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신사장 프로젝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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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필립은 전교 1등을 놓친 적 없는 모범생으로 판사 임용에 합격한다. 하지만 법원이 아닌 통닭집으로 출근하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사장의 갖은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직원이자 파트너로 돕는다. 캐릭터를 해석한 지점은 무엇인가.
"제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여야 해서 주변 형들을 떠올렸다. 치킨집에서는 사회적 경험이 없어 엉뚱하고 부족한 면을 드러낸다. 하지만 법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자기 일이고, 해왔던 게 있으니까 버벅거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툭 치면 줄줄 나올 듯이 법 관련 대사를 연습했다. 또박또박 잘 들리게 억양에 신경 썼다. 또 거의 정장만 입고 있는데 한여름에 촬영해서 무척 더웠지만 즐겁게 임했다."
- 융통성 없는 필립과 실제 성격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비슷한 점이 많지는 않다. 초반에 필립은 융통성도 제로에 재수 없고 우직해 보이지만 저는 생각보다 융통성 있게 잘 넘어가려는 편이다(웃음). 사연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감도 잘해주면서도 어떻게든 상황 해결까지 해주려는 성격이다."
- 신사장은 자신만의 정의로 사건을 해결한다. 필요하다면 회유와 협박도 불사하는 신사장의 태도에 필립은 의아해한다.
"전세사기나 임금체불 같은 일상 에피소드에 신경 썼다. 선배님이 우리의 연기를 통해 시청자분들이 위로와 공감을 얻는다면서 톤을 진중하게 잡아가자고 강조하셨다. 특히 전세사기 부분은 부모와 자식 관계도 다루고 있으니 더욱 신경 썼다. 필립은 신사장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법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신사장화된다. 그 포인트가 찜질방에서 드러난다. 사장님이 알아서 해결하실 걸 알고 '사장님 믿습니다'라며 가만히 지켜보게 된다."
- 최근 한석규는 <낭만 닥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등에서 어린 세대를 이끄는 좋은 어른을 연기했다. 배우들의 배우 한석규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저에게 선배님은 <파파로티>로 기억된다. 이전 작품을 찾아보면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이레와 저, 선배님, 감독님이 3달 동안 주에 2~3회씩 만나면서 밥도 먹고 연기 고민도 털어놓는 시간이 있었다. 어색함을 풀어가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고 촬영 들어가고부터는 힘든 점은 없었다. 대부분 선배님과 만나면 고정 질문을 받는 것 같다(웃음). '어떻게 배우를 시작하게 되었나'였는데 성장기를 쭉 이야기하며 저를 돌아보게 되었다."
- 역시 한석규라고 감탄하게 된 지점이 있나.
"1회 엔딩에서 감탄했다. 차 사고가 나기 전에 탈출하고 철길에 누워 '나 신사장이야'하는 장면인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첫 테이크 때는 그 장면을 화내면서 연기하셨고, 두 번째는 다르게 연기하셨다. 결국 두 번째 테이크가 방송되었는데 그게 드라마의 시작점 같았다. 초반부터 <신사장 프로젝트>의 분위기를 맛있게 살려 냈다고 생각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다른 느낌으로 연기하시는 것을 보고 모두가 놀랐다. 현장에서도 프로셨지만 촬영하지 않을 때는 스태프까지 챙기는 모습이셨다. 멋진 선배님이자 좋은 어른의 표상을 보면서 저렇게 성장하고 싶다고 꿈을 키웠다."
- 이레와의 호흡은 어땠나. 함께 촬영한 장면은 없었지만 <지옥 2>에 이어 만남이 성사되었다.
