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의 변성현 감독변성현 감독의 연출 감각은 시나리오부터 시작한다.
CJ엔터테인먼트
변성현 감독이 선택한 장르와 연출 전략이 상당히 이색적이다. <굿뉴스>를 통해 관객이 영화에 감정적으로 몰입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대신,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는 변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 문법과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1970년대라는 무거운 시대를 다루면서도 시종일관 비현실적이고 채도 높은 색감과 빠른 편집을 보여준다. 이는 현실 재현에 충실했던 전통적인 시대극의 문법을 깨고, 영화가 다루는 사건 자체가 가공된 쇼임을 끊임없이 암시한다. 특히 선명한 원색을 과감하게 활용하고 정돈된 미장센을 통해 인물들을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배치하는 연출은, 이 영화가 실제 역사의 고증보다 권력의 부조리를 다루는 우화에 가깝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납치범들이 사용한 무기가 실제 폭탄이 아닌 장난감(모조품)이었다는 사실이 영화에서 명확히 드러나는 순간, 관객은 긴장감이 아닌 아이러니와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감독은 이 핵심적 사실을 통해, 한 시대를 공포에 떨게 하고 국가 권력을 움직이게 했던 이념 대립의 충돌이 사실은 얼마나 맹목적이고 허술한 해프닝에 불과했는지를 냉소적으로 조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설경구가 연기한 '아무개' 캐릭터의 활용은 감독의 '거리두기' 전략의 결정체다. 아무개는 사건을 계획하고 진실을 조작하는 권력의 실체이자 극중극의 안내자처럼 기능하며, 종종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카메라를 응시한다. 이는 관객이 영화 속 서사에 빠져들지 못하게 하고, "당신이 지금 보는 것은 만들어진 이야기"임을 상기시킨다. <불한당>에서 관객을 감정적으로 몰입시켰던 것과 달리, <굿뉴스>는 관객을 끊임없이 낯설게 만들어 스토리에 몰입하기보다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러한 독특한 연출 전략은 <굿뉴스>를 변성현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사색적이고 지적인 영화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런 영화를 극장이 아니라 OTT에서만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아쉽기도 하다. 극장 개봉을 했어도 최소 사오백만 관객은 들지 않았을까 싶다.
진실의 허구성과 권력의 위선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요인들요도호의 납치 사건을 대하는 대한민국 정부 요인들은 코믹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중정부장 박상현(류승범)을 제외하고는 대사량이 거의 없다. 이 또한 감독의 연출의도로 보인다.
넷플릭스
<굿뉴스>의 가장 강력한 주제의식은 진실이 권력에 의해 얼마나 쉽게 조작되고 재단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진실은 일어난 사실에 약간의 창의력과 믿으려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꾸며낼 수 있다"는 '트루먼 셰이디'의 가짜 명언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이 가짜 명언은 영화 전체의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자, 감독이 던지는 질문이다. 이는 단순히 사건의 은폐를 넘어, 진실을 조작하는 행위 자체가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가장 중요한 통치 수단이었던 시대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권력층의 묘사는 더욱 냉소적이다.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은 국가 안위보다 자신의 체면과 출세에 더 신경 쓰며, 심지어 대통령은 술에서 깨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기서 권력은 고결한 대의가 아니라, 개인의 욕망과 체면, 그리고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비행기 납치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이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국가의 위신'이 아니라, "사건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 하는 조작의 문제다. 특히 권력의 최상층부가 보여주는 이 무능함과 퇴행적 행태는 영화의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극대화하며, 이념 갈등이 아니라 사적인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정치의 공허함을 폭로한다.
납치범들의 무기가 장난감이었음에도, 권력은 이를 묵인하고 사건을 '북한에 의한 테러' 혹은 '위대한 정부의 기지(機智)'로 포장하는 데 성공한다. 이는 진실 그 자체보다 진실이 어떻게 포장되어 대중에게 소비되는가가 더 중요했던 시대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변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역사라고 배우고 믿어왔던 많은 사건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이해관계에 의해 치밀하게 편집된 '굿뉴스'일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관객에게 전하고 있다.
시스템의 희생양과 잊혀져야만 했던 사람들
▲관제사 서고명과 아무개서고명(홍경)은 자신의 생각대로 사건이 흘러가지 않자 아무개(설경구)와 충돌을 하지만 결국 이미 벌어진 사건에서 이탈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진다.넷플릭스
변 감독의 영화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인물군은 시스템의 대리자와 희생양이다. <굿뉴스>에서는 '아무개'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관제사 서고명(홍경)은 후자에 속한다. 서고명은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결국 출세와 성공이라는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권력의 조작에 동참하게 된다. 그는 '굿뉴스'라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동료를 희생시키고, 결국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선다. 서고명은 국가를 위해 헌신했지만, 그 공로를 인정받기는커녕 오히려 권력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고야 말았던, 당시 이 역사적 사건에 참여한 이름 없는 실무자들의 비극을 대변한다. 그의 뛰어난 재능이 결국 시스템에 의해 포섭되고 소모되는 과정은 냉전 시대의 격랑 속에서 개인의 윤리와 양심이 어떻게 짓밟히고 잊혀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결국 '영웅'이 되지 못하고 조용히 잊혀지거나, 혹은 권력의 그림자 속으로 편입되어야만 했던 아이러니한 시대의 희생양이었다.
또한 '아무개' 캐릭터는 변 감독이 <킹메이커>의 서창대(이선균)나 <길복순>의 차민규(설경구)에게서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시스템 매니저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무개는 이념이나 감정 없이 오직 '목표 달성'과 '규칙 유지'만을 위해 움직이는 차가운 실체다. 그는 서고명에게 "네 역할은 거기까지"라고 말하며, 개인의 능력이 시스템의 목적 앞에서 어떻게 도구화되고 버려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로써 <굿뉴스>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인물뿐만 아니라, 그 시스템을 지탱하는 '성공 지상주의'와 '욕망'에 중독된 개인들까지도 비판의 대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냉소의 미학으로 완성된 시대의 우화
<굿뉴스>는 현란한 스타일과 블랙 코미디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에는 1970년대 정치와 권력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해부도가 담겨 있다. 변성현 감독은 과거를 단순한 향수로 소비하는 대신, "우리가 믿는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역사와 권력의 본질을 파고든다.
연출 전략으로서의 '거리두기'는 관객에게 지적 긴장감을 선사하며, 허구와 조작에 대한 주제의식은 영화를 시대를 뛰어넘는 정치적 우화로 만든다. <굿뉴스>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변성현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강력한 주제의식과 스타일이 완벽하게 합쳐진 수작이라 평가하고 싶다. 이 영화는 우리가 '굿뉴스'라고 믿는 모든 것이 실은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쇼'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기에, 시대를 넘어 유효한 성찰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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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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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의 미학'이 빚어낸 시대의 우화 영화 '굿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