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끝나고 밤새 호텔 로비에서 대책 회의도... 김연경은 준비된 감독"

[현장] MBC <신인감독 김연경> 종영 기자간담회

"자꾸 타협하고 변명하지 마. 마인드 세팅 자체를 '익스큐스'에서 '솔루션'으로 바꿔야지." - <신인감독 김연경> 중에서

경기에 지고 위축된 선수를 향해 감독이 달래는 대신 '진 이유'를 묻는다. 선수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자 감독이 강조한다. '솔루션'을 생각하라는 그의 말에는 프로로 더 성장한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 게임에 주눅 들거나 자책하기보다 '이기는'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의 진심 때문일까. 이 말은 최근 '김연경 어록'으로 화제가 됐다.

MBC 일요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에는 감독과 선수, 제작진의 진심이 담겨있다. 프로팀으로 입성 혹은 재도전을 꿈꾸는 선수들은 누구보다 간절하다. '필승 원더독스'의 이름으로 모인 14명에게 김연경은 때로는 회초리를 들고 정신무장을 시키는 호랑이 감독으로, 때로는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 배구선수로서의 모습을 선보인다.

"구단주 나타나길"

 권락희 PD.
권락희 PD.MBC

제작진들 역시 배구계의 전설과 '인기몰이'를 통해 새로운 배구 구단이 창설되길 바라는 진심을 담았다. 마지막 회를 앞두고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제작진이 강조한 것 역시 '구단 창설'이었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이재우, 권락희, 최윤영 피디는 최종 목표인 8구단의 실현 가능성을 향한 기대감을 밝혔다.

권 피디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창단이 되는 거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 시즌1은 8구단을 향한 첫걸음, 씨앗을 심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시작했다"면서 "원더독스라는 팀 자체에 영감을 받는 구단주가 나타나길 바라는 면도 크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감독님이 되게 다채로운 면이 있어요. 되게 무서운데 귀엽고 허당미 있는데 철두철미하고 차가운데 따뜻한 그런 사람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말로는 '힘들다. 이거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결국에는 이 프로그램 아니 이, 원더독스를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줬어요. 너무 고맙죠." - 권락희 피디

제작진은 김연경을 준비된 '감독'으로 봤다. 권 피디는 "인쿠시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사실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 해 현장에서는 그 이야기를 못 들었다"면서 "편집 중에 그 장면을 봤다. 그리고 '이분은 생각보다 더 감독으로 준비돼 있다, 감독을 해도 잘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했다.

최 피디 역시 "옆에서 김연경 감독의 생활을 지켜보며 배운 점이 많다. '정관장전'을 치를 때 수원 선수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돼 큰 위기라고 생각했다"라며 "김연경에게 '걱정 안 되냐'고 묻자 '괜찮다'고 하더라. 대범하게 경기를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천하의 김연경이라 해도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필승 원더독스'는 일본과 경기에서 2연패를 했을 때는 팀 해체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최 피디는 " 그때 생각하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제작진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스포츠라는 게 사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저희도 김연경 감독님과 선수들을 믿고 가는 부분이 굉장히 클 수밖에 없다. 일본이랑 경기를 끝내고 저희가 어떻게 해야 되냐 하고 대책 회의를 밤새 일본 호텔 로비에서 했다"고 털어놨다.

"우승 향한 진심, 징크스로 나타났죠"

 왼쪽부터 최윤영, 권락희, 이재우 PD.
왼쪽부터 최윤영, 권락희, 이재우 PD.MBC

이후 '필승 원더독스'는 3연승을 이어갔다. 졸이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본 제작진들 사이에서는 '우승'을 향한 열망 때문에 징크스가 생길 정도였다.

"저희 스태프들이 다 징크스가 생겼어요. 각자가 입은 속옷 색깔, 외투 색깔부터 맞췄고 현장에서 '이길 것 같다' 이런 얘기도 금지했어요. 정관장 전에서 모두 조용히 있다가 세트 포인트에 마지막 점수가 났을 때 모두 일어나서 하이파이브를 했죠." - 권락희 피디

시즌 2 가능성을 묻는 말에 권 PD는 "열화와 같은 성원과 응원을 주셔서 좋은 소식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김연경 감독님과 MBC를 잘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들은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는 시청자들이 각자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떠올리길 바랐다"고도 했다. '공포의 외인구단',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같은 스포츠 만화를 많이 참고한 것도 그래서다.

이 피디는 "예능마다 담는 것이 다 다른데, 저희는 시작할 때 막연히 낭만적인 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만화적인 장면을 떠올리는 것도 단순히 보이는 것에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낭만을 떠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회를 한 달이 넘게 편집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다. 결국 방송이 나가고 '다른 예능과 다르다'는 평가를 해주는 걸 보면서 잘 가고 있구나 느꼈다. 현장에서 느낀 걸 시청자도 같이 몰입할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저희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잘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아 감사했다"고 밝혔다.

반응은 확실했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첫 회 2.2%로 시작한 시청률은 3회 만에 4.7%를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이후에도 4%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일요일 예능 강자로 자리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신인감독 김연경'은 5주 연속 일요일 예능 2049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오는 23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제작진은 "언더독 선수들이 응원을 받으면서 하는 경기라는 자체가 현장에서 감동 포인트였다"면서 "마지막 경기는 감독님이 가장 만족한 경기이자 가장 화를 많이 낸 경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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