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 향한 김경문 감독의 '믿음', 이대로 괜찮을까?

[주장] 한화 용병술, 실패한 투수운영... 김서현 활용 타이밍도 문제

10월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는 LG 트윈스에 4-7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1승 3패가 된 한화는 1경기만 더 패하면 시리즈가 끝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8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한화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한화의 선발투수였던 라이언 와이스는 투구수 117개를 소화하며 8회 투아웃까지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와이스는 8회 2아웃에서 한화 벤치가 교체 움직임을 보이자 강하게 거부 의사를 드러내며 자신이 이닝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투지를 보이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의 승부수

하지만 와이스는 다음 타자 신민재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결국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뒤이어 등판한 김범수가 적시타를 내주고 와이스가 남긴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3-1로 추격을 허용했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세 번째 투수 마무리 김서현을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서현은 8회 2사 1, 2루에서 오스틴 딘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일단 고비를 넘기는듯 했다. 한화 타선은 8회에 한 점을 더 추가하며 4-1로 점수 차를 벌렸다.

문제는 9회 마지막 수비였다. 김경문 감독은 8회에 이어 다시 김서현을 등판시키며 마무리를 맡겼다. 김서현은 9회 선두타자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데 이어 박동원에게 추격의 투런포를 허용하며 점수 차가 단숨에 4-3으로 좁혀졌다. 이어 1사 후 박해민에게 또다시 볼넷을 허용하며 동점주자까지 허용하고 나서야 한화 벤치는 결국 김서현을 내리고 박상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박상원은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두고 2사 2, 3루의 위기에서 김현수에게 2타점 역전 결승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이어 등판한 한승혁마저 문보경과 오스틴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두들겨 맞으며 점수는 4-7까지 벌어졌다.

와이스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던 LG 타선은 한화 불펜진이 가동된 이후로 7점, 특히 9회 마지막 공격에서만 6득점의 빅이닝을 몰아치는 뒷심을 발휘했다. 한화는 4명의 불펜을 동원하고도 불과 아웃카운트 4개를 버티지 못하고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전날 열린 3차전에서 한화가 1-3으로 끌려가던 8회 말에만 6점을 뽑아내며 '약속의 8회'를 만들어냈다면, 이번에는 정반대로 LG가 '약속의 9회'를 연출하며 되갚아준 셈이 됐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한화의 최대 약점으로 거론된 불펜 불안과 김경문 감독의 무모한 용병술이 맞물리면서 결국 시한폭탄이 되어 터져버린 경기였다.

김서현은 올 시즌 33세이브를 올리며 한화의 주전 마무리로 활약했으나 정규시즌 후반기부터 급격한 난조에 빠진 상황이었다. 한화가 LG와 정규리그 1위 싸움을 이어가던 지난 10월 1일, 정규시즌 SSG에서는 9회 3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개의 홈런을 내주고 블론세이브와 역전패를 내주면서 한화의 자력 1위 탈환 희망을 허무하게 날린 원흉이 됐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김서현의 난조는 계속됐다. 삼성과의 지난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 3점차 세이브 상황에서 마무리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으나 0.1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실점의 부진으로 강판됐다. 4차전에서는 4-1로 앞서가던 6회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투입되었으나 삼성 김영웅에게 치명적인 동점 3점홈런에 이어 볼넷 두 개까지 연달아 허용되고 강판되며 충격적인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서현의 투구

김서현이 계속해서 흔들리자 결국 한화는 플레이오프에서 마무리 없이 선발 요원인 문동주와 와이스를 구원으로 투입하여 긴 이닝을 맡겼다.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김서현을 다시 주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서현은 앞서 한국시리즈 1차전(0.1이닝) 3차전(1.2이닝)에 등판하여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3차전에서는 구원승으로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리며 다소 자신감을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이때도 김서현의 투구는 안정감과 전혀 거리가 멀었다. 승리투수가 된 3차전에서도 팀이 1점차로 아슬아슬하게 추격하고 있던 상황에서 폭투로 3루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뼈아픈 추가실점을 내줬다. 다행히 8회말 타선의 도움 덕분에 역전에 성공하며 승리조건을 등에 업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또다시 1사 1.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결과적으로는 병살타로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한화는 4점차 리드에도 김서현의 롤러코스터 피칭에 끝까지 안심하지 못하고 마음을 졸여야 했다.

김경문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투수운영에도 그 책임이 적지 않다. 김 감독은 프로 3년 차인 2004년생 어린 투수가 여러 차례 눈물까지 보이는 등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하고 맹목적인 '믿음'만을 내세우며 김서현을 계속해서 압박감이 심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주변의 거듭된 비판과 우려에는 단순히 '결과론'으로만 치부하며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똑같은 상황이 한 번도 아니고 3,4번 이상 반복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결과론이 아니라 '실력'이고 '학습효과'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김경문 감독이 김서현을 활용하는 타이밍에도 항상 문제가 있었다. 최근 중요한 경기에서 연이어 홈런을 허용하고 있는 김서현을 굳이 승부처에서 주자 있는 상황에 투입하며 부담을 가중했다. 또한 실점을 허용하거나 동점-역전주자까지 내보낸 후에야 뒤늦게 교체하면서 김서현이 자신감을 잃고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더구나 이날 김서현은 전날 3차전에서 25구를 던지고 나서 연투를 하는 상황이었다. 김서현의 뒤를 이은 김범수와 박상원 역시 1-4차전에 모두 등판했고, 한승혁도 2차전을 제외하고 벌써 3번째 등판이었다. 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소화하느라 이미 지쳐있던 투수진은 상대 주자가 출루하거나 위기 상황이 발생한 이후에야 번번이 한 박자 느리게 이루어진 투수교체 타이밍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야 했다.

결과적으로 김경문 감독의 실패한 투수운영에 가장 최대 피해자가 된 김서현은, 2025년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총 5경기 3.2이닝간 6피안타 3홈런 6실점 자책점 14.73이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김서현의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이자 악몽의 시작점이었던 10월 1일 SSG전까지 포함하면, 이달에만 총 6경기에서 4.1이닝 9피안타 5피홈런 6사사구 12실점(10자책)으로 평균자책점이 무려 20.77에 이른다.

이날 4차전 경기를 중계한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선수(김서현)를 살릴 상황이 아니라 팀(한화)을 살려야 할 상황"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서현이 9회 홈런과 볼넷을 내주고 한화가 충격적인 역전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결국 김서현 한 명을 살리려다가, 오히려 한국시리즈 전체를 날릴 위기에 놓인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을 우회적으로 꼬집는 지적이기도 했다.

겉보기에 '선수에 대한 믿음의 야구'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었지만, 그 본질은 감독이 팀의 승리보다 자신의 야구철학과 신념만을 더 우선시했던 ' 무리한 아집'에 가까웠다. 그 여파는 한화의 한국시리즈 참패 위기와 함께, 앞으로 팀의 10년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 투수에게는 오랫동안 오점으로 남을 트라우마까지 안겼다.

19년만에 한국시리즈로 돌아온 한화는 이제 더 이상 물러날 때가 없는 벼랑 끝에 몰렸다. 한화가 만일 이대로 허무하게 시리즈를 완패하게 된다면, 김경문 감독은 '영원한 만년 2등'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전망이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가 악몽이 되어버린 김서현은 과연 남은 경기에서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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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한국시리즈 4차전 김경문 LG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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