조금 넘을 것 같거든요."

기사님은 벨 눌러보고 아무도 없으면 문 밑으로 밀어 넣어주고 가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불안했다. 있는 힘껏 빨리 집으로 달려왔다. 도착 시간은 저녁 8시 5분. 잠시 후 초인종이 울렸고 나는 직접 티켓을 받았다. 그러자, 나이 지긋하신 기사님이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신승훈이 뭐길래?!"

#2.

"잘 지냈어? 너는 공연 언제 가?"

이렇게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그간의 소식들을 전하느라 꽤 오래 계속됐다. 신승훈 콘서트 시즌이면 나는 바쁜 일상에 연락하지 못했던 30년 지기 친구들(신승훈 팬클럽을 통해 만난 친구들이다!)과 다시 연결된다. 10대와 20대를 신승훈이라는 키워드로 함께 보내고 지금은 중년이 되어버린 우리들. 하지만, 그때 그 멤버들 대부분이 여전히 콘서트에 온다. 그리고 우리는 공연 때마다 서로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도대체 신승훈이 뭐길래 우리가 35년 동안 이러고 사는 걸까?"

마침내 나는 이번 콘서트에서 이 질문의 답을 찾았다.

 신승훈의 데뷔 35주년 콘서트의 포스터
신승훈의 데뷔 35주년 콘서트의 포스터도로시컴퍼니

순수했던 마음이 투사된 추억

지난 16일 저녁. 신승훈의 35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 < 2025 THE 신승훈 SHOW 'SINCERELY 35' >의 마지막 공연이 열린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를 찾았다. 콘서트는 다큐멘터리처럼 시작됐다. 무대 전체를 덮는 커다란 화면 한쪽엔 신승훈의 데뷔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이, 다른 한쪽엔 그 시간 동안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이 나란히 배치됐다. 자동적으로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교복을 입고 길거리를 활보하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들으면 멈춰 섰던 나, '그 후로 오랫동안'을 들으면서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절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시험이 끝나면 몰아서 '오빠'를 보라고 나보다 더 열심히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들을 찾아서 녹화해주시던 엄마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그 순간 올 가을 발표한 12집에 수록된 'with me'를 부르면서 그가 등장했다. 그리고 나는 이 소절에서 눈물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우리 함께 걷는 동안에 계절은 시절이 되고.'

정말 그랬다. 그의 팬으로 지낸 계절들이 모여 35년이 됐고, 나는 소녀였다 숙녀였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심지어 나의 아이도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다.

그는 한 시절을 풍미했던 노래들로 1부를 가득 채웠다. 전성기 시절 콘서트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재연하기도 했는데, 정말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콘서트에서 주로 하는 율동과 구호를 대부분의 관객들이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따라 했는데, 다들 나처럼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함께 한 가수와 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호흡이었다. 이 호흡을 느끼자, 나는 내가 조금 더 순수하고 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번 콘서트의 첫 곡이었던 노래 'with me'의 이 구절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아도 날 살게 해 주는 것들 (마음 그리고 사랑 같은) / 함께 있을 때 난 그 모든 걸 다 믿게 돼.'

마음이 맑아지는 이 기분. 이게 바로 35년 동안 한 가수의 팬일 수 있는 한 가지 이유 아닐까 싶다.

과거와 현재를 통합하는 메시지

하지만, 단지 순수함을 상기시켜주는 것만으로 35년 충성스런 팬들의 마음을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잠시 추억 어린 영상들을 관람한 후 시작된 2부는 이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줬다. 2부에서는 이번 가을에 발표한 신곡들을 많이 불렀다. 새 노래의 가사들이 화면에 수놓아 졌는데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혹 길 잃은 듯 날 잃은 듯 / 휘청인 날도 / 그댈 피워낸 계절이겠죠' ('she was')
'기쁠 땐 기뻐서 /슬플 땐 슬퍼서/ 한 번쯤 떠올려주길.' ('그날의 우리')
'휩쓸리듯 살아온 / 지난 날들이 아쉬워도 /한 번쯤 따스히 바라봐 줄래 / 네가 걸어온 그 길의 / 멋진 풍경을' ('저 벼랑 끝 홀로 핀 꽃처럼')

이 가사들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동시에 바라보게 했다. 돌아보면 순수하고 그리운 시절만 있었던 게 아니다. 초심을 잃고 헤매던 시기도 있었고, 사랑했던 이들과 영원히 헤어지는 일도 여러 차례 겪었다. 지난해엔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한때 나는 이런 순간들을 삶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워버리려고 했을 때 더 마음이 힘들어지곤 했다. 암 수술을 받고서야 마침내 나는 삶의 어두운 부분조차 나의 일부분임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최근 <질병과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 때> 라는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가 콘서트에서 불러준 새 노래들이 내가 오래 아파하며 알게 된 그 진실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삶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하고, 이 모든 순간들을 품어 안을 때 결국 '나로서 빛난다'고 말이다. 눈앞의 그가 직접 던져주는 이 가사들은 내 마음에 와 닿았고 나는 추억 속의 내가 아닌 현재의 나를 보듬어 안을 수 있었다. 그가 전해주는 이런 메시지 덕에 많은 팬들이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신승훈과 팬들은 콘서트에서 서로를 비춰주며 함께 공명했다
신승훈과 팬들은 콘서트에서 서로를 비춰주며 함께 공명했다송주연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자기대상

내가 그랬듯, 공연 중 그는 여러 번 울컥했다. 일주일 앞서 있었던 부산 콘서트에서 그는 마지막 곡을 부른 후 계속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그 눈물을 의미를 알려줬다.

"부산에서 마지막 곡을 부르다 어떤 남자 팬과 눈을 마주쳤는데 그 남자 팬이 입을 가리고 흐느끼고 있었어요. 그걸 보니 내가 느끼는 걸 팬도 느끼는구나 싶어서 울컥해졌는데 주체할 수가 없더라구요. 좀 창피했지만 그러고 나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는 팬들과 정서적인 공명을 하고 있있던 것이다. 공연 내내 팬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가수로서 무언가를 보여주고 하는 그런 게 아니었다. 오랜 세월 함께한 팬들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나누고, 팬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콘서트의 제목처럼 '진심'이었다.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공연이 훌륭한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함께 마음을 주고받는 그 자체에 더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이 느낌에 빠져들었다. 그러자 마침내 알 것 같았다. 우리가 35년 동안 함께할 수 있는 그 이유를 말이다. 신승훈과 그의 팬들은 단순한 팬과 가수의 관계를 넘어선 서로를 비추는 '자기대상'이었던 것이다. '자기대상'이란 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한 사람이 심리적으로 성장하고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그는 팬들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을 비춰보며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팬들은 그의 노래에 자신의 삶을 비춰보며 위로와 공감을 받아왔던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비춰주며 심리적 안정을 얻고,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으니 충분히 '자기대상'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자기대상'은 한번 내면화하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설령 그 대상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속에서 늘 힘이 되어주는 존재로 작동한다. 그렇기에 신승훈과 그의 팬들은 여러 계절을 쌓아 35년이란 시절을 함께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저는 아름다운 하강을 늘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승훈은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그도 나를 포함한 그의 팬들도 점점 더 나이 들어갈 것이다. 나는 믿는다. 우리가 서로를 자기대상으로 비춰주고 있는 한, 함께 아름답게 하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신승훈 신승훈콘서트 팬심 자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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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