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이레의 고백 "대배우 한석규에게 배운 건..."

[인터뷰] tvN <신사장 프로젝트> 이레 배우

지난 23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배우 이레와 <신사장 프로젝트>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사장 프로젝트>는 협상가였으나 이제는 치킨집 사장인 신사장(한석규)이 편법과 준법을 넘나들며 사건을 해결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드라마다.

이레는 2012년 데뷔해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2013)로 이름을 알렸다. 작은 몸집에서 보인 담담한 모습은 큰 울림을 주었고, 나이가 믿기지 않는 진솔한 감정연기를 펼쳤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에서는 당돌한 아이로 분했으며, <반도>(2020)에서는 폐허가 된 세상에서 버티는 강인한 모습을 선보였다. 연기력 하나로 큰 울림을 전하는 이레의 성장은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온전한 성인 배역의 도전

 tvN <신사장 프로젝트> 스틸컷
tvN <신사장 프로젝트> 스틸컷tvN

13년 차를 맞은 배우가 넘어야 할 허들은 '아역'이란 단어였다. 이제 그 꼬리표를 떼고 훨훨 날아오를 날을 맞은 이레는 성인 캐릭터를 처음 맡아 들뜬 모습이 역력했다. 성인 연기는 처음이라 마음가짐이 남달랐다며 "살면서 받아온 상처나 사고가 굳은살이 된 인물이 시온이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감정을 쌓아서 차분한 성격, 시온이다운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다"라며 소개했다.

간절히 '시온'을 따내기 위한 여정이 길었다며 스무 살 되던 해의 첫 작품이라 긴장된 채로 임했다고 털어놨다. "시온만큼은 놓치지 않고 싶었다. 뒤늦게 합류해서 캐스팅까지 이어질지 기대하지 못했다. 1차에 저를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2차 오디션 때는 최대한 어필하면서 열심히 잘할 수 있다는 진심을 전했다. 대본을 분석하고 최선을 다했다. 배달 라이더 출신이라 일상에서의 대화가 가장 설득력 있을 것 같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성인 연기를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다짐 보다, 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가까웠다. 아역일 때는 성인 캐릭터에 맞춰 연기했었지만. 지금은 한 인물의 전사를 제가 세우면 되니까 좋았다.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색달랐다"

어릴 때는 엄마와 동행했지만 이번만큼은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다. 온전한 캐릭터로 극을 이끌어 가야 할 무게감과 전체적인 작품의 이해도 필요했다. 이레는 주연의 무거운 어깨마저도 즐기면서 임했다고 말했다.

"아역일 땐 현장에 가면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좋은 어른이 많았다. 이제는 그분들의 무게감을 조금은 알겠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신 분들이 이번에 기억났다. 앞으로 저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라며 의젓하게 말했다.

극 중 시온은 동생을 돌봐야 하는 가장이기 때문에 이레 스스로도 한 뼘 자란 성장을 만끽했다며 "동생 예온(이아린)으로 나오는 친구를 보면서 어른들이 저를 볼 때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싶었다. 아린이가 좋은 추억만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친구 같은 언니가 되고 싶었다"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답했다.

대선배 한석규의 가르침

 이레 배우
이레 배우눈컴퍼니

이레는 드라마 전체에서 어른으로서 몫을 해내고 있었다. 특히 한석규라는 대선배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연기했다.

그는 "한석규 선배님께 많이 배웠다. 스태프에게 다가가는 태도부터 상대 배우와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조언도 주셨다. 특히 저의 상태를 많이 물어봐 주셨던 게 기억난다. 취향, 일상을 궁금해하셨는데 저를 곱씹게 되었다. 첫 장면이 배달 다녀와서 시온과 신사장이 만나는 장면이었다. 이미 다정하게 분위기를 풀어 주셔서 친밀한 유대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신사장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히어로다.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지만 꼭 만나고 싶기도 하다. "약자의 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신사장 같은 사람은 실제로는 없다. 신사장은 판타지 같지만 한 번쯤 되새기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많은 분에게 소시민 히어로인 신사장식 해법이 위로되었을 거다"라며 자연스럽게 한석규와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들려주었다.

"엄마가 < 8월의 크리스마스 >는 꼭 봐야 한다며 찬양했다. 촬영장 끝나고 한석규 선배님과 있었던 일을 간증하는 시간이었다. (선배님도) 너무 좋아하셨다."

시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배달 라이더로 씩씩하게 지내지만 그늘진 구석이 있다. 늘 날 서 있는 탓에 통닭집에 파견된 필립(배현성)에게 경계심을 풀지 않다가, 검정고시에 도움받으며 조금씩 마음을 연다. 시작은 혐관이었으나 천천히 호감의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이레는 "시온은 계속 공부하고 싶지만 가족과 생계가 우선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법을 찾게 된다. 속는 셈 치고 조금은 기대하게 되는 거다"라며 시온과 필립의 관계를 해석했다.

티격태격할수록 미운 정이 쌓여 진심이 전해졌다. 요즘같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시온과 필립의 라포 형성이 더뎠다. 둘의 로맨스를 기대하는 시청자는 애가 타기도 했다. 그는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둘의 로맨스에 집중하기보다 사람 간의 관계성을 보여주려고 했다. 첫 만남에 현성 오빠가 막 대해도 된다고 해서 정말 시온 이처럼 편하게 기댔다"면서 "저는 영화를 오래 해서 드라마 현장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데 현장 흐름에 잘 올라타더라. 특히 주인공으로서 서사를 끌고 가는 에너지, 현성 오빠가 일하는 모습을 리스펙트 하게 되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배달 라이더로 분해 스쿠터를 능수능란하게 타야 했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었다. 이레는 "운전면허가 있지만 스쿠터는 처음이다. 다행히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 회차가 늘어날수록 능숙해졌다. 다만 무게를 고려해서 중심을 잘 잡아야 했다. 필립까지 태워야 할 때는 저절로 예민해졌다. 누가 다칠까 봐 긴장하고 있으니까 (현성 오빠가 뒤에서) 잘 토닥여 주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스무 살 이레에게 <신사장 프로젝트>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지금은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는데, 목표로 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패기가 가득했다. 만 16세에 중앙대에 조기 입학해 대학생으로 누리는 값진 시간도 포함이다. 앞으로의 계획까지 들어볼 수 있었다.

"많은 질문을 남긴 드라마였다. 고생도 많이 했던 만큼 좋은 스태프를 만났다. 헤어지기 싫을 정도로 정이 들어서 마지막 촬영이 너무 슬펐다. 스무 살에 촬영한 기념적인 작품이라 보내주기 싫었지만. 건강하게 보내주는 마음을 연습하려고 노력했다. 어릴 때는 끝이 있는 것처럼, 완성, 완벽이란 단어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닿을 수 없는 목표를 잡으려고 안간힘 썼던 것 같다. 지금 시작하는 아역 친구들은 부디 현재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도 여전히 안 해본 게 많다. 로맨스물도 하고 싶고 사극, 시대극도 탐난다. 차기작으로는 드라마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청당>으로 다시 돌아올 것 같다. 저를 지켜봐 달라"

 이레 배우
이레 배우눈컴퍼니


이레 신사장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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