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예견된 기후 위기, 대통령이 외면한 진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

1970년대 말, 미국은 이미 기후 변화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있던 이는 기후학자 스티븐 슈나이더 박사였다. 그는 "20세기 말이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악화 국면에 접어든다"고 경고하며 대통령에게까지 과학적 사실을 전달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그의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태양열 에너지 사업이 싹을 틔우고, 국가 차원의 에너지 보존 정책이 실험적으로 추진되던 바로 그때였다.

하지만 역사는 때때로 기막힌 타이밍으로 방향을 틀어버린다. 곧이어 터진 제2차 석유 파동은 카터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에 치명타를 날렸다. 미국인은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에 패닉에 빠졌고, 카터 정부는 정치적 타격을 피하지 못한 채 공화당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했다.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상황은 완전히 반전된다. 규제 철폐, 대기업 중심의 에너지 정책, 석유 산업의 급부상. 이 흐름 속에서 엑손은 단숨에 '슈퍼 메이저'로 도약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인류가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었던 결정적 분기점이 왜 실패로 돌아갔는지, 누가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백악관 내부 권력의 충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의 한 장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의 한 장면.넷플릭스

1989년 네덜란드 노르트베이크, 전 세계 67개국의 환경부 장관과 11개의 국제기구가 모여 역사적인 회의를 연다. '대기오염과 기후변동에 관한 환경상 회의'라고 이름 붙여진 회의.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가 주요 의제였다. 대부분의 국가 및 기관이 당연한 듯 찬성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반대했다.

결국 선언문 초안의 '산업 국가들은 200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현 수준으로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 인정'이 '산업 국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세계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며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 인정'으로 확정되었다. 초안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시기도 수준도 불분명한 가운데 경제 발전이 담보된 것이었다.

다큐는 이 변화가 지구 환경 문제가 아닌 백악관 내부의 권력 싸움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환경보호국장으로 저명한 환경운동가 윌리엄 라일리를 임명하며 강력한 친환경 기조를 예고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오래 가지 못했다. 백악관 비서실장에 극보수 성향의 존 수누누를 앉히면서 상황은 급격히 뒤틀린다.

수누누는 석유업계와 긴밀하게 얽혀 있었고, 라일리의 모든 친환경 정책을 봉쇄하다시피 했다. 다큐멘터리는 이 대립을 흑백 논리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대신 '정책은 과학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정치에서 실패했다'는 냉혹한 진실을 보여준다.

과학의 싸움이 아닌 정치의 싸움

1990년대 초, 과학계는 기후 변화를 두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문제는 이 논쟁의 상당수가 순수한 과학적 논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다큐는 정부·석유 업체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회의론자들이 의도적으로 여론을 흐리고 정책 결정을 지연시키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 터진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 부시 대통령은 다국적군을 구성해 '사막의 여우' 작전을 개시하며 이라크를 공습한다. 그러나 다큐는 이 전쟁이 명분과는 다르게 석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밝힌다.

환경을 외치던 대통령이 석유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는 모순. 이 장면은 다큐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아이러니로 남는다. 그리고 대선이 다가오자 부시는 다시 친환경 메시지를 꺼내 든다. 다큐는 이를 '정치적 계산'이라고 단언하며, 그 이중적 행보의 실상을 치밀하게 파헤친다.

세계가 움직였지만 미국은 망설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 포스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 포스터.넷플릭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역사적인 리우 지구정상회의가 열린다. 처음으로 전 세계가 기후 변화 문제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회의였다. '리우 협약'은 인류가 기후 위기에 맞선 첫 번째 거대한 선언이었다.

그러나 미국만은 달랐다. 부시 대통령은 참석조차 꺼렸고, 참석하고 난 뒤에도 서명을 주저했다. 세계 리더 국가가 보인 이 태도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다큐는 이 장면을 길게, 반복적으로, 그리고 차분히 보여준다. 마치 "여기서 역사가 갈라졌다"고 말하듯.

다큐는 마지막에 이른다. 우리는 이미 기후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2020년대에 접어들며 '역대 최악의 폭염'은 매년 갱신됐고, 산불·폭풍·허리케인의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극단적으로 변했다. 이 모든 변화는 1980~90년대에 이미 과학적으로 예견된 일이었다.

1859년 최초의 상업 유정 시추 이후 160여 년간 이산화탄소 수치는 끝 모르게 올라가고 있다. 다큐는 말한다. "우리에게 기회가 있었지만 잡지 못했다"라고. 그 이유는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백악관의 정치적 판단, 그리고 잘못 사용된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 때문이었다.

정리하자면,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는 단순히 과거의 과오를 고발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지금 우리가 겪는 기후 위기를 '현재형'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알고 있었고, 누군가는 경고했고,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서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정치가 과학을 이긴 순간, 지구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화이트하우스이펙트 조지부시대통령 리우협약 이라크전쟁 기후위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