"선배가 먼저 말 걸어주니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레가 엄연한 선배지만 제가 오빠니까 먼저 말 걸었다(웃음). 첫 만남에 막 대해달라고 했더니 그게 계기가 되었다. 말도 놓고 편하게 연락하고 대본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또래가 둘 밖에 없어서 서로 의지했다. 이레는 낯가리는 것 같아도 친화력이 좋아 금방 친해졌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와서인지 감독님이 짜증을 줄이고 좀 더 귀엽게 하라는 디렉팅에 유연하게 바로바로 변화를 주더라. 이미 친해졌으니 필립과 시온의 관계성도 쉬워졌다. 초반부터 필립과 시온은 부딪히는 상황이 많아서 오히려 필립의 성격을 표현하기 좋았다. 자기 생각이 확고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밀리지 않으려고 했다."
"장르 가리지 않고 뭐든 욕심나요"
- 이번 현장에서 어떤 것을 배우며 성장했나.
"신사장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순간이나 고민하는 때에도 선택해 줄 것 같다. 큰일이 벌어져도 편하게 풀어 줄 것 같다. 필립도 신사장에게 고민이나 어려움을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그때 '그냥 하면 되잖아'라고 명쾌하게 해결해 주는 부분이 있다. 신사장 같은 한석규 선배님을 저도 멘토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 쉼 없이 달려와 데뷔 7년 차 배우로 성장했다. 본인 연기와 필모그래피에 만족하나.
"사실 구체적인 꿈이 없었다. 그저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관심만 있었지 접근 방법을 몰랐던 거다. 그러다가 열여덟 때 SNS로 연락이 왔다. 전주에서 서울로 와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지금보다 더 내성적이었는데 연기를 통해 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신기했다. 경험해 보지 않은 분야에 호기심이 생겨 시작했는데 7년 동안 연기자로 살게 되었다. 제작 환경이 커질수록 재미도 비례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어 보지 못한 소리와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는 게 여전히 즐겁다. 작은 역할에서 점점 역할이 커지면서 선배, 감독님들과 소통하는 것도 재미있다. 아직 꺼내 놓을 게 너무 많다. 저의 일부분만 보여드린 거다. (웃음)"
- 학생역을 자주 맡아서 동안 이미지가 굳혀졌다. 이번에 필립을 맡으며 나이보다 많은 30대를 연기했지만 설득력을 얻어 냈다. 앞으로 욕심나는 장르나 배역이 있다면 무엇인가.
"말씀대로 학생 역할을 많이 해와서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조필립 자체로 봐주셔서 감사했다. 순둥한 이미지로 봐주셔서 <경성크리처 2> 때 빌런인 승조에 도전해 봤다. 배우로서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싶다. 차기작 <대리 수능>은 승조와는 다른 결의 나쁜 인물이다. 새로운 면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코미디 장르도 좋아해서 <가우스 전자>를 선택했었다. 처음 코미디를 해봤다. 준비하는 게 어렵지 촬영장은 즐겁고 재미있어서 다음에도 또 하고 싶다. <다 이루어질지니>의 김우빈 선배 같은 능청스러움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청춘 로맨스는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의외로 해본 적은 없다. 아마 제가 깊은 서사를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웃음). 착해 보이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벗으려고 노력하기보다, 시간이 지나고 저도 경력이 쌓이면 다른 이미지가 필터링 되면서 변할 거라고 믿고 있다. 여전히 저에게 맞는 색깔을 찾아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아직 <신사장 프로젝트>를 보지 못한 시청자에게 재미 포인트를 전한다면.
"처음 대본을 봤을 때도 에피소드별 전개도 빠르고 통쾌하게 해결되어 재미있었다. 시청자분들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일상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을 드라마로 대리만족하시는 면도 있을 거다. 마지막에는 신사장의 아들 문제도 해결되면서 신사장의 다른 모습도 드러난다. 특히 필립은 법원으로 돌아가 갈등해결 조정팀을 꾸린다. 재판 전에 자료를 통해 합의하는 부서인데 신사장과는 외부 전문가로 협업한다. 또한 시온과도 티격태격하다 알콩달콩 무드를 보여준다. 극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라 좋아해 주셨던 것 같다. 둘의 시작점도 재미 포인트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배현성 배우어썸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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