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 없이 돌아온 '개훌륭', PD가 밝힌 속사정

[단독인터뷰]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 이태헌 피디

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천 만이었다. 그러다 2024년 기준 약 1500만 명으로 그 수가 급증했다(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이는 국내 총 인구의 29%에 해당하는 수치로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각 방송사에서도 동물을 내세운 여럿 예능 프로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KBS <개는 훌륭하다>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 2019년 11월 4일 첫 방송됐던 <개는 훌륭하다>가 어느덧 6주년을 맞았다. 그간 프로그램상, 인기상, 특별상 등을 수상하며 KBS 간판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던 프로그램은 원년 멤버였던 강형욱 훈련사가 회사 운영 중 발생한 임금 체불과 갑질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2024년 5월을 끝으로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동물은 훌륭하다>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정규 편성된지 4개월 만에 종영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10월 9일 원년 멤버 이경규와 첫 예능 도전장을 낸 가수 영탁이 진행자로 합류한 새로운 형식의 <개는 훌륭하다>가 첫선을 보였다. 중단된 지 1년 6개월 만이다.

효능감 주는 예능 프로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를 연출하는 이태헌 피디.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를 연출하는 이태헌 피디.KBS

이 과정을 진두지휘한 이태헌 피디를 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인근에서 만날 수 있었다. 개편 후 이미 4회를 방송한 뒤였는데, 기존의 방문 촬영 형식이 아닌 스튜디오 촬영 형식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선 여러 반응이 나오는 상황. 이태헌 피디는 지난 1년 6개월간 내심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물밑작업을 했다. 그는 <개는 훌륭하다>가 10회 파일럿 프로 개념으로 정규편성 상태가 아닌 사실부터 전했다.

"제가 <불후의 명곡> 300회, 400회 특집에 참여했는데 그때가 박근혜 정부였다. 보수정권에서도 KBS는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이 프로 또한 시청자들이 사랑해주셔서 정규 편성이 됐으면 좋겠다. 사실 국내에 10년 이상 가는 예능 프로가 많진 않잖나. 드라마라면 12부작이든 16부작이든 끝이 있기에 늘 멋있게 마무리하는데 예능 프로는 단물, 쓴물 다 빠지고 슬프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전 <개훌륭>도 논란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지.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이경규 형님, 제작진을 만나봤는데 그 불씨가 살아있더라. (법적 무혐의 처분을 받은) 강형욱 훈련사와도 긴히 소통했다. 수신료 사태로 예산도 줄고 제 여건이 좋진 않았지만, 기존 작가진과 제작사들이 흔쾌히 다시 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10회 안에 승부를 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재정비한 <개는 훌륭하다>는 강형욱 훈련사가 아닌 이웅종, 최민혁, 양은수를 비롯, 수의사 김현주 등 복수 전문가 체제로 꾸려졌다. 여기에 학교 개념을 더해 분야별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콘셉트를 가져갔다. 이태헌 피디는 "강형욱 훈련사가 합류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를 놓고 준비해오다가 지금의 방향을 잡게 됐다"고 운을 뗐다.

"물론 윗선에선 강형욱 없이 되겠냐는 우려가 있었다. 함께 성장해왔는데 없이 가는 걸 걱정할 순 있지. 같이 했으면 좋겠지만 KBS가 공영방송사인 만큼 외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했다. 여러 훈련사분들을 만나면서 자기만의 훈련법이 있음을 알게 됐고, 지금의 포맷으로 결정하게 됐다. 다행히도 첫 방송 이후 강형욱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로 다른 훈련사들 캐릭터들이 확실하고, 다소 산만해 보이지만 새롭다는 반응이었다. 기존엔 우리가 평양냉면만 하는 전문점이었다면 이젠 빈대떡, 수육도 내놓는 식당이 된 셈이지."

인식 변화 넘어서 함께 행복한 사회로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KBS

그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반려견 훈련법과 변화 과정도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이태헌 피디는 개편 방향을 공교육 시스템에 비유하면서 반려견에 국한한 해결책이 아닌, 보호자와 그 이웃, 나아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괄하는 방법과 예절을 방송에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원조 '개통령' 이웅종 소장님도 출연하시잖나, 그분 시절엔 주로 군견이나 경찰견 등 훈련이 필요한 개들이 대상이었다. 다소 딱딱하고 강한 방법이지. 일방적으로 강아지를 혼내고 보상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 훈련사들은 겁을 주는 게 아닌 개선점을 구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제시하더라. 보호자들도 예전보다 훨씬 지식이 넓더라. 요즘 공교육도 예전처럼 학교에 다 맡기는 게 아니라 학부모와 소통하면서 진행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가자는 취지다.

물론 각 가정을 방문하는 것보다 재미는 좀 떨어질 수 있어도 반려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고민하고 싶었다. 지금의 흐름에서 앞으론 가정 방문을 좀 늘릴 수도 있을 텐데 일단 기본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가정 교육을 담당하는 보호자로 나눠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견종도 더욱 다양해지고, 집의 구조나 보호자들의 성향도 다르니 말이다. 시청자들도 보시고 취사 선택해 맞는 교육법을 택하는 데에 도움을 드리고 싶다."

이태헌 피디는 어느 모녀가 각자 키웠던 강아지들의 방영분을 언급했다. 문제행동을 일삼는 강아지들을 강형욱 소장이 적극 교정 중이었는데 모녀 사이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제작진 판단에 따라 상담을 받게 한 경우였다. 이 피디는 "강압하고 체벌하는 교육방법이 즉각적일 순 있다. 하지만 좀 비효율적이고 덜 눈에 띄더라도 보호자와 함께 더 좋은 해결책을 찾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극적 재미는 다소 떨어질 법한 와중에 가수 영탁의 합류는 신의 한 수였다. 과거에 패널로 세 차례 출연한 적 있는 영탁은 제작진들이 가장 사랑했던 출연자였다고 한다. "역대 출연진 중 가장 활기 넘쳤고, 제작진 친화적이었다"며 그는 "섭외 전화를 하자마자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 첫 만남 때 직접 주제가까지 만들어오셨다. 공연 일정으로 바쁘시지만 다른 예능 프로에서도 충분히 좋아할 분"이라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방영 초기만 해도 훈련과 산책의 필요성, 펫티켓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다면 이젠 한국에서도 반려동물 훈련에 대한 식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민간이 아닌 국가 공인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이 생긴 것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이태헌 피디는 전했다. "방송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이경규씨의 자격증 도전기도 촬영했을 것"이라 귀띔하며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 프로그램의 모토가 사실 모든 사람을 훌륭하게 하자다. 개와 사람의 고충을 이해해서 같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반려동물 가정이 늘었지만 그만큼 1인 가구도 늘었고, 유기되는 동물도 늘었다. 여전히 반려 개념이 아닌 애완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 상황에 우리 같은 프로가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개편을 준비하면서 역대 피상담자분들에게 다 연락드려 봤는데 90% 이상이 강아지와 문제 없이 지낸다고 하시더라.

그만큼 선한 영향력을 주는 프로였다고 생각한다. 반려인은 물론이고 비 반려인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써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키우지 말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젠 해결책 제시 보다 심리적이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강아지들의 문제행동은 올바른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교육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보호자들과 고민하는 프로그램으로 나아가고 싶다. 앞으로 6회 분량이 더 남았는데 계속 성장하는 프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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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