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밖에서 뛰어 논다고 살인까지... '완벽한 이웃'이 던지는 경고

[리뷰] <완벽한 이웃>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을 수면위에 올려놓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완벽한 이웃>은 올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영화 부분 1위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2023년 6월 플로리다 오칼라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노는 것에 불만을 가졌던 수잔은 동네 이웃들과 불화를 겪는다. 그리고 그녀는 매번 자신의 이웃을 경찰에 신고하는데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오히려 수잔의 집 옆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집에서 아이패드나 컴퓨터 오락을 하는 것보다 밖에 나와 뛰어 노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이야기를 해주며 대신 신고자 집 쪽으로 가지 말라고 조언을 해준다. 그리고 갈등 중인 이웃 양측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서로에게 상황을 잘 전달했다.

과정이 모두 경찰 바디캠 영상에 담기는데 현장에 나왔던 경찰들 중 일부는 경찰차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신고자인 수잔을 가르켜 "사이코네", "F***" 이런 말을 내뱉는다. 기록에 고스란히 남겨지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랬다는 건 수잔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이런 타인의 인식과는 달리 수잔 자신은 '완벽한 이웃'이라고 자신을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못 만난 탓에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편집성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왜 이웃에게 총을 쐈을까?

아지케 오웬스 문 뒤에서 총을 쏜 수잔 로린트에게 살해된 아지케 오웬스
아지케 오웬스문 뒤에서 총을 쏜 수잔 로린트에게 살해된 아지케 오웬스넷플릭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이웃들에게 진상짓을 하는 이야기인가 싶었던 사건이 갑자기 살인 사건으로 전환해 버리는 것은 수잔과 아지케 아이들 사이에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아이들한테 욕을 하며 롤러스케이트를 던진 수잔에게 찾아간 아지케는 수잔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총에 맞는다. 수잔이 문을 열지도 않은 채 문 뒤에서 총을 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은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라는 자기 방어법이 자기를 보호해 줄 것이라 믿어서였다. 이 법은 도망치고 있는 중이 아니어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느꼈다면 즉시 상대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반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법이다. 이 법은 가택 침입을 한 사람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공공 장소 어디서나 적용이 된다.

물론 총지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은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있어 흑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살인을 불러일으키고 이에 대한 면책을 준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많은 법이기도 하다. 가해자가 공포를 느꼈다는 주관적인 관점을 근거로 총격을 해도 된다는 법이 이처럼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살인 사건으로 변하게 할 수 있음을 '아지케의 죽음'이 미 사회에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세 유럽이나 18세기 모스크바에서는 절도와 살인에 대한 형벌이 같은 까닭에 살인이 증가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절도로 끝날 일을 살인으로 키우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법에 있어서 비례 원칙이 중요한 건 이러한 까닭이다. 경범죄에는 가벼운 형벌이 그리고 중범죄는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형벌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더 흉악한 범죄들을 저지르게 된다.

수잔도 범행 전 온라인으로 이 법에 대해 검색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 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는 말을 일관되게 진술한다. 하지만 과연 그녀가 느낀 공포와 두려움이 사람을 죽일 정도였을까? 싱글맘의 슬하에서 자라는 네 명의 아이들한테 엄마를 뺏을 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는 이웃간의 분쟁에서 비롯된 적대감과 인종차별 등이 분노로 표출된 극단적 범죄였지, 결코 사람을 해할 만큼의 정당한 방위는 분명 아니었다.

신고 당시 녹취된 수잔의 음성은 참으로 기괴했다. 그녀는 처음에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껴 자신이 상대방을 향해 총을 쐈다는 말을 하며 울먹였다. 그런데 이전 상황을 물어보는 경찰의 질문에 피해자의 아이들이 자기를 괴롭혔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싸늘해진다. 그녀의 자기 중심적이고 반사회적 성향이 목소리의 변화에서 감지될 정도였다. 이후 구금된 수잔은 자기 때문에 엄마를 잃은 이웃집 아이를 걱정하기는 커녕 자신의 신변에 대한 걱정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합리화에만 급급할 뿐이었다.

한편 흑인 사회에서는 수잔이 체포되어 감옥에 가 있어야 하는데 버젓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호텔에서 투숙하는 것에 대해 '아지케를 위한 정의를!'을 외치며 시위에 나선다. 피해자가 백인이고 가해자가 흑인이었으면 경찰의 대응도, 사건의 처리도 180도 달랐을 것이라며 인종 차별적인 사회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수잔 로린츠 재판을 받고 있는 수잔 로린츠
수잔 로린츠재판을 받고 있는 수잔 로린츠넷플릭스

아지케가 죽은 뒤 그녀의 아이들은 자기들이 엄마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못해서 등의 이유로 자책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장례식장에서 목사님은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자라지 말라고 당부했다. "엄마는 너희를 무시하는 사람을 그대로 두고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아셨으니까 너희를 위해 나서기로 선택을 한 것이며 만약 그때 가만히 있었다면 '나는 무시받아도 되는 사람'으로 여기며 자랄테니 자신을 포기하고 너희를 선택한 것이다. 그게 바로 엄마가 한 일이야. 그러므로 엄마가 바라던 모든 것을 다 해 보기를 바란다"며 엄마를 잃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남긴 유산을 설명해주었다.

이처럼 수잔은 한 명의 이웃을 살해한 것만이 아니었다. 피해자의 아이들에게도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하는 참혹한 미래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겨 놓은 것이다.<완벽한 이웃>의 감독 기타 간드비르는 이런 수잔에게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이 적용될 것을 우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결국 수잔은 살인 혐의로 25년 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장은 공포보다도 분노심에 의한 총격이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범죄 다큐가 그렇듯 <완벽한 이웃> 역시 특정 사건 하나만을 다루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사회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 맞닿아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인종 기반 폭력의 치유를 위해 재정적인 지원을 도와주는 '스탠딩 인 더 갭 펀드(Standing in the Gap Fund)가 설립됐다. '틈새 안에 서 있다'는 말은 구약 성경 에스겔서 22장 30절에 나오는 구절로 "내가 그들 가운데서 성을 막아서서 나를 위하여 그 틈에 서서 나라를 멸하지 못하게 할 사람을 찾았으나..."에서 나왔다. 이는 누군가를 대신해 막아서서 그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 그 틈새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약자나 피해자들을 대신해서 보호하고 돕는 기금으로 인종 기반 폭력으로 고통받는 가족을 위한 치유를 돕는 재단이다. 이들은 인종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가족의 의료비, 장례비, 법적 비용들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완벽한 이웃> 또한 이 기금과 협력해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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