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사에서 박병호보다 많이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선수는 아무도 없다.
삼성 라이온즈
히어로즈 이적하자마자 잠재력 대폭발
최정(SSG 랜더스)과 김재환(두산 베어스), 강백호(kt 위즈), 노시환(한화 이글스) 등은 학창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박병호의 학창 시절은 조금 더 특별했다. 박병호는 2004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휘문고전에서 고교야구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박병호는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2005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박병호의 성장 속도는 LG구단과 야구팬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LG는 타격 재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박병호를 포수에서 1루수로 변신 시키고 데뷔 초 성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찌감치 군대에 보내기도 했지만 박병호의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박병호는 프로 입단 후 6년 동안 24홈런81타점을 기록하며 '실패한 유망주'의 길로 가고 있었다.
큰 기대를 가지고 영입했던 박병호가 좀처럼 잠재력을 폭발한 기미가 보이지 않자 LG는 2011년7월 트레이드 마감일에 마무리 송신영(SSG 수석코치)을 영입하기 위해 박병호를 넥센으로 트레이드했다. 박병호는 성적 부담이 없는 넥센에서 잔여 시즌 동안 중심타선에 배치되며 51경기에서 12홈런28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넥센에서의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12년부터 박병호의 '성공신화'가 시작됐다.
2012년 31홈런105타점을 기록하며 홈런왕과 타점왕, 정규리그 MVP,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쓴 박병호는 2013년에도 37홈런117타점으로 타격 4관왕과 함께 2년 연속 MVP에 선정됐다. 2014년에는 KBO리그 최초로 200안타 기록을 세운 팀 동료 서건창에게 MVP를 내줬지만 2003년의 이승엽과 심정수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고지(52홈런)를 밟으며 경쟁 상대가 없는 최고의 거포로 군림했다.
2015년 53홈런 146타점으로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쓴 박병호는 2016 시즌을 앞두고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박병호는 2016년 4월까지 6홈런을 기록하면서 한국야구 대표 거포의 위력을 증명하는 듯 했지만 5월부터 성적이 점점 떨어졌고 2016년 6월을 끝으로 더 이상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했다. 결국 박병호는 2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2018년 히어로즈로 복귀했다.
이승엽보다 더 많은 홈런왕을 차지했던 거포
2018년 15억 원의 연봉을 받고 KBO리그에 복귀한 박병호는 113경기에서 타율 .345 43홈런112타점88득점을 기록하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뽐냈음에도 '타고투저'의 바람 속에서 타율 4위, 홈런 공동 2위, 타점 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추면서 타자들의 성적이 동시에 하락했던 2019년, 박병호는 33홈런98타점92득점의 성적으로 국내 복귀 2년 만에 커리어 5번째 홈런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2020년과 2021년 타율이 각각 .223와 227로 떨어지면서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FA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유한준(kt 타격코치)이 은퇴하면서 지명타자 자리가 허전해진 kt는 3년 30억 원의 조건에 박병호를 영입했다. 그리고 박병호는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22년 35홈런98타점으로 '라이언킹' 이승엽을 제치고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왕(6회)에 등극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박병호는 2023년 18홈런87타점으로 10년 연속 20홈런 달성에 실패했고 2022년 .559였던 장타율도 .443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그 해 가을야구에서는 38타수6안타(타율 .158) 1홈런3타점15삼진3병살로 크게 부진했다. 박병호는 kt와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었던 작년에도 44경기에서 타율 .198 3홈런10타점으로 부진을 이어가다가 작년 5월28일 오재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박병호는 삼성 이적 후 76경기에 출전해 타율 .245 20홈런60타점을 기록하면서 삼성의 정규리그 2위 달성에 크게 기여했다. 박병호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삼성과 3억8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하며 만 39세 시즌을 맞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르윈 디아즈에게 주전 1루수 자리를 내준 박병호는 올 시즌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했지만 타율 .199 15홈런33타점으로 이름값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가을야구에서도 대타로 출전해 5타수1안타(타율 .200)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한 박병호는 올 시즌이 끝난 후 21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는 없지만 박병호는 역대 가장 많은 6번의 홈런왕에 등극했고 KBO리그 역사에서 4명 밖에 없는 400홈런 타자이기도 하다. 박병호는 이렇게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그의 호쾌한 '공룡스윙'은 야구팬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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