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방출" 김연경이 이기고도 대노한 이유

[리뷰] MBC <신인감독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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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멘탈부터 프로 마인드가 되어야 한다."

오랜만의 완승에도 불구하고, 왜 감독 김연경은 선수들에게 '방출'까지 언급하며 쓴소리를 해야만 했을까.

11월 2일 방송된 MBC <신인감독 김연경>에서는 광주여대, 수원특례시청을 연이어 상대하는 원더독스의 경기가 펼쳐졌다.

김연경은 대학최강 광주여대를 상대로 '셧아웃 완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원더독스는 광주여대와 치열한 접전 끝에 25-18로 1세트를 먼저 가져왔다. 하지만 김연경은 원더독스가 1세트에만 무려 10개의 범실을 저지른 것을 지적하며 불만족스러운 경기내용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2세트에 원더독스는 각성한 인쿠시의 활약을 앞세워 10-3으로 앞서나갔다. 광주여대의 전진수비 스타일을 간파한 김연경의 정공법 크로스 공략법이 적중했다. 자신감을 완벽하게 되찾은 인쿠시는 수비에서도 블로킹까지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점수차가 18-5까지 벌어지자 김연경은 선수들의 체력안배와 수비강화를 위하여 교체카드를 적극 활용하는 여유를 보였다. 원더독스는 2세트를 25-9의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리했다.

3세트에 절치부심한 광주여대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원더독스는 1-3으로 끌려갔다. 원더독스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혼동하며 어리버리한 모습을 연이어 보이자 김연경은 황당해하며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원더독스는 구슬의 토스에 이은 인쿠시의 공격이 연이어 성공하며 경기를 역전시키고 점수차를 벌렸다. 하지만 원더독스의 아쉬운 범실이 다시 이어지며 광주여대에 추격을 허용했다. 조급한 마음에 조직력이 흔들린 원더독스는 광주여대의 블로킹에 공격이 저지당하며 23-20, 3점차까지 쫓기는 상황이 됐다.

고비에서 인쿠시가 다시 득점에 성공하며 원더독스가 매치포인트를 선점했다. 이어 윤영인의 중앙 빈공간을 노린 밀어넣기 페인트 공격이 적중하면서 원더독스가 25-21로 3세트마저 승리했다. 이로써 원더독스는 목표대로 창단 첫 셧아웃 승리를 따내며 2승 2패로 5할 승률을 회복했다.

하지만 완승 후에도 김연경과 원더독스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김연경은 "제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벌써 2패를 안고 가는 상황이어서 처음부터 강하게 나갈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말도 안되는 범실이 많이 나왔다. 본인들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안 하고 있다는 게 보여지니까 감독으로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연이은 범실들... 김연경 "PD에게 방출제 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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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광주여대전을 다시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연경은 "반성해야한다. 팀에 우리가 왜 들어왔는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처음에 트라이아웃할 때 얼마나 뽑히려고 노력했나. 지금은 다 잊어버린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방출제' 도입이라는 극약처방까지 언급했다. 김연경은 "PD에게 방출제를 하자고 내가 이야기했다. 열심히 안 하는 선수들, 처음하고 마음가짐이 달라져 보이는 선수들은 방출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면 다른 자극을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왜 완승하고도 선수들에게 독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필승 원더독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방송 프로그램 내에서의 생존을 넘어서, '프로 신생구단 창단'이기 때문이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기업들에서도 창단에 관심을 가지지 않겠나. 선수들이 그런 것까지 크게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 운동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멘탈적인 준비부터 프로 마인드가 되어야 한다."

원더독스의 다음 상대는 실업 최강인 수원특례시청 배구단이었다. 수원은 실업배구연맹전 5회 연속 우승과 전국체전 우승, 프로선수만 14명을 배출한 실업배구의 강호였다. 원더독스 멤버인 윤영인-김나희-백채림의 친정팀이기도 했다.

강민식 수원특례시청 감독은 제자들은 물론 원더독스 선수들 개개인의 루틴와 장단점까지 이미 모두 파악을 마친 '국정원급 분석력'으로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강 감독은 초보사령탑 김연경에 대해서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들은 처음에는 자기가 배웠던 대로 하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게임은 선수들이 하지, 지도자가 하는 게 아니다. 아마도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조언을 전했다.

김연경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 같다. 현재 2승 2패인데 이 경기를 지게 되면 해체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위기상황이 될 수 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라는 각오를 다졌다.

