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 운영)의 파행 운영 문제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과 진보당 손솔 의원은 최근 영화계 성폭력 문제 등을 전담하는 기관의 공개 입찰 방식 전환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하며 보완 및 재검토를 강도 높게 요구했다.
든든은 지난 2018년 3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업무 협약 요청으로 영화계 단체가 함께 운영해 온 기관이다. 2016년 '영화계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이후 1년간의 실태 조사가 있었고, 그 필요성이 대두돼 출범한 곳으로 그간 상업영화는 물론이고 독립예술영화, 학계, 성인영상물 제작 현장 등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 및 피해자 상담과 법률, 의료지원을 해왔다. 국내에선 몇 안 되는 성공적인 민관 협업 사례로 꼽히며 지난 7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공동 운영 방식이 입찰 방식으로 바뀐 건 지난 2023년이었다. 영진위 측은 자체종합감사에서 지적사항으로 나왔다며 불가피하게 예산 집행의 적절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라 설명했지만, 여성영화인모임 측은 충분한 합의와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 반박해왔다.
결국 2025년 5월, 조달청 공개 입찰로 진행된 영화계 성폭력 상담센터 업무는 대형 노무법인 마루가 맡게 됐다. 하지만 심사 위원들 중 성폭력 전문가가 부재했다거나 영화계 생리를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상당수 포함되는 등 절차적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이 문제의 핵심은 공개 입찰 방식"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이 영화진흥위원회 한상준 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공동운영이 공개입찰로 변경된 후 노무법인이 마루에서 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데 영진위 지원이 중단된 이후에도 피해자들 상당수가 든든에 남아서 상담과 치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조 의원은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에게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였는데 이번 공개 입잘 과정은 순전히 행정 편의적이었다. 마루 쪽으로 상담을 이전한 피해자가 단 1명이라는데 어떻게 피해자를 잘 지원하고 있는지 구체적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한상준 위원장은 "든든에서 상담받던 19명 중 8명이 노무법인 쪽으로 정보 이전을 동의했고 나머지 11명은 동의하지 않아 든든에 남아있는데 그분들에 대해선 연속적 지원을 하기로 협의했고, 얼마 전 지원을 확정했다"고 답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영진위원장을 사석에서 뵐 때마다 성평등센터 든든 이야길 했다. 문제의 핵심은 공개 입찰 방식을 유지할 것인가다"라며 "성폭력 사건은 형사 조사만 해도 1년 이상 걸리는데 1년마다 입찰하는 방식은 피해자들의 믿음을 붕괴시키는 구조다. 일상 회복과 예방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표인 사업인데 매년 새롭게 입찰하는 건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고 영진위의 해결 의지를 되물었다.
한상준 위원장은 "효과적 지원을 위해서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건 공감한다"면서도 "입찰 방식을 택한 건 당시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어서였다"고 해명했다. 이에 손 의원이 재차 "입찰 과정 자체에서도 피해자 지원의 전문성을 잘 판단했는지 의문이다. 올해 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해당 노무법인은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처리만 많고 성폭력 관련 사례는 전혀 없는 곳이다. 입찰 방식 재검토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 위원장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국감 현장에선 제주 4.3을 편파 왜곡 묘사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등급 심사 및 미래 관객 육성사업 예산의 삭감을 짚는 질의도 있었다. 조계원 의원은 "프랑스 국립영화센터나 영국 BFI도 청소년 등 미래 관객 개발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영진위의 해당 사업이 2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법적·역사적으로 사실로 확인된 제주 4.3을 왜곡한 <건국전쟁>을 어떤 이유로 12세 관람가 등급을 부여했나. 혹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극우육성기관인가"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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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