원더독스 선수들은 고참인 주장 표승주와 부주장 김나희의 주도하에 대화를 주고받으며 전의를 다졌다. 초반만 해도 감독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분위기였던 비디오 미팅 시간은, 감독과 선수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소통하는 회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선수들은 정규훈련을 마친 후에도 자발적인 야간 개인훈련과, 선수들간 미팅으로 조직력을 다졌다. 김연경은 선수들의 변화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기복이 있는 애들인데 너무 잘하니까 불안하다. 내일 하는 거 보면 알겠지"라고 농담을 섞어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수들 사이에 생긴 변화

원더독스는 수원특례시청과의 경기에서 인쿠시-문명화-한송이-김나희-표승주-구솔-구혜인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상했다. 그동안 백업멤버였던 장신 세터 구솔이 훈련에서 김연경의 눈에 들며 깜짝 선발로 투입됐다.

1세트 경기 초반, 원더독스는 또다시 '초반 징크스'를 반복하며 0-4로 끌려갔다. 김연경은 수원의 미들 블로커를 교란하기 위하여 세터 구솔에게 전략대로 롱토스에 이은 사이드 공략을 주문했다. 김연경의 작전이 적중하며 원더독스는 인쿠시의 스파이크로 첫 득점의 포문을 열었다. 표승주의 스파이크와 인쿠시의 백어택, 김나희 블로킹이 연이어 적중하며 원더독스는 6-6 동점을 만들었다.

구솔이 센스있는 패스 페인트 공격을 성공시키며 역전의 기회를 잡는 듯했지만 아쉽게도 네트 터치가 지적되며 수원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테크니컬 타임아웃에서 강민식 감독은 블로킹 사이를 노리는 원더독스의 공격패턴을 정확히 간파한 수비 대응책을 주문했다. 공격이 번번이 가로막힌 원더독스는 8-12로 끌려가며 고전했다.

김연경도 빠르게 전술변화로 대응했다. 인쿠시에게 높이가 낮은 투 블로킹일 때는 직선타를 때릴 것을 지시했다. 구솔은 장신세터의 이점을 활용하여 점프 토스로 상대의 수비 타이밍을 혼란시켰다. 원더독스는 문명화의 블로킹으로 동점, 한송희의 스파이크가 14-13 역전에 성공했다. 기세를 탄 원더독스는 리베로 구혜인의 연이은 호수비에 이어 표승주의 공격이 적중하며 점수차를 벌렸다.

작전타임을 부른 강민식 수원 감독은, 원더독스의 중앙공격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속공을 무시하고 사이드 공격을 대비한 투 블로킹에 올인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원더독스도 이미 수원의 수비변화를 예측하고 있었다.

김연경은 "미들 속공이나 중앙 백어택도 시도해보라"고 주문했다. 미들블로커 출신의 구솔은 예상을 깬 기습적인 패스 페인팅으로 중앙 공격을 성공시키며 수원의 허를 찔렀다. 언더독 구솔의 맹활약에 힘입은 원더독스는, 25-19로 1세트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2세트 초반에도 원더독스는 좌우 사이드를 봉쇄하는 김연경의 블로킹 전략이 연이어 적중하면서 8-3으로 리드를 잡았다. 강민식 감독은 원더독스의 높이를 뜷기 위하여 빠른 속공을 지시했다. 그러나 원더독스는 인쿠시가 김연경의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해내며 수비가 비어있는 중앙에 페인트 공격을 성공시켰고 문명화와 함께 블로킹에도 적극 가담했다. 원더독스는 13-6으로 점수차를 벌리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원더독스는 블로킹 범실로 연속 실점을 내주며 수원에 추격을 허용했다. 김연경은 작전타임을 불러서 "이런 상황을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선수들의 집중력이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작전타임 직후 팽팽한 랠리를 펼치던 양팀은 인쿠시의 강스파이크가 터지며 흐름을 바꿨다.

한송희는 센스있는 블로커 터치아웃을 유도해냈다. 수원특례시청 출신인 김나희는 친정팀을 상대로 중앙 이동 공격과 블로킹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19-10으로 원더독스가 앞서나갔다.

과연 원더독스는 수원특례시청을 상대로 창단 첫 연승을 거둘 수 있을까. 다음주에는 주장 표승주의 친정팀이자 프로 강호인 안양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 빅매치를 예고했다.
신인감독김연경 원더독스 인쿠시 수원특례